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소비자들이 멀쩡하게 잘 쓰던 갤럭시 스마트폰을 일방적으로 비활성화 시켜 멕시코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1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소비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7일 디지틀조선TV가 멕시코 현지 교민들에게서 제보 받은 내용을 취재한 결과, 삼성전자의 멕시코 법인은 올해 하반기에 소비자들이 현지 공식 법인을 통해 출고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던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그레이마켓은 공식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들어온 제품을 판매하는 채널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스마트폰에 "귀하의 휴대전화가 그레이마켓에서 구매됐으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치가 곧 비활성화될 수 있으므로 귀하의 정보를 백업하길 바란다"는 알림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난 뒤 스마트폰은 먹통이 됐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치에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했다. 한 소비자는 "구매한지 1년 가까이 된 갤럭시 A53에서 알림을 받았다"며 "멕시코는 회색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에 불법이 아닌데도 과도한 조치"라고 하소연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멕시코에서 다른 공산품들이 다 병행수입돼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삼성전자의 조치는 스마트폰을 더 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못 쓰게 만들면 결국 다시 구매해야 되기 때문이다. 제보에 따르면 삼성전자 멕시코는 스마트폰이 비활성화된 소비자가 공식 스토어를 통해 새 기기를 구매할 시 쓸 수 있는 30%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

멕시코 스마트폰의 5대 중 1대는 그레이마켓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멕시코 연방소비자보호국(PROFECO)은 지난 10월 19일 "스마트폰 비활성화 조치가 소비자 권리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조치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삼성전자 멕시코 법인은 그레이마켓에서 구매된 스마트폰의 차단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고 한발 물러섰다.

업계에서는 제조사가 직접 소비자들의 스마트폰을 비활성화시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일방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제품 보안과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스마트폰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사례가 확인된 만큼 삼성전자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먹통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않지만,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라며 "소비자가 문제 없이 사용 중인 스마트폰을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승인받지 않은 제품이기에 서비스 품질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용을 막았다"며 "다른 제조사들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