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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1심만 3년…사법 리스크 발 묶인 이재용

임주희 기자 ㅣ ju2@chosun.com
등록 2023.11.20 15:52

검찰, 17일 결심공판서 징역 5년 구형
글로벌 행보와 빠른 의사결정에 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승계 관련 재판이 장기화됨에 따라 총수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지분을 많이 소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3년 1개월에 걸친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및 회계부정 사건의 1심 재판 선고는 내년 1월 26일에 이뤄진다.

지난 17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계는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징역 3년 이하 구형을 기대 했으나 검찰은 이 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각종 위법 행위가 동원됐으며, 이 사건 최종 의사결정권자이고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지적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결심 공판에서 최후진술로 "두 회사(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신사업 신기술 투자, 지배구조 투명화 등의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며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며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판부의 결정만이 남은 가운데 재판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판부가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 '총수 부재' 리스크를 다시 겪을 삼성은 항소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삼성의 주장이 수용돼도 검찰이 항소하면 결국 마지막 대법원 판결까지 족히 3~4년은 걸릴 수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이듬해 구속 기소됐으며, 2021년 서울고등법원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해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길어지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행보를 보여야 할 총수의 발이 묶인 데다가 인사나 투자 등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이유다.

이 회장은 결심 공판 이틀 뒤 미래 사업 점검과 부산엑스포 유치 막바지 힘을 보태기 위해 유럽으로 곧장 출국할 만큼 글로벌 행보에 적극적이다. 이 회장 취임 1년 동안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방안을 물색하고, 신흥 시장 발굴에 나서고 있다.

다만 거의 매주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참석해야 하기에 장기간 출장은 어려웠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피고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직접 공판에 출석해야 한다. 불법승계 의혹 관련 공판은 105차까지 열렸으며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불가피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총 95번을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반도체 경쟁자인 대만 TSMC는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을 상대로 파운드리 유치에 힘쓰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경을 넘나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는 기업의 총수들과는 대비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빠른 의사결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과 같은 그룹의 중요한 사항들은 총수의 확인 도장이 필요하다. 재판 출석 일정과 최악의 상황으로 또다시 구속된다면 빠른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역시 조현범 회장의 법정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 사태가 길어지자 신규 투자, 대전공장 복구 대책 등 중대한 결정들이 유보된 바 있다.

연말 인사 또한 '안정'을 중점으로 단행될 전망이다. 총수의 부재에 대비해 관계사 대표이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파격적인 인사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당시 양사(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법률에 의거해 정한 것이다. 경영권 승계가 아닌 사업구조조정이 합병 목적이었다"며 "경영에 몰두해야 할 기업의 총수를 계속 묶어놓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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