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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칸 영화제 관객, '김시은'을 꽉 안아준 이유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3.02.11 00:01

영화 '다음 소희'에서 '소희' 역을 맡은 배우 김시은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다음 소희'를 보시고 한 관객분이 오셔서 '소희는 지금 없지만, 네가 지금 시은이로 살고 있어 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더 행복하게 잘 살아가면 좋겠다'라고 안아주며 말씀하셨어요. 정말 진심을 다해 소희를 받아들여 주신 것이 느껴져서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어요."

배우 김시은은 생애 첫 개봉한 작품으로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다음 소희'는 김시은에게 어떤 면에서 운명적인 작품이었다. 보통 신인 배우들은 오디션으로 발탁되기 마련인데, 김시은은 소희 역에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았다. 그래서 소속사에 강하게 어필했고, 정주리 감독님과 미팅 자리가 잡혔다. 그리고 미팅이 끝났을 때 정주리 감독은 '다음에 만날 때'를 언급하며 소희 역에 김시은이 발탁됐음을 알렸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소속사에서는 제가 첫 번째로 오디션을 보게 됐다고 하셨어요. 작품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오디션을 보면 1, 2, 3차까지 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다음 소희' 때 정주리 감독님은 한 번에 결정을 해주셨어요. 저는 너무 하고 싶지만 '감히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작품이거든요.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리딩도 시키지 않으셨어요. 대신 저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어요."

"시나리오를 어떻게 읽었는지를 물어보셨어요. 부끄럽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지 몰랐고, 저는 인문계를 다녔고 소희는 특성화고에 다녔지만 제 또래의 일이었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걸 제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너무 떨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제가 남들에게 속 이야기를 하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정주리 감독님을 만나 뵈었을 때는 믿음이 가더라고요. 아무도 알지 못 한 제 속 이야기를 꺼냈어요. 감독님께선 그것에도 공감을 해주셨어요. 어떤 알지 못하는 교류가 있었던 것 같긴 해요.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춤을 보여달라고 하실까 봐 춤 연습도 해갔었거든요. (웃음)"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소희는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특성화고는 취업률로 성과를 결정한다. 그래서 담임은 한 명의 학생이라도 회사에 보내려고 한다. 이를 현장에서 배운다는 뜻으로 '현장학습'이라고 한다. 소희는 그렇게 대기업과 연계된 콜센터에 현장학습을 가게 된다. 남들이 뭐라고 하면 주먹을 날릴 정도로 당찬 소희였는데, 콜센터의 파티션 안에서 점점 작아진다.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는 받기 어렵지만, 실적이 나쁘면 질타를 받게 되는 곳. 고객의 험한 감정을 모두 받아내야하는 곳. 그곳이 '현장학습'이었다. 그리고 고립된 소희는 그렇게 홀로 저수지에 몸을 던지게 된다. 이는 지난 2017년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김시은은 '소희'를 연기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장면이라 다시 촬영해야 했다. 그중 한 장면은 고객이 소희를 성희롱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 장면이 좀 수치스럽고, 불쾌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장면 찍을 당시에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소희는 사실 눈물이 많은 아이는 아니거든요. 저는 눈물이 나는데, 소희는 그러면 안 돼서요. 참고 다시 찍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감독님이 엄청 디테일하고 섬세한 분이세요. 연기할 때도 그랬지만, 그냥 저를 바라봐주실 때도 느껴졌어요. 그러면서도 말로 많은 표현을 하지 않는 분이신데, 어느 날 그러시더라고요. '시은아, 너는 현장에서만 소희이면 돼. 일상생활에서는 힘들어하지 않아도 돼'라고요. 너무 감사했던 게 제가 전적으로 믿고 있는 분이 정답 같은 말씀을 해주셔서 해소가 많이 됐어요."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함께한 배두나는 김시은에게 "윤슬 같은 존재"였다. 그는 "선배님 존재만으로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셨거든요. 그런데 저에게 연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다라는 말씀은 진짜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어요. 그냥 잘하고 있다는 눈빛과 현장에서 제 것을 봐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되거든요. 배두나 선배님께서 '다음 소희'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몸소 느껴졌어요. 제가 선배가 된다면 이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선배님이 윤슬 같은 존재 같아요. 물에 비친 빛들 있잖아요. 그런 존재로 느껴졌어요"라며 깊은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시은은 언어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외대 체코슬로바키아 학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그리고 떠올린 것은 "배우"였다. "대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그 이후에 연기 쪽으로 진로를 정했어요. 드라마 오디션이나, 회사 오디션을 봐서 작품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어온 것 같아요.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영화 '다음 소희'에서 '소희' 역을 맡은 배우 김시은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겪어보지 않은 일들이 많을 거잖아요. 좋은 일도 있겠지만, 힘든 일도 있을 거고요. 그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제 방향을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콕 집어서 '이 말이 자극이 됐어요, 공감이 됐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저 사람이 내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아'라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책 속 언어가 제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을 때요. 그렇게 될 수 있는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원래 롤모델이 없었는데, 지금은 배두나 선배님이신 것 같아요. 진짜 너무 멋있는 분이시거든요. 딱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시고요. 선배님의 그 영향력이 너무 좋아요. 저도 본받아서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다음 소희'를 본 관객들, 또 다른 소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있을까.

"'다음 소희'가 없으면 좋겠지만,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떻게 말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말을 해도 힘든 것엔 변함이 없을 거예요. 좀 조심스럽긴 한데요. 그냥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태어난 것만으로도 너무나 귀한 존재들이라고요."

영화 '다음 소희'에서 '소희' 역을 맡은 배우 김시은 / 사진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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