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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원작 팬들에게 선물 같은 작품"…연상호 감독의 덕질 끝판 '기생수: 더 그레이'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4.03.26 12:49

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가 한국 땅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 원작의 깊은 팬이었던 연상호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확장된 기생수 세계관이 '기생수: 더 그레이'에 담긴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새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상호 감독, 류용재 작가를 비롯해 배우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권해효, 김인권이 참석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를 기획한 연상호 감독은 작품화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원래 애니메이션 감독이었고, 학생 시절 '기생수'는 제게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워낙 원작의 팬이었고, 만화에 깊게 빠지게 되면 만화 외의 세계는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어린 학생 연상호에게는 '일본에서 이랬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상상이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 상상을 시작으로,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원작자 히토시 작가님께 이런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보냈다. 다행히 작가님이 재밌어해주셨고, '마음대로 해봐라'라고 해주셔서 거기서부터 기획과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성덕이 된 기분으로 만들었다"라며 "저에게 '기생수: 더 그레이'는 덕질의 연속이다. 최애 작품에 대한 덕질의 끝판처럼 성덕으로서 작업을 한 느낌이라 남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과 '개와 늑대의 시간', '나 홀로 그대', '괴이', '종이의 집: 공동경비구역' 등을 함께 작업한 류용재 작가는 "연 감독님이 '기생수'를 새로운 이야기로 하고 싶다고 하셨을 때 '원작을 살 수 없지 않겠냐' 했는데, (연상호 감독님이) 원작자에 편지를 쓰셨고 오히려 원작자분께서 '마음 바뀌기 전에 도장 찍자'고 하신 걸 보고 깜짝 놀랐다"라며 "연 감독님과 작업하는 건 재미와 놀라움의 연속이다. 감독님과 함께할 때는 장르의 놀이터 같은 느낌으로 재밌는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제가 돈을 받으면서 하는 게 아니라 내면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전소니는 자신의 몸을 노린 기생생물 '하이디'와 기묘한 공생을 시작하게 된 '수인' 역을 맡았다. 두 개의 인격을 연기해야 했던 전소니는 작품 세계관에 호기심이 생겨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소니는 "'기생수'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을 배경으로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져나갈지 궁금했다. 관객 입장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라며 "제가 기생수와 공존해 볼 수 있다는 점에 욕심이 났고, 알 수 없이 흥분되는 지점도 있었다. 그래서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기생생물 '하이디'와 인간 '수인'을 오고 가는 연기를 소화한 그는 연기적 주안점을 언급했다. 전소니는 "하이디로 있을 때의 모습은 제가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수인이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하이디를 만나기 전 수인이의 삶을 일상적인 모습으로, 현실에 붙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수인이를 잘 그려낸다면 하이디와는 격차는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연상호 유니버스에 첫 합류하게 된 전소니는 "배우들 사이에 '연상호 감독님의 현장이 그렇게 좋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참여해 보니)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 출근할 때보다 퇴근할 때 에너지가 올라가서 집에 가기 싫어질 정도로 마냥 즐거운 현장이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생생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전 조직원이자 수인의 파트너 '강우'로 분한 구교환은 캐릭터에 대해 "아주 회피형 인간이고 도망 마니아"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극 중에서 강우가 보는 정보가 굉장히 많다. 그걸 시청자분들께도 알려드려야 하고, 수인이에게도 전해야 했다. 제가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 '잘 보고 잘 듣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라며 "인간 중에서는 가장 전투력이 높아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구교환 역시 원작의 팬임을 자처하며 새로운 세계관에 합류하게 된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구교환은 "워낙 좋아했던 작품인데 그 세계관의 일원이 된다는 건 거절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연상호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때는 적당한 긴장과 즐거움이 있다. 그걸 잊지 못하고 (연 감독님을) 또 찾아왔다"라며 원작과 연상호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전했다.
기생생물의 전멸을 위한 전담반 '더 그레이'의 팀장 '준경' 역을 맡은 이정현은 출산 후 복귀작으로 '기생수: 더 그레이'를 택했다. 심지어 연상호 감독이 이정현의 임신과 출산을 기다려줄 만큼 '준경' 역은 이정현의 매력이 필요한 역할이었다.

이정현은 캐릭터에 대해 "경찰대 교수에 프로파일러다. 평범한 여성이었는데 기생생물에게 남편을 잃은 후 돌변한다. 이후로 기생생물 죽이기를 게임처럼 생각할 정도로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열정적으로 강렬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평범한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을 때 힘들었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고 평범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목소리 톤이나 억양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준비했다. 정말 연기 변신을 한 작품이라 지금 굉장히 긴장된다"라며 연기적 변신을 예고했다.

이미 영화 '반도'에서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이정현은 자신을 기다려준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연상호 감독님과 가족계획을 같이 세웠다"라고 운을 뗀 이정현은 "나이가 좀 있어서 아이를 빨리 낳아야 할 것 같아 솔직히 말씀드렸는데, 마침 감독님도 시나리오 초반 부분만 쓰신 것 같더라. 항상 감독님께 '임신됐어요?'라고 문자가 왔었다. 그래서 임신이 되자마자 감독님께 말씀드렸다"라며 "그제야 감독님이 '그럼 다음 이야기 써보겠다'라고 하셨다. 나중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니 우연의 일치였다고 하셨지만, 저는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제작발표회 말미, 연상호 감독과 류용재 작가는 '기생수: 더 그레이'가 '기생수'의 팬들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은 "특히 마지막 장면은 '기생수' 팬들이 정말 환호할 만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연상호 감독이 새롭게 그려낸 '기생수' 세계관의 새 챕터 '기생수: 더 그레이'는 오는 4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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