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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네이버 주주시군요” 가장 ‘한국적’이라는 AI ‘클로바 X’ 써보니

강나윤 기자 ㅣ muse@chosun.com
등록 2023.08.25 17:51

문맥이 자연스러운 한국어 답변, 출처/참고 링크 자동으로 추가해 제시
편향된 질문이나 답변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엔 구체적인 대답 차단
‘최수연 대표, 소통형 CEO’ ‘네이버 주주로서 발전 기원’…“K 정서 담겼다”

'클로바X' 이용 모습. 답변 하단에 참고 링크가 자동으로 제시됐다./이용 화면 캡쳐

네이버가 베타테스트로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X'를 25일 사용해보았다. 토종 AI답게 '한국적인' 답변에 강점을 보인 반면, 오류나 환각 현상이 나타나는 한계도 있었다.

클로바X 홈페이지에 처음 진입하면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질문 예시가 나와 있어 사용자의 문턱을 낮췄다. 하단 대화 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이 나타나는 방식은 오픈 AI의 챗GPT나 구글 바드와 비슷하다.

답변이 제시되는 방식은 챗GPT처럼 문장이 글자 단위로 순차 완성된다. 타이핑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질문이 복잡해질수록 문장이 끊겨서 생성되고 속도가 느려진다. 바드는 몇 초간의 구성시간을 거쳐 답변 전체가 한 번에 제시된다.

클로바X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출처가 된 링크를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다. 질문의 각 요소들을 고려해 구체적인 답을 내놓고, 출처가 된 자료나 참고하면 좋을 링크를 하단에 나타낸다.

클로바X는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질문에는 신중히 답하는 모습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 것이 좋겠나’는 질문에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당을 지지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혐오표현으로 분류되는 단어들의 뜻에 대해 물었을 때에는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혐오적인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도 강조했다.

편향된 답변을 소거하는 것은 네이버가 AI 개발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다. 네이버 관계자는 “초거대 언어 모델이 종교, 도덕 등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에 대해 편향적으로 발언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새로운 대량의 한국어 데이터셋을 제안한 연구를 이번 개발에도 활용했다”며 “이외에도 AI 윤리팀 구성, 'red teaming'을 통한 고도화 등 다양한 노력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상으로 만들어낸 ‘1898년생 친일파 김지호’에 대해 알려 달라 했을 때 클로바X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무분별한 친일파의 언급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해당 인물이 친일파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챗GPT가 ‘1898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나 독립운동 활동을 했으나 1920년대 중반 일본의 강압에 의해 일본 정부에 협력, 친일파가 된 인물’이라고 설명을 만들어낸 것과 비교됐다.

'소꿉친구 김철수'에 대한 삼행시를 요청한 모습. 위에서부터 '클로바X', '챗 GPT', '바드' 순./각 이용 화면 캡쳐

무엇보다 클로바X는 ‘가장 한국적인’ 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가상으로 지정한 소꿉친구 ‘김철수’에 대한 삼행시를 요청했을 때 문맥이 자연스러운 답변을 냈다.

또 기자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요청하면서 ‘네이버 주주’라고 부연하자 ‘네이버 주주로서 자부심과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며 ‘강력한 네이버의 주주님, 나날이 발전하는 네이버와 함께 윤택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는 답변을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을 땐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 대한 설명과는 달리 찬사를 섞은 답변을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이때도 등장한 ‘윤택한 삶’이라는 표현은 앞서 요청한 삼행시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였다. 생성형 AI는 사용할수록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이다.

'클로바X'에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 대해 질문한 모습./이용 화면 캡쳐.

한편, 클로바X의 답변에는 비속어가 섞이기도 했다. 클로바X에 “신촌 부근에서 밤에 술 한잔 하기 괜찮은 분위기 좋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다섯 곳의 식당을 나열하고 각각 설명을 하던 중 “존맛 안주 맛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라 덧붙였다. 답변의 출처가 된 네이버 블로그 후기 글에서 따온 표현으로 보인다.

초거대 AI의 태생적 한계로 꼽히는 잘못된 정보 제공, 즉 ‘환각 현상’도 나타났다. ‘ㅅㄷㅈ’으로 시작하는 세 글자 단어를 알려달라고 하자 ‘세탁기’, ‘손빨래’, ‘서울역’, ‘샌드위치’처럼 질문에서 어긋난 답변이 포함됐다. 처음 분위기 좋은 신촌 술집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땐 ‘인공지능 언어모델로 개인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추천해주기 어렵다’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가, 대화가 이어진 후 같은 질문을 하자 네다섯 곳의 식당을 추천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클로바X를 체험해본 30대 직장인 A씨는 “클로바X는 상냥하면서도 선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이라며 “사회성을 키운 K-직장인 같다. 한국스러운 정서가 곳곳에서 느껴져 재밌다”고 했다. 20대 대학생 B씨는 “AI가 감정에 공감하거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답변을 내놓는 게 재밌다”며 “한국어를 더 많이 학습했다더니, 마지막 문장에 붙이는 응원이나 당부 등에서 챗GPT와 결이 다른 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현재 클로바X는 대화 개수를 3시간에 30개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많은 인프라 자원을 필요로 하는 초거대 AI 기반 기술이다 보니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수를 제한했다. 구글 바드도 서비스 출시 초기 문답 횟수를 제한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서비스 정책에 대해선 ‘확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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