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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회사는 옛말' 동원그룹, 종합 물류기업 닻 올린다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3.07.31 16:20

동원, HMM 투자설명서 수령...인수전 참전
육상 물류 동원로엑스, 항만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해상 운송까지 원스톱
50여년 역사 동원그룹...수산·식품·포장 이어 종합 물류까지 4대 영역 구축 나서

HMM 알헤시라스호 / HMM 제공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수산회사에서 시작한 동원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검토에 나서면서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마트 항만이라는 물류 부문 신성장 동력에서 나아가 HMM을 품으며 육상은 물론 해상까지 아우르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동원그룹은 1969년 김재철 회장이 작은 수산회사로 사업을 전개해 현재는 수산·식품·포장·물류 등 4대 영역을 아우르는 명실공히 종합식품생활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나홀로 50년 간 동원을 키운 김재철 회장에 이어 그의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새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구축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HMM 인수해 육상과 해상 잇나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최근 HMM 매각주관사 삼성증권에서 투자설명서와 예비입찰안내서를 받아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 물류 계열사 동원로엑스와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사업 간 시너지는 물론 종합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 측이 최근 HMM 투자 설명서를 받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물류 사업 시너지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 일환으로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육상 물류에는 동원로엑스, 항만에는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해상 운송까지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종합 물류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20.6%)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가 보유한 HMM 지분 40.6%다. 양 사가 보유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와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1조원을 주식으로 전환해 구주에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되면 예상 매각대금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약 5000억원으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해 부족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에 나서려면 쉽게 말해 쩐주가 필요한 상황인데 지분 투자나 펀드 조성, 인수 금융 등 지원받을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며 "여러 방면으로 검토에 나서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투자금융그룹과 협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동원그룹은 창업주인 김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맡고 있다. 장남 김남구 회장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범 동원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계열이 분리된 별도 회사라 재무적투자자로 참여 가능하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측은 "재무투자자로 참여 가능한 것은 맞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제안이 와 확정되거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HMM 인수 후보로 드러난 곳은 동원그룹을 포함해 총 5곳이다. SM그룹, LX, 하림에 이어 글로벌세아까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매각주관사 삼성증권은 다음달 21일까지 예비입찰을 접수 받고, 이후 적격인수후보를 추려 본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적극적 M&A로 끊임없는 업 확장

동원그룹은 지난 50여년간 과감한 도전과 한발 앞선 투자로 사업 외연을 확장하며 글로벌 생활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산은 물론 제조, 식품 등 여러 산업에 두루 진출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2008년 단행한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 인수가 대표 사례다.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 당시, 동원그룹은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에 인수하며 국내 식품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재철 명예회장이 태평양 사모아 어장을 누비던 선장 시절, 어획한 참치를 납품하던 가장 큰 고객사를 40여년이 지난 후 반대로 인수하게 된 것이다.

2011년에는 세네갈 국영기업으로 운영되던 SNCDS를 인수해 아프리카 참치캔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는 유럽 및 북아프리카, 중동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됐다.

과감하면서도 공격적인 M&A는 포장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에서도 지속됐다.

2012년 5월 대한은박지 인수를 시작으로 2014년 1월에는 산업용 필름, 상업용 인쇄, 판지상자 생산에 관한 특허를 갖고 있는 한진피앤씨를 인수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주류회사와 식음료업체가 사용하는 유리병, 캔, 페트병 등을 제조하는 회사 테크팩솔루션을 연이어 인수했다.

해외기업 M&A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2014년 10월 포장재업체 탈로파시스템즈를 인수했고, 2015년 10월에는 베트남의 최대 포장재 업체 TTP를 인수하며 글로벌 포장재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원그룹은 2017년 항만 물류와 창고 사업, 여객 운송, 렌터카, 국제 물류 등 사업을 하는 국내 대표 종합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동원그룹은 3자물류(3PL), 수송사업, 도매 물류사업 등을 운영하는 기존 동원산업 물류사업부문과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동원그룹 매출은 창사 이래 첫 9조원을 돌파했다. 김남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대 수치다. 최근에는 성장 가능성 높은 ▲육상 연어 양식 ▲스마트 항만 하역 ▲이차전지 소재 사업 등 그룹의 차세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확장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이익 창출력이 강화되며 사업적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며 "주력 사업 영역에서 선도적 시장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미래 투자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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