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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권전쟁 '뭉쳐야 산다'…재계 총수들 '합종연횡'으로 '경쟁력 UP'

임주희 기자 ㅣ ju2@chosun.com
등록 2024.01.11 16:22

최태원·정의선, CES 2024서 글로벌 기업 부스 방문…기술 협력 모색
현대차, 삼성전자·우버 등 타업종과 '합종연횡' 활발
"혼자서 다 잘할 수 없어…기술경쟁력 높이는 바람직한 전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아 투명 마이크로 LED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뉴스1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은 물론 유럽연합 등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한국 기업들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 계기로 한국기업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기회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며 자동차-전자-배터리 등 서로 연결되는 업종이 늘어나 기업들 간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협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른 업종과 협력함으로 인해 기술경쟁력과 수익성이 높아지는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에서 한국 기업 총수들간의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사의 기술력을 점검할 뿐 아니라 경쟁 기업이더라도 배우거나 협업할 것이 있나 둘러보고 미래 신사업을 구상하는 등 기술 협력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경쟁사 전자제품을 둘러보거나 하면 그 자체로도 이슈가 됐지만 오히려 이제는 적과의 동침이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다.


현지시간 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CES 2024에서 전시부스들을 적극 둘러보며 미래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공동전시관을 방문한 뒤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를 차례로 둘러보며 AI 등 미래기술 관련 현황들을 살폈다.


특히 삼성전자 부스에서 30분이 넘는 시간을 머무르면서 투명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시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텍스트를 읽어주고, 소리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을 눈여겨봤다. LG전자 부스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에 직접 탑승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에 관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CES 2024' 개막 첫 날인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뉴스1

정의선 회장은 HD현대 부스도 방문해 사촌관계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수소 등 신사업 관련 대화를 나눴다. 현대차와 HD현대는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기에 범 현대가(家)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정의선 회장은 SK그룹 공동전시관도 방문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HBM3E에 기반한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AI 포춘텔러', 수소 에너지로 운행하는 '트레인 어드벤처' 등을 체험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은 SK 댄싱카 부스도 방문해 SK온의 배터리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SK넥실리스의 동박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SK온은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과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에 적용 예정인 홈투카 서비스의 예시./삼성전자 제공

총수들이 CES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미래 시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 간의 '합종연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자동차가 움직이는 컴퓨터로 변하고, 가전이 인공지능(AI)을 품고 더 똑똑해지고 있다. 또한 가전 업체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완성차 업체에서 항공모빌리티를 제작하는 등 이전에는 다른 산업으로 구분됐던 것이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합종연횡에 활발하다. 독일의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할 것을 예고했다. 혼다와 소니는 손잡고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설립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그 차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비서'를 탑재한다.

10일(현지시간) 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기아가 우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수잔 앤더슨 우버 글로벌비즈니스사업부장, 니싯 쿠마 우버 글로벌사업개발 이사./기아 제공

국내에서 합종연횡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삼성전자와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집에서 차량 시동, 스마트 공조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차에서는 집안의 가전 등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CES 현장에서 삼성전자, 우버(Uber) 등과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42dot)은 삼성전자로부터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받아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플랫폼을 개발한다. 기아는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에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같은 합종연횡 움직임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제조업이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닌 모든 과학기술이 총집합된 융합체가 되고 있기에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잘할 순 없다"며 "글로벌 기업들과도 좋지만 국내 기업끼리의 합종연횡이 늘면 정부가 R&D 비용이나 세제 혜택을 줄 명분이 되기에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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