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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날아오른 로켓 쿠팡, 떨어진 롯데쇼핑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3.08.18 18:06 / 수정 2023.08.18 19:03

롯데쇼핑, 2분기 영업익 510억원...전년비 31% 줄어, 쿠팡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표
쿠팡 1위 향한 거침없는 성장세

한때 유통공룡으로 불렸던 롯데쇼핑이 온라인마켓이 주를 이루는 시장환경에서 도태되면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과거 라이벌로 불리던 신세계는 늦은감은 있지만 빠른 태세 전환으로 3위권에서 2위를 맹추격하고 있는 반면 롯데는 전략부재로 인해 올해 2분기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주력인 백화점 사업은 물론 이커머스, 홈쇼핑, 컬처웍스까지 계열사 전반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특히 출범 이후 9분기 연속 적자인 롯데온은 이제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쿠팡을 두고 "매년 1000억엔(약 1조1000억원) 이상 적자 내는 기업과 경쟁하지 않겠다"고 큰소리 친 롯데는 쿠팡의 영향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18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 시가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줄은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4%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그룹 순위도 13년 만에 포스코그룹에 밀려 5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롯데쇼핑 실적은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롯데쇼핑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6222억원,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2%, 30.8% 감소했다. 롯데측은 불황의 이유를 소비 위축 등 불황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 기간 쿠팡은 역대 최대실적을 갱신하고 있어 고물가와 소비위축 등은 궁색한 변명으로 비춰진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올 2분기 매출은 7조6749억원(58억3788만달러·이하 분기 환율 1314.68),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약 42% 늘어났다.

쿠팡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역대 최대인 1908억원(1억4519만달러)이다.

롯데쇼핑의 부진을 사업별로 살펴보면 주력인 백화점의 부진이 컸다. 롯데백화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0.9% 줄어든 822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영업손실 30억원에 매출은 1.3% 감소한 1조422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슈퍼는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지만 매출은 3250억원으로 2.2% 줄었다.

이커머스 사업 부문은 적자의 블랙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부 해결사로 영입된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출신 나영호 대표 체제에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적자를 거듭했다.

이 밖에 롯데홈쇼핑은 방송법 위반 제재 등에 따른 새벽 방송 중단 영향으로 부진했다. 매출은 15.2% 줄어든 2310억원, 영업이익은 92% 감소한 20억원을 기록했다. 또 컬처웍스는 매출이 1270억원으로 4.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9.5% 감소한 2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도 롯데쇼핑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증권가는 롯데쇼핑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11만원에서 9만원으로, KB증권은 기존 11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13% 하향 조정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올해 2분기 51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8% 감소한 영업이익을 낸 데 대해 "시장 기대치를 약 37% 밑돌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백화점 영업이익이 66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6.9% 줄었다"고 전했다.

온라인마켓이 대세로 자리잡은 환경에서 롯데쇼핑은 뒷걸음질 하다 못해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온라인 거래 시장 전체 53조7142억 원 중 쿠팡의 점유율은 21.8%로 가장 높았다. 2위는 네이버로 20.3%로 나타났다. SSG닷컴이 3위권에서 추격하고 있다.

과거 라이벌인 신세계에도 밀렸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통한 충성 고객 확보에도 뒤처졌다. 신세계는 6개 계열사(G마켓, 이마트, 신세계백화점·면세점, 스타벅스 등)가 참여한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을 선보이며 유료 멤버십 경쟁에 나서는 중에도 롯데온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롯데온 하나의 사업 군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갈피조차 못 잡는 모양새다.

롯데온에서 운영하는 유료멤버십 롯데오너스의 인지도는 사실상 바닥이다. 롯데 임직원들 조차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롯데 계열사에서 경쟁사 유로멤버십을 간접 홍보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낸 '극한특가 롯데데이' 보도자료에서는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를 활용하면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는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있다.

상호 협의를 통해 문구 삽입이 가능하다 해도 통상 직접적인 경쟁사 언급을 지양하거나 아예 제외하기도 하는 상황이지만 계열사 입장에선 같이 추락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의 추락 속에 신동빈 회장의 용병술과 전략에도 물음표가 짙어지고 있다. 3조원을 쏟아붓고도 이커머스 업계서 나 홀로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가 영입한 김상현 부회장과 나영호 대표 등을 두고 '인재 기용'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엇나간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로 말하자면 30미터 떨어진 아주 먼 그린의 끝에 혼자 낙오된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방이 필요한 상황인데 지난해 (롯데의 정기)인사나 회사에서 내놓은 해결책 등을 보면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경쟁업계에서도 롯데의 저력이라면 따라잡으려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같은데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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