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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 눈덩이 영풍, 고려아연 발목잡은 속내는?

조한진 기자 ㅣ hjc@chosun.com
등록 2024.02.23 16:11

최家 vs 장家 고려아연 배당금 신경전…영풍 배당금 없으면 적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각 사 제공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이 배당과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에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하며 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한 고려아연은 3세 경영을 시작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영풍이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배당책과 일부 정관변경 안건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올해 기말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는 것은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19일 개최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 승인 안건을 처리하기로 한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금 여력이 충분함에도 지난해 6월 중간배당금(1만원)과 합한 2023년 1주당 현금배당금이 총 1만5000원으로 전년(2만원)보다 5000원 줄었다며 주주들에게 회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배당에 더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오히려 전년보다 증가했다고 반박한다.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더해 중간배당 1만원과 1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3%로 지난해(50.9%)에 비해서도 훨씬 늘었다는 설명이다. 환원액만 보더라도 2022년 3979억원에서 2023년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기준 전년 대비 28.3% 줄어든 65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매출도 13.5% 감소한 9조7045억 원을 기록했지만 주주환원율은 늘어나 주주친화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고 있다. 영풍이 돌연 고려아연의 배당 정책을 문제 삼은 것이 수 십 년간 이어온 협력이 깨지고 가문간 분쟁의 서막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배당금을 줄이지 말 것을 요구한 이유를 영풍의 부실경영을 사실상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메워온 그동안의 실적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3년간 영풍의 경영실적(별도기준) 추이를 보면 매년 조단위 매출액을 내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에는 728억원, 2022년에는 1078억원, 2023년 16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3504억원 적자다.

특히 영풍이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은 한 푼도 없다. 그럼에도 최근 3년간 영풍의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높았다. 이는 매년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하는 대규모 배당금에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2018년 507억원을 시작으로 최근 5년간 배당금 누적액은 3576억원에 이른다.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을 통해 당기순이익은 2205억원 흑자를 냈다. 본업에서 입은 손실을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메운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영풍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기말배당을 늘리게 될 경우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한 고려아연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한다"며 "통상적인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과도한 배당금 요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19일 정기 주총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주총에서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하며 니켈 공급망 구축에 협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은 지난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약 5272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장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도 함께 상정돼 주목된다.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면서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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