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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 속 작은 틈도 없는 표정들…'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리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7.09 09:59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 사진 : CJ ENM

공항을 향할 때의 설렘을 안다. 그래서인지 공항을 향하는 차들은 묘한 리듬을 차는 듯 보인다. 그런 공간인 만큼 가득 찬 안개만큼 허둥거렸다. 일상에서 탈출하곤 했던 공간이 어떻게 해서든 말 그대로 탈출 하고 싶은 공간으로 변했다.

’나 홀로 걸어가는 길(정훈희 ‘안개’ 중)‘에 자욱했던 안개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담긴다. 처음 100중 추돌사고가 일어나고 연이은 사고로 이어지는 것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공항대교 위에서 허둥댈 수밖에 없는 것도, 무엇보다 관객들이 불안함 속에 손을 꼭 쥐게 하는 것도 다 안개 때문이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 사진 : CJ ENM

정원(故 이선균)은 유능한 안보실 행정관이다. 정원을 움직이게 하는 첫 번째 원칙은 그가 보좌하는 국가 안보실장(김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것. 이를 위해서라면 피랍된 사람들도 충분히 흐린 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딸 경민(김수안)이와의 관계는 늘 서툴다. 그날도 그랬다. 유학 가는 경민이를 태우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

딸에게 화를 낼 수 없으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준 조박(주지훈)에게 괜한 트집을 잡고 대로로 들어섰다. 안개가 자욱한 공항대교 위, 갑작스러운 추돌사고로 아수라장이 된다. 정원은 가장 먼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한다. 발 빠르게 사고 현장을 지휘하라고. 이 사고 현장은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이 되는 지름길 같아 보였는데, 상황이 점점 심상치가 않다. 정원도 딸 경민도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있을지 자욱한 안개 속 앞이 보이질 않는다. 그 속에서 범상치 않아 보이는 군견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 사진 : CJ ENM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기존 재난영화처럼 기승전결을 천천히 쌓아가지 않는다. 한 공간에서 하룻밤 사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시작은 공항대교 위 100중 추돌사고. 안개 속에서 앞을 볼 수 없는 차들이 켜켜이 추돌사고가 나는 장면을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박진감 나게 담아낸다. 차에 차가 겹치고, 위험 화학물을 실은 차와 굴삭기까지. 실제로 봐 온 공항버스 등 약 3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담긴 연쇄추돌사고는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차에서 헬리콥터, 그리고 군사용 실험견까지 상공과 발 디딘 땅 위의 스피드로 관객을 재난 상황 속으로 끌어당긴다.

그 속에서 안보실장을 위한 ”정무적 판단”을 내리던 정원도 변화한다. 그리고 정원의 딸, 한 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던 레커차 운전기사 조박, 슬럼프에 빠진 골프선수 유라(박지현)와 그의 매니저 미란(박희본) 자매,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병학(문성근)과 순옥(예수정) 부부 등도 인간의 단면들을 선명하게 표현한다. 그 단면 속에는 이기심, 이타심, 슬픔, 의지, 사랑, 희생정신 등이 있다. 재난 상황 속에서 그 단면은 더 선명히 빛난다. 빠르게 이어지는 전개 속 물음표가 남는 지점들까지, 이들은 구멍 하나 없이 앙상블로 채운다. 핸드헬드(손으로 들고 찍는 촬영 기법) 기법으로 촬영한 배우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당혹이 고스란히 묻어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스틸컷 / 사진 : CJ ENM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이선균이 남겨둔 두 편의 유작 중 한 편이다. 故 이선균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속에서 처음과 끝이 완전히 다른 표정을 남겨둔다. 작품 속 생존에 대한 질문은 그의 얼굴로 깊이감을 더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평안에 이르렀나"라고 물어보는 '나의 아저씨'의 모습이 비치는 듯하다. 상영시간 96분. 오는 7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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