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 사진 : 웨이브 제공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딱 하루의 여행.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완벽하게 행복한 한 줄인가. 회사에서, 학교에서, 선생님에, 친구들에, 가족들에 치여 살다가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며 지낼 수 있는 딱 하루. 혼자 떠나는 여행이 그러하듯이 많은 부분이 비어있고, 또 그 비어있는 공간이 여행 중 만나는 누군가, 혹은 바람 소리나 자연의 풍경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아는 여자'(2004)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나영이 그렇게 하자고 손을 내민다. (일상에서 딱 하루만) 도망가자,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가볍게 짐을 챙기자고.
웨이브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는 참 묘하다. 약 20분 정도의 미드폼으로 구성된 8편의 에피소드는 주인공인 국어 선생님 박하경(이나영)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서울, 해남, 부산, 대전, 경주 등을 오가는 혹은 오가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흔한 악당도 없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악당은 없다. 국어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박하경이 떠나고 싶을 때, 길게도 아니다. 가볍게 짐을 챙겨서 떠나는 하루의 여행이 1.5 편도 아니고, 정직하게 에피소드 한 편씩에 담긴다. 그렇기에 각 에피소드의 장르도 각기 다르다. 멜로, 드라마, 휴먼, 그리고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자리는 각 장소의 맛집처럼 보는 이의 손을 이끌고 간다.
'박하경 여행기'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은 "그냥 되게 신나고 재미있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꿈꾸는 것 같은 이야기"를 이종필 감독은 손미 작가와 이나영과 함께 완성해 갔다. 콘티도 없었다. 시나리오는 있지만, 배우가 대사를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덕분에 처음 보는 누군가를 만나면 어색해서 보여주는 그 오묘한 엇박자가 '박하경 여행기'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나영은 박하경 그 자체가 되었다. 어느 정도냐면, 박하경이 대사를 하고 있을 때보다, 대사를 하지 않을 때의 시선, 끄덕임, 움직임 등이 보는 이들에게 더 많은 말을 건다. 각자 생각할 자리를 마련해두면서다.
딱히 힐링 드라마라고 표현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보고 나면, 많은 생각들이 머문다.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이유없이 눈물이 나기도 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의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종필 감독은 콘티도 없이 촬영한 수많은 클립들을 보고 또 보며, '박하경 여행기'를 한땀 한땀 완성해 냈다. 그리고 그 여행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음악들이 물결을 만든다. 배우 구교환, 길해연, 박세완, 박인환, 서현우, 선우정아, 신현지, 심은경, 조현철, 한예리는 정말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는 한 사람이 된다. 당장, 가볍게 짐을 챙겨서 어디론가 나서게 하고 싶어지는, 혹은 잠깐 그 사람을 만나고 온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작품이다. 총 8화, 웨이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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