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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까이 볼수록 '사랑'이었다…'너의 시간 속으로'

에디터 조명현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3.09.16 00:01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출근 후 사람들과 일정 체크도 하고, 별 다를 바 없는 하루 같지만, 준희(전여빈)는 껍질뿐이다. 자신의 전부 같았던 연준(안효섭)이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데 이를 믿을 수 없다. 그렇게 껍데기만 남은 듯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불명의 택배가 도착한다. 그 안에 담긴 건 카세트와 테이프. 준희가 카세트를 틀고 이를 귀에 꼽는 순간, ‘내 눈물 모아’가 플레이되고, 준희는 1998년, 18세 소녀 민주(전여빈)의 몸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건 연준과 같은 모습의 시헌(안효섭). 시헌은 민주를 좋아하는 가장 친한 친구 인규(강훈)을 위해 둘을 이어주려 한다.

여기까지 보면, 타임슬립으로 과거로 돌아가 연인과 다시 재회하는 그런 류의 로맨스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민주와 준희, 연준과 시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사람의 외피가 아닌 내면을 바라본다. 18살 민주가 되었지만, 내면에는 36살의 준희가 있다. 외모는 꼭 닮아있는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소유자다. 민주가 극도로 내성적이라면, 준희는 극도로 외향적이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왜 준희가 민주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되었는지라는 커다란 물음표를 가지고 전개된다. 그리고 사이에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커다란 물음표가 작품을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라면, 같은 반 변다현(송지우)을 살해한데 이어 민주까지 죽이려는 범인에 대한 추리는 등장하는 캐릭터를 의심하고, 좀 더 세밀하게 보게 하는 힘이 된다. 그러면서 인물에 대해 한발 다가간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이 모두 가진 서사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차별점을 만드는 것은 배우들이다. 전여빈은 민주와 준희,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담는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걸음걸이, 습관 같은 몸짓, 말투 등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오는 차이는 그에게 마음을 키워가는 시헌뿐만이 아닌 시청자들까지도 금방 알아채게 한다. 지금 민주가 말하는지, 심지어 준희인 척하는 민주가 말하고 있는지. 그런 디테일을 통해 전여빈은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발을 붙이게 한다.

안효섭 역시 다른 사람인 시헌과 연준을 관통한다. 그가 시간을 넘어 관통하는 지점의 중심에는 사랑이있다. 안효섭은 시헌이 민주가 된 준희에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감정을 수채화의 질감으로 담아낸다. 종이에 언제 이렇게 물감이 번져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가득 채운 색이 너무 사랑스러워 계속 바라보게 된다. 친구인 민주를 바라보는 눈빛이 서서히 변하는 순간, 작은 스침에도 전해지는 미묘한 떨림 등을 통해서다. 시헌이의 마음 그대로 조심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는 안효섭으로 인해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관통하는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철석같이 믿고 싶어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판타지가 발을 붙이게 하는 전여빈과 그 사랑을 철썩같이 믿고 싶어지게 하는 안효섭의 만남이다. 여기에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OST는 작품을 닫은 후에도 준희와 연준의 사랑을 계속 입으로 흥얼거리게 한다. 12부라는 조금 긴 호흡의 시리즈를 이어가게 하는 힘이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차별화된 지점일 수 있다. 전체 구성 12화. 넷플릭스 상영.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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