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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도 맞은 '상속세 폭탄'…기업 척추마저 휜다

강나윤 기자 ㅣ muse@chosun.com
등록 2023.06.21 14:39

넥슨 수조원대 상속세 물납으로 기재부가 2대 주주 등극
비상장주식 헐값 매각·매각 보류에 국고손실 날라 ‘우려’
애당초 상속세가 과해 생긴 일이라는 지적…“유산취득세 시행 필요"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뉴스1

“과중한 조세를 계속 고집하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는 더 큰 어려움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조세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상속세와 법인세 등 기업에 부여되는 조세가 과중해 이를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합치와 재정건전성 고려 등 고려할 사항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과중하다는 지적은 지속돼왔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에 비해 한참 웃돈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데, 일본은 상속재산을 공시가로 평가해 과세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이 더 높다. 게다가 대기업 최대주주에는 할증까지 더해 최고세율 60%를 적용한다. 우리나라에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7곳뿐인 실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는 이날 “‘상속세 폭탄’이 백년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 경영안정성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상속세의 무게에 못 이겨 경영권까지 매각한 사례도 있다. 손톱깎이 업체 쓰리쎄븐, 콘돔 업체 유니더스, 농우바이오, 락앤락처럼 국내 또는 해외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기업들이 그 예시다. 전문가들은 기업 매각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사업 구조 변화 등으로 기업 경쟁력과 근로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게임업체 넥슨의 상속세 납부도 주목받고 있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이 내야하는 상속세 규모는 6조원대로 추정된다. 6조원대의 상속세 규모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유족이 납부해야 하는 12조원 이후 두 번째로 크다. 김 창업자의 유족이 적용받은 상속세에는 기본 50%에 최대주주 할증이 붙었다.

김 창업자의 유족들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작년 7월 넥슨 보유 지분을 담보로 JP모건과 골드만삭스로부터 약 7000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4조7000억원은 넥슨 그룹 지주회사 NXC 주식으로 물납했다. 물납이란 현금 대신 국공채·부동산 등 현물로 내는 것을 상속세를 뜻한다. 국세청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NXC 주당 가치를 20% 더한 550만원으로 평가했다. 이로써 정부는 NXC 전체 지분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하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넥슨의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업계는 NXC의 물납 주식 매각에 대한 우려를 비치고 있다. 주식이 제값에 팔리지 않아 국고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상장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유동화가 어렵다. 실제로 물납제도가 시행된 1997년 이후 비상장주식 중 아직 처분하지 못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334종목, 총 5634억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납 주식을 제값에 매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캠코가 물납받은 금액은 1조4983억원이었으나, 실제로 매각해 받은 금액은 전체의 67.7%인 1조142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상장 주식의 특성상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외부인이 선뜻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캠코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334종의 평균 보유 기간이 10년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폐해엔 우리나라의 지나친 상속세율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애당초 상속세가 과중해 비상장주식까지 끌어 써야 겨우 납부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상속세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 삼성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조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삼성 총수 일가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부터 총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대규모 대출을 받았다. 기존 대출까지 합하면 세 사람의 대출 규모를 합하면 4조원이 넘는다. 경영권 악화 우려에도 일부 계열사 주식 매각까지 감행했다.

정부가 대기업에 상속세를 많이 부과하는 이유에는 ‘불로소득’의 재분배로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함의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의미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상속세수는 전체 국세의 1.4%에 불과하다. 경재계에서는 세원이 좁을뿐더러 세수기능도 약하기 때문에 부의 재분배라는 정의에 부합하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해외에서는 상속세를 무게를 덜고 있는 추세다. OECD 회원국 38개국 중 15개국에는 상속세가 없다. 상속세를 부과해도 실효세율이 낮거나 직계가족의 경우 면제해주는 등의 완화책이 있다. 기업이 법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경쟁력을 지속하면서 법인세를 납부하고, 기업 매각으로 인한 일자리 손실 등 예측 가능한 리스크를 없애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상속세 제도에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우철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도한 상속세로 상속 과정에서 승계 문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 존속에까지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 많은 근로자들의 계속 고용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더불어 정부가 기존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가 기본적으로 동일한 원리인데, 제도 간의 격차가 조세 체계 왜곡을 가져온다. 내적 정합성을 위해서도 유산 취득세를 통합하는 게 맞다”고 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세를 상속인이 각각이 취득하는 개별 재산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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