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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늘 '웰메이드'를 해내는 배우 이성민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3.08.10 11:00
"저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것,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다른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즐거워요. 저에게 흥행이나 인기는 크게 괘념치 않는 점 중에 하나에요. 그냥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 그게 앞으로의 목표죠."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5년여의 무명생활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이성민에겐 오직 '연기'에 대한 열망뿐이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꿈꿨던 배우 꿈을 이루고 주연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성민은 그저 묵묵히 제 자리에서 '연기하는 배우'로 존재했다. 배우가 되고 싶던 소년은 어느덧 50대 중반이 됐고, 아직도 이성민은 쉴 틈 없이 연기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도 다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성민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을 이끌며 본 적 없는 형사물을 선보였다. 그가 맡은 '김택록'은 금오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거대한 비리와 사건의 온상을 밝히려는 늙은 형사다. 시즌 1과 2를 거쳐 반전에 반전을 더한 '형사록'은 입소문을 탔다. 그 중심엔 이성민의 연기력이 있었다. 작품을 마친 이성민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작품 만족도요? 저는 굉장히 만족했죠. 낯간지럽지만 웰메이드라는 말도 들었고요. 무엇보다 좋은 대본이었고, 감독님의 노력과 애쓺이 보였어요. 원래 대본보다 더 타이트하게 편집을 하신 것 같더라고요.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작품을 그렇게 후반작업 해주신 것도 좋았고, 음악도, CG도 연기할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홀로 고시원에 살며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늙은 형사 '김택록'.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주변에 사람을 두지 않으려 하는 택록은 사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함께 살을 부대끼며 일하는 후배들, 고시원 총무, 옛 동료들 모두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성민은 '형사록'이 가진 스토리 라인과 택록의 캐릭터성에 매료돼 작품을 택했다.

"'형사록'이 다른 작품과 다른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런 장르에서 나오기 힘든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작품에 끌렸던 지점이기도 하죠. 김택록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게, 매일을 기록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이름도 김택록이고요. 처음엔 김택록의 공황장애 설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부도 많이 했고요. 그런 지점에 신경을 쓰면서 연기했죠."

"처음에 원제는 '늙은 형사'였어요. 저는 그 제목도 너무 좋았어요. 나이 들고 나름대로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온 형사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지만, 캐릭터적으로도 김택록은 기존에 있던 다른 형사들과 다르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어요. 형사물 중에 사건 위주보다 캐릭터의 서사를 더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 잘 없는데 그게 잘 구현된 거죠. 그런 점에서 차별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성민은 '형사록' 시즌1부터 뛰고 또 뛰었다. "이제 그만 좀 뛰고 싶다"는 택록의 바람이 무색하게, 시즌2 엔딩도 뛰어가는 택록의 모습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마치 택록에게 달리기는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누구보다 빨리 뛸 수밖에 없는 직업을 연기했다지만, 이성민은 지천명 나이에도 꽤나 거뜬히 달리기와 액션을 해냈다. 이성민은 체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날렵해 보이고 싶어 다이어트까지 했다며 천상 배우다운 모습을 보였다.

"건강관리 비법은 따로 없어요. '형사록 시즌2' 때는 다이어트를 하느라 힘들었죠. 탄수화물과 단것들을 끊으면 다른 걸 많이 먹어야 하는데, 다른 것도 안 먹으니까 체력이 달리더라고요. 성아(경수진) 폭파 신에서 전화받는 장면을 촬영할 땐 세 번 정도 쓰러질 뻔했어요. (감독님이) 혈압이 빡 올라갔다 끊기는 느낌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카메라가 앞에 오니까 눈앞이 하얘지더라고요. 몇 번 주저앉았던 기억이 나요."

"사실, '형사록 시즌1' 끝나고 내가 봐도 '너무한 거 아닌가' 싶어서 6kg을 감량했어요. 시즌1 보시면 초반은 몸이 얇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두툼해지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서 부지런히 운동하고 잘 안 먹고 했죠. 저도 비주얼 걱정해요. 배우들은 다 해요. 저도 비주얼로 부각되고 싶은 마음이에요.(웃음)"
'형사록' 시즌2에선 배우 김신록이 합류했다. 이성민과 김신록은 전작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부녀 호흡을 맞춘 사이다. 이번엔 입장이 달라졌다. 이성민이 김신록을 상사로 두게 된 것. 연이어 작품에서 만난 김신록과의 호흡을 묻는 말에, 이성민은 "신록이가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웃어 보였다.

"시즌2에서는 김택록이 여청계로 가고, 그 팀장이 나랑 어떤 관계인지 듣고 '캐스팅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신록이는 그 역할에 꽤 일찍 캐스팅된 편이었고요. '재벌집 막내아들'에선 제 딸이었는데, 이번엔 입장이 다르잖아요. 신록이가 쾌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신록이가 이런 얘기 많이 했을 거예요. 저와 대화를 많이 섞었다고. 그전에는 감히 저와 대화도 못하죠. 하하. '형사록'에서 만난 신록이와는 더 많이 대화하면서 작업했어요.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제가 기가 죽어야 하는 입장이라서요. 캐릭터 힘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고, 그렇게 연주현 팀장(김신록)의 에너지를 살려보려고 애썼죠."
연기 경력만 35년이 넘는 이성민은 한 해에도 몇 작품에 참여하는 다작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특별 출연도 많다. 거의 매해 특별 출연, 우정 출연을 하고 있는 그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제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모두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캐릭터였어요. 특히나 캐릭터가 겹치는 건 피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게 찾아오면 저는 주저 없이 하는 편이죠. 게다가 제가 거절도 잘 못하기도 해요. 그동안 신세 진 분들이 워낙 많아서 그분들이 부탁하면 거절을 못 하죠. 그래서 많은 특별 출연에도 응하고요.(웃음)"
2012년 흥행작 '골든타임' 이후,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영화 '공작', 최근 방영한 '재벌집 막내아들', '형사록'까지. 이성민은 대중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매 작품 내놓을 때마다 '대상감'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의 연기력에 대한 대중의 믿음도 굳건하다. 이성민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해낼 뿐이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아직 남은 숙제가 많다는 이성민의 말에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이제는 그냥 관심을 받고 작품이 사랑 받는 게 행복한 거지, 제가 인기가 있어서 들뜨거나 흥분하진 않아요. 그 지점에 대해선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고 이제부터 배우로서 다르게 하고 싶은 건, 좋은 작품에서 멋진 캐릭터로 대중과 새롭게 만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게 앞으로 제가 가야 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앞으로의 숙제인 것 같아요."

"후배들이 선망하는 위치? 그런 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제가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많은 동료, 후배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거든요. 후배들도 저에게 최대한 격의 없으면 좋겠고요. 전 후배들이 아니라 동료들과 작업한다는 생각이에요. 이 친구들도 저를 그렇게 대해주면 좋겠는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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