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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아파트 붕괴, LH 엘피아 담합 때문"…경실련 "LH 책임져야”

강나윤 기자 ㅣ muse@chosun.com
등록 2023.07.31 17:17

“발주처인 LH가 관리·감독 소홀히 해 사고 발생, 원인은 전관 특혜”
“건설공사서 가장 큰 책임은 발주처에…법적 책임지도록 해야”
"엘피아(LH+마피아)의 전관특혜에서 붕괴사고 비롯"

경실련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검단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나윤 기자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또 발견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순살아파트'와 관련, 핵심이 엘피아(LH+마피아)의 전관특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LH의 전관특혜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비리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31일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붕괴사고 공사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들이 모두 LH 전관 영입업체임을 확인했다”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관특혜와 관련되 실태조사나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LH 설계용역 수의계약과 건설사업관리용역 종합심사낙찰제 과정에서 불공정한 평가가 벌어졌는지 확인하고, 공정한 평가체계가 만들어지도록 시정을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검단 아파트의 설계·감리 등을 맡은 4개 업체에 대해 언급하며 이들이 LH 전관을 영입한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전관 유착으로 인해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건축사무소인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는 2021년 기준 1명인 LH 전관을 포함해 SH, 조달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토부 전관 등이 재직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검단 설계용역을 포함 총 12건, 386억원어치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특혜시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사 간에 수의계약이 어떤 과정으로 체결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목양건축사무소와 건축사무소광장에선 2021년 기준으로 LH 전관 재직자가 각각 3명, 4명씩 확인됐다.

목양 측은 "목양에서 근무하던 LH 출신 인력들은 전원 현장 기술직으로 근무했기에 전관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건설사업관리에 있어 설계도면, 구조계산서 등의 상호 일치 여부를 검토해야 했지만 설계자가 구조계산서 내용과 다르게 실시설계도면을 작성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경실련은 “설계부터 감리를 맡은 전관 영입업체의 부실한 일처리가 중첩된 결과 붕괴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며 “발주처인 LH가 이를 잘 관리·감독했다면 붕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LH 전관 영입업체가 LH 용역의 과반을 수주했다고도 밝혔다. 2015년에서 2020년까지 LH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용역은 총 536건, 9484억원이다. 그중 LH 전관 영입업체 47개가 용역 건의 55.4%(297건), 계약금액의 69.4%(6582억)를 수주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전관은 능력이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를 사는 것이다.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된 게 이번 LH 사태”라며 “건설공사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사람은 발주자다. 이번 감사 청구를 통해 가장 권한이 큰 발주기관이 가장 큰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적 제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시공사인 GS건설은 해당 아파트 전면 재시공을 발표했고 LH는 이 방안을 수용하는 입장을 냈다. 업계에서는 5500억원에 달하는 재시공 비용 부담을 사실상 GS건설이 온전히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온다. 경실련은 “모든 책임을 사실상 시공사가 가져가는 모양새가 돼버리고 말았다”며 “사업을 안전하게 완수해야 할 책임은 (LH가) 어느 주체보다도 높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 내 아파트 단지에 공급되는 상수도관 이물질 발생 현상, 남양주 공공분양 아파트 보강철근 누락 등의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뉴스1

한편,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인 철근 누락 사례가 공공아파트에서 무더기로 추가 발견됐다.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LH가 발주한 임대·분양 단지 중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10개 단지는 설계 미흡으로 철근이 빠져있었고 5개 단지에서는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지붕을 지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강 철근 시공이 안전을 좌우한다.

이들 중 이미 입주가 끝난 곳은 5개 단지다. LH는 부실시공이 드러난 모든 단지에 대해 보완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LH 공사 사장으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LH는 모든 분야에 대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15개 단지에 대한 설계가 어디에서 발주됐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감리는 언제 발주됐고 감리 관여한 자는 누구인지, 시공업체들은 어떻게 선정하고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모두 조사해 관련된 사람은 한치의 의혹 없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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