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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라디오스타', '노포'가 아닌 "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는 이유

하나영 기자 ㅣ hana0@chosun.com
등록 2023.01.18 15:29

라디오스타 간담회 / 사진: MBC 제공

"메이저리그 선수가 3천 안타를 쳤다고 했을때, 1년에 162경기를 하는데 매일 안타를 친다고 해도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3천 안타를 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첫 시작은 '무릎팍 도사' 뒤에 단 5분만 전파를 타던 코너였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가 사라지고,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스타'를 묶던 '황금 어장'이라는 틀이 사라졌음에도,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주 수요일 밤을 책임져 온 '라디오스타'가 무려 800회를 맞이하게 됐다. 김구라의 말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결과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는 '라디오스타'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이윤화 PD와 4MC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가 참석했다. 토크쇼라는 포맷으로 긴 시간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이윤화 PD는 "제가 조연출을 했던 프로그램에 연출로 오게 됐는데, 예전에는 날카로운 부분도 있었고, 왜 저러나 생각도 들었는데, 이번에 연출을 맡게 되니까 또 달라진 면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저희가 800회 특집을 녹화했을 때 김준현 씨가 족발집의 씨육수(밑국물)같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한때 모나기도 했고, 좌충우돌 MC들과 새롭게 온 MC들까지 씨육수처럼 푹 고아진 맛을 지금은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편하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라고 장수 비결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연출자로서 새로움을 추구한다면, 게스트가 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재료들의 새로움을 토대로 더 맛있게 끓여 내는 것을 고민하며 연출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윤화 PD는 "800회 동안 1,434명의 게스트가 '라디오스타'를 찾아주셨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은 숫자라는 느낌도 있다. 조금 더 마음을 열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저희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드릴 테니 거부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도 더했다.

중간에 1년 정도 하차한 기간을 제외하고 1회부터 자리를 지켜 온 김구라는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라며 "프로그램 수명을 현실적으로 본다면, 끝이 있겠지만, 그렇게 소멸된다고 해도 슬프지는 않을 것 같다. 천수를 다 누렸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것이 근시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앞서 '라디오스타'를 노포에 빗대기도 했던 만큼,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묻자 김구라는 "저희가 예전부터 음악 토크쇼를 진행해 왔는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포맷이다. 이러한 토크쇼가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어떤 게스트들의 변화는 있어도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 같다"라며 "아무래도 오래되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 자리를 지키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윤화 PD는 "'라디오스타' 자체가 돋보이는 지점이 있다면 조급함이 없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게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진정성이 생긴 것 같다"라며 "웹 예능이 핫하지만, 게스트보다는 MC들이 재미있게 해야만 살아남는 그런 것이 많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는 것은 토크쇼라는 것이 많이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저희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편안한 친구로 받아들여주시고, 좋은 게스트들이 많이 참여해 주신다면, 제가 본부장이 될 때까지도 쭉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장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국진 역시 2007년 9월부터 MC로 합류한 뒤,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감회가 어떤지 묻자 김국진은 "저는 방송을 관두었다가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 '라디오스타'였다"라며 "제가 아파서 한 주 녹화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 참여했는데, 저도 건강하고, '라디오스타' 역시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디오스타'를 지금까지 올 수 있게 다져준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세윤은 '라디오스타'의 장수 원동력에 대해 "영미한테는 미안하지만, 국진이 형과 구라 형의 몫이 큰 것 같다"라며 '김국진이라는 사람이 가장 김국진답게, 김구라라는 사람이 가장 김구라다운 공간이 '라디오스타'라는 생각이다. 그 안에서 형들이 큰 몫을 해주며 날카롭게, 때로는 편안한 매력을 만들어준 것이 800회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안영미 역시 "처음 MC를 맡았을 때는 제가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700회에 이어 800회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 꿈같고, 그 안에서 저는 혼인 신고도 하고, 임신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함께 겪으며 가족이 된 느낌이다. 이 장수의 비결이 뭘까 생각하면 세윤 오빠와 같은 의견이다. 두 큰 기둥이 든든하게 버텨준 덕분에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도 서로 친하지 않고, 아직까지 서로에게 적응이 안 됐다. 덕분에 권태가 올 일이 없고, 늘 새롭다"라고 자신했다.

김구라로 대표되는 '독한 맛'이 한때 '라디오스타'를 상징하는 색깔이었다면, 지금은 그때의 색깔이 많이 빠졌다는 평가도 있다.  '순한 맛'이 됐다는 말에 대해 이윤화 PD는 "중간중간 강 약 중강 약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제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은 만약 게스트 분들께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시청자들도 그걸 불편하게 여겨주시고,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순한 맛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최대한 불편함을 드리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드리고 싶다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것에 있어서는 '라디오스타' 최초 여성 MC인 안영미의 활약도 컸다. 안영미는 "장수의 비결이 순한 맛 덕분이기도 한 것 같다"라며 "예전처럼 독하기만 하고, 논란을 만들었다면, 지금 시대에는 장수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스트 분들께서도 조금 더 편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장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안영미는 "저 같은 경우 최초로 여성 MC가 됐을 때, 여자 MC로서의 강박이나 걱정보다는 그전에 계셨던 S(신정환) 오빠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비교를 많이 당했다. 그래서 초반에 힘들었다.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앉힌 것일 텐데 내가 그만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웃기지, 더 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고민이 많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잘리기 전에 내가 먼저 나갈까도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게스트를 돋보이게 하고, 그분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게스트 분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다 보니 저도 더 재미있고, 보는 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 친절한 광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독한 맛은 빠졌다고 해도, '라디오스타'만의 분명한 매력이 있다. 특히 게스트를 섭외하고, 조합하는 과정에서는 분명 '라디오스타'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조합을 만드는 비결에 대해 묻자 이윤화 PD는 "저희가 좋아하는 게스트는 자신의 색깔이 확실한 사람"이라며 "류승수 씨 같은 경우 자신의 세계와 색깔이 확실하다는 생각으로 끈질기게 설득을 해서 모실 수 있었다. 그렇게 모시고 싶은, 궁금한 분들을 시작점으로 생각해서 같이 나올 만한 분들에 대해 연상한다. 류승수 씨를 계속 예로 들면, 김호영 씨가 떠오를 것이다. '끌어올려'를 유행어로 만들고 가셨는데, 그렇게 극 I형과 극 E형을 조합한다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디오스타'만의 차별점에 대해 "출연을 꺼려 할 정도로 사전 인터뷰를 꼼꼼하게 해서 오픈되지 않은 매력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게 피곤해서 싫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새로운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들려드리고, 게스트 분들이 가진 매력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김국진은 "계절로 따지면 예전에는 춥고, 쉽지 않아서 방한복을 입으려고 했다면, 요즘에는 '라디오스타' 안에 봄이 있고, 여름이 있고, 가을이 있다는 생각이다. 춥지 않고, 따스한 온기가 있다는 것이 요즘의 '라디오스타'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분명한 변화는 있었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수요일 밤을 지켜갈 '라디오스타'는 매주 수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이날 방송되는 800회는 이경규, 김준현, 권율, 오킹이 출연하는 '팔팔하게 만나요 제발~!' 특집으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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