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외피에 재미를, 내피에 의미를…천만 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 장르가 되다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3.24 08:45

천만 관객 돌파한 영화 '파묘' / 사진: 쇼박스 제공

팬데믹 상황 이후, 극장의 위기는 줄곧 언급됐다. 모든 영화인의 우려였다. 하지만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 이어, '파묘'가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로 등극하며 극장의 봄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이 망할까 봐, 매일 마스크를 끼고 극장에 갔다"라던 장재현 감독의 극장을 향한 남다른 애정은 천만 관객 수를 돌파한 자신의 작품 '파묘'로 응답받았다.

24일 쇼박스 측은 영화 '파묘'의 천만 관객 돌파 소식을 전했다. 영화 '파묘'는 지난 2월 22일 개봉해, 개봉 5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극장가에도 활력을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파묘'의 개봉과 함께 2월 극장가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60.1% 늘어났다. '파묘'가 가져다준 가장 첫 번째 성과는 말 그대로 '극장의 봄'을 찾아준 것이다.

영화 '파묘'현장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이를 통해 장재현 감독은 자신의 세 번째 오리지널 작품(자신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에 이어서다. 배우 강동원, 김윤석 주연의 영화 '검은 사제들'은 구마 의식이라는 센세이션함을 선사했으며, 배우 이정재, 박정민 주연의 영화 '사바하'는 신을 향한 인간의 질문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파묘'는 묫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거액의 돈을 받고 장손에게 기이한 일이 벌어지는 부자 박지용(김재철) 집안 묘를 파묘하는 일에 착수한다. 그리고 "악지 중의 악지"인 그곳에서 이들은 기이한 일을 마주하게 된다.

'파묘'는 외피에 재미를, 내피에 의미를 더하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땅속 깊은 곳에 박혀있는 것을 파묘하며 개운함을 더했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한과 눈물의 정서였다. 관객들은 '파묘'에 담겨있는 '항일'의 메시지를 빠른 시간 안에 찾아냈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에서 가져온 캐릭터의 이름, 백원짜리 동전에 그려진 이순신부터 차 번호판 등 곳곳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온라인을 통해 공유됐고, 'N차 관람'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파를 들고 있는 묘(猫, 고양이 묘)의 이미지, 축경을 새긴 얼굴 등이 '밈(Meme,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으로 이어지며 전 연령대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하늘이 한반도 모양으로 새겨져있는 팬아트를 현실화한 '파묘' 포스터 / 사진 : 쇼박스

단편영화 '열두번째 보조사제'부터 세 편의 장편영화까지 오컬트 장르를 선보인 장재현 감독은 "성장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라는 자신의 말처럼 오컬트 이상의 장재현 장르를 구축했다.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장르 속에 관객에게 공포감을 더하는 선택지보다 늘 '사람에 대한 애정'을 그 위에 올려두고 있다. '파묘' 속에서도 땅을 파묘하는 외피 속에 담고 싶었던 것은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그리고 우리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는 천만 명이 넘는 관객에게 닿았다. 최민식에게 '파묘'를 제안할 때 "겁 먹은 얼굴을 담아보고 싶다"라고 달리 접근한 장재현 감독은 일부 마니아층에게 사랑받는 장르로 치부 된 '오컬트' 장르에도 자신의 진심을 담으며 '장재현 장르'로 탄생시켰는지도 모른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의 천만 돌파와 관련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손익분기점만 넘기자는 마음은 있지만 관객수를 생각하고 만들지는 않는다. 사실 전 아직도 아쉬운 것만 보인다. 그래도 처음에는 어버버했는데 배우, 스태프 다 좋아하니까 덩달아 좋긴 하다.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기쁨과 함께 부담도 공존한다. 많은 분의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다음에 이만큼 못할 수도 있고, 400만 관객 수만 넘어도 성공인데, 전작보다 아쉬운 성적이라고 기사 날까봐 걱정이다"라며 웃음 지었다. 부담감을 함께 짊어질 '장재현 장르'에 기대감이 더해진다.

영화 '파묘'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정작 장재현 감독은 '파묘'의 인기 비결에 대해 "배우들의 영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묘'의 주요 캐릭터를 맡은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그리고 이도현까지, 의심의 여지 없이 한 작품을 맡아 이끌어가기에 부족함 없는 배우들이다. 하지만 그런 배우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덜어냈다. 이를 통해 '묘벤져스'(파묘+어벤져스 합성어)라고 불리는, 전무후무할 '앙상블'을 완성했다.

'묘벤져스'의 수장 최민식은 영화 '명량'으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깨지지 않는 한국 영화 역대 흥행작 1위의 기록(1,761만 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파묘'를 통해 두 번째 '천만 영화'를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새기게 됐다. 그는 '파묘'의 무대인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관객에게 받은 고양이, 판다 머리띠를 착용하며 환하게 미소 지었고, 과자 가방을 들고 신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파묘'의 관객을 향한 최민식의 뜨거운 진심은 '파묘' 열풍의 한 축이 되기도 했다.

유해진은 무려 네 번째 천만 영화를 갖게 됐다. 영화 '택시운전사'(1,218만 명), '베테랑'(1,341만 명), '왕의 남자'(1,051만 명)에 이어서다. 한국 영화 속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펼쳐온 유해진은 장재현 감독의 표현대로 "과함도 덜함도 없는 기가 막힌 연기 장인"임을 늘 스스로 입증해 내고 있다.

영화 '파묘'스틸컷 / 사진 : 쇼박스

김고은과 이도현은 처음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갖게 됐다. 김고은은 영화 '은교'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작품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흥행면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왔다. 하지만 '파묘'에서 대살굿 등 오랜시간 무당과 함께하며 몸에 배어있는 디테일로 '화림'을 완성하며 배우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도현은 스크린 데뷔작에 '천만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김고은이 맡은 화림과 봉길은 남다른 사제 케미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바, 두 사람이 나란히 갖게 된 '천만 배우' 타이틀에도 훈훈함이 더해진다. 이들을 비롯해 부자 박씨 역을 맡은 김재철, 어린 무당 박자혜 역의 김지안, 무당 오광심 역의 김선영 등도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자신의 커리어에 '천만 영화'를 올렸다.

'파묘'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도 큰 몫을 더했다. 역사, 코믹, 액션 장르가 우세했던 한국 영화 흥행작에 오컬트라는 장르가 더해졌다. 오컬트 장르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관상', '더 킹' 등의 작품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판타지 소설 '퇴마록'을 영상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욱 다양해진 한국 영화는 관객으로 다시 극장을 북적이게 하며 새로운 화두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감을 더한다. 그 모든 중심에 '파묘', 그리고 천만 관객의 든든한 사랑이 있다.

영화 '파묘'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영화 '파묘'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 더보기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