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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회장 '애견사랑'…진돗개 보존부터 국가 이미지 개선까지

임주희 기자 ㅣ ju2@chosun.com
등록 2023.09.20 16:02

진돗개 순종 보존으로 첫 애견 사업 시작…1979년 한국 원산지 등록
보신탕으로 불거진 논란 잠식에 나서
1993년 '삼성안내견학교' 설립, 안내견 차별 없애는 노력 병행

진돗개와 시간을 보내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모습./삼성전자 제공

"진돗개가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세계견종협회에서는 진돗개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해 주지 않았다. 요구조건이 까다롭기도 했지만 확실한 순종(純種)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진돗개 순종 보존 노력을 이 같이 회고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이 '먼 훗날'을 내다보고 시작한 안내견 사업이 30주년을 맞았다. 시각장애인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줬던 안내견 사업의 30주년과 함께 이 선대회장의 애견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60년대 말경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다. 10여년의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끌어 올렸다.

이 선대회장은 진돗개 품종 보존에 그치지 않고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 직접 나섰다.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등록할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데 성공했다. 켄넬클럽은 심사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며 '품종 및 혈통 보호가 잘 돼 있는 견종'이라 평가했다.

이 선대회장의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애견 사업으로 확장된 것은 '88 서울올림픽' 무렵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보신탕' 문제로 연일 시끄러웠다.

올림픽 이후에도 유럽 언론은 한국을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소개했으며,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은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한국 상품 불매운동으로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을 서울로 초청해 집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애완견 연구센터 등에 데리고 가 한국 '애견 문화'의 수준을 보여줬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영국 동물보호협회의 시위는 취소됐고, 더 이상의 항의도 없었다.

이 선대회장은 세계 속에 한국의 애견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1993년부터는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권위 있는 세계적인 애견대회인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다. 2013년 대회에는 진돗개 '체스니'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을 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일본에 청각 도우미견 육성센터를 설립했고, 일본 유명 야구선수 '나가사마 시게오'에게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지난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들과 시각장애인 파트너,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삼성전자 제공

이 선대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신념으로 1993년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안내견학교'가 설립됐다. 이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다.

삼성은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정부와 국회도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함께 나서면서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도적인 변화가 이어졌으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이 선대회장의 노력은 애견 관련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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