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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매일 보는 딸을 더 꽉 안아주고 싶어지는...‘원더랜드’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6.01 08:19

영화 '원더랜드'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세상을 떠나기 전, 내 모습을 AI로 남겨둘 수 있다면, 혹은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을 AI로라도 만나볼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서비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원더랜드’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한다. 워킹맘으로 바쁘게만 살아오다 불치의 병에 걸린 바이리(탕웨이)는 남겨질 딸을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했다. 정인(수지)은 의식불명의 남자 친구 태주(박보검)를 향한 그리움에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했다. 바이리는 매일 딸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고고학자로 사막에서 유물을 발굴하는 자신의 일상을 전한다. ‘원더랜드’ 정책상, 자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영화 '원더랜드'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태주는 우주에서 매일 정인에게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안약부터 영양제까지 사소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긴다. 하지만 그 속에는 늘 질문이 맴돈다. “여기로 오면 안 돼?“라는 피부로 닿는 말이다. 그리고 어느 날, 의식불명으로 누워있던 태주가 눈을 뜬다. 재활이 필요한, 전과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정인은 우주에서 한결같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태주와 전과 다른 모습의 태주 사이에 서게 된다.

‘원더랜드’는 묘한 영화다. AI를 주요 소재로 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진하게 느끼게 되는 건 ‘사람’이다. 마치 수많은 사람의 정보가 모일수록 더 완전한 AI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상통화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마치 유리창 사이에 있는 사람처럼 곁에 있을 때의 온도를 보여준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그리고 ‘원더랜드’ 속 사람들을 모니터링하는 성준(공유)까지 그대로 드러나지만, 그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전작 '가족의 탄생', '만추' 등에서 보여준 '사람'을 중심에 둔 섬세한 감정선을 AI라는 현대의 기술력에 기대 더 깊게 담아낸다.

영화 '원더랜드'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원더랜드’는 AI라는 상상력을 상상의 영역으로만 두지 않는다. 현실에서 겪는 챗GPT 등의 AI로 인해 어느새 한 발 가까운 있을 수 있는 여지를 둔다. 탕웨이가 보여주는 모성애, 그림같이 예쁜 박보검과 수지의 반가운 성장이 더 완벽하게 담아낸 혼란스러운 사랑,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손자를 향한 무한한 할머니의 사랑 등은 이를 현실과 더 가까이 다가오게 한다. 오프닝 속 ‘원더랜드’ 서비스에 대한 목소리는 실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목소리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배우들의 호연과 뇌과학 분야 전문가인 김대식 교수가 시나리오 구성 단계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자문으로 참여해 구축한 단단한 세계관 역시 ‘원더랜드’ 서비스를 땅에 더 굳건히 발붙이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그리움을 안고 산다. ‘원더랜드’는 그 지점에 파고든다. 그러면서도, ‘원더랜드’는 AI를 마냥 낙관적으로만 그리지 않으며 보는 이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실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 경계에 대한 생각을 관객에게 묻는다. 먼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가까운 곳의 온기를 깨닫게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원더랜드’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집에 가서 딸을 더 꽉 끌어안아 줘야지‘였던 것처럼 말이다. 오는 6월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3분.

영화 '원더랜드' 현장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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