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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대주주 영풍의 횡포 ’위험의 외주화’ 강요 더 못 참아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4.07.03 17:21

영풍 “유예기간 7년 이상 달라” 떼쓰기…협상 대신 일방적인 소송 반복
외부 기관 검사 결과 황산탱크 노후화 심각…사고 및 환경오염, 위험물질 관리 리스크 등 부담 가중
고려아연, '협상 대신 일방적인 소송 반복' 영풍에 깊은 유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각 사 제공

고려아연과 영풍의 황산취급대행 계약이 종료되면서 또 한번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고려아연과 고려아연의 황산취급시설을 이용해온 영풍은 계약 종료 유예를 두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미 경영권 분쟁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불가능한 모습이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배출해 온 위험물질 ‘황산’의 취급대행 계약과 관련해 고려아연은 계약 갱신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영풍 측의 사정을 배려해 유예 기간 제공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하지만 지난 석 달간 영풍 측은 무려 7년 이상이라는 유예기간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무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4월 영풍 석포제련소의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일(6월 30일)을 약 석 달 앞두고 시설 노후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론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위험, 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와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전했다.

◇ 유예기간 등 놓고 협상 중 소송 제기…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어

고려아연은 특히 계약상 사전 통지로 계약 종료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내부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범위내에서 영풍이 계약 종료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유예기간을 줄 수 있으므로 영풍이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협의 요청을 하면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영풍 측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7년 이상이라는 다분히 비현실적인 유예기간을 요구했다. 탱크 임대나 대체시설 마련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는 등 협상의 의지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협상 중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협상 상대방이자 오랜 동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50년 넘게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황산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점은 영풍 스스로 안전관리에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이면서도 오히려 고려아연 갑질을 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까지 하고 있다.

◇영풍, 다른 선택지나 대체 노력 전무…'황산탱크 비용과 위험 부담'은 고려아연에 전가

주지할 사실은 영풍은 선택지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육상 운송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탱크터미널을 활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비용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적극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황산 운송과 저장에 따른 비용과 위험 부담을 고려아연에 지속해서 떠안기려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풍에는 기존 동해항에 있는 황산탱크를 확대해 사용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영풍은 동해항 황산탱크를 직접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증설하는 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방법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황산 처리와 보관에 대한 비용과 위험 부담을 직접 짓지 않으려는 것이다.

◇ 황산탱크 노후화에 따라 7기 철거 시급…고려아연 황산 저장공간도 부족한데 '7년이상 유예' 주장

앞서 밝혔듯 먼저 고려아연은 온산 제련소 내 황산 저장 시설 노후화와 이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외부 기관 검사 결과 온산 제련소 내 황산탱크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와 조만간 철거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온산제련소에서는 지난 2년간 총 5기의 황산 탱크를 철거한 바 있다. 노후화된 탱크의 경우 부식 정도가 심각해 자칫 황산 누출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과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고,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기업들의 안전사고로 위험물질 관리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둘째로 고려아연은 현재 과거보다 황산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지는 데다가, 아연 생산량 증가와 니켈제련소 확장 등으로 보관·처리해야 할 황산의 양은 점점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 또한 사업장 안전을 위해 외부 전문업체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셋째로, 유독물질 저장 및 관리에 따른 사회·경제적, 법적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특히 황산을 수송하는 철도 온산선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까지 더해지며 부담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 동업자 정신 운운하면서도 사전통보 없이 툭하면 법적 소송…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어

여기에 더해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7년 이상이라는 유예기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자,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7년 이내라도 대안이 마련된다면 황산 관련 업무를 더 이상 위탁할 생각이 없다'며 기간 등을 특정하지 않은채 애매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협상이나 논의에 성실히 임하는 대신 협상당사자에 사전통지도 없이 지난 20일 소송이라는 법적대응부터 벌이고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은 협상 의지가 없는 영풍을 상대로도 배려 차원에서 고려아연 제반 사정상 가능한 범위를 감안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영풍 측은 추가로 가처분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이는 앞서 고려아연과 HMG글로벌의 사업제휴에 대해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동업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던 행위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된다. 지속적인 법적 소송으로 협상 상대방과 오랜 동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를 저버린 행태다.

◇최대주주인 영풍에게 갑질? “정반대 상황”…영풍, 정상적인 고려아연 주주인지 의문

영풍은 또한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을 언급하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오히려 과거부터 최대주주인 영풍으로부터 부당하게 각종 위험물 처리와 부담을 떠넘겨 받는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하고는 거리가 먼 상황이 지속돼 왔다.

최대주주인 영풍의 압박이 없었더라면, 고려아연이 경쟁업체인 영풍이 배출하는 위험물인 황산을 고려아연이 자신의 책임하게 처리해 왔을리가 없음은 업계의 상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자신의 최대주주인 영풍에 대하여 거래상 지위를 가진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아연생산업체인 영풍은 스스로 황산의 처리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는데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고려아연에게 떠넘겼던 것이다. 영풍이 자체적으로 황산처리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내 여러 항구에서 자체 탱크를 설치할 수 있고 혹은 외부업체의 탱크를 임차할 수 있다. 영풍은 이렇게 하는 것이 고려아연이 취급대행을 해주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어렵다고 하는데, 이것은 영풍은 영원히 고려아연에게 자신의 황산처리를 맡기겠다는 말에 불과하여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

영풍은 특히 고려아연이 황산대행을 해주지 않으면, 자사의 주력 제품 자체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무책임한 논리를 내놓고 있다. 상장 기업으로서 만약의 사태를 전혀 대비하지 않는 경영 방식에 큰 의구심이 들며, 대주주란 이유로 당사에 책임과 의무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동업자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영풍의 황산을 처리해 주느라 자사의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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