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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배우들의 호연이 개연성"…치밀하게 쌓은 스파이 액션 '유령'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3.01.11 18:10

사진: 조선일보일본어판DB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 '유령'에서 펼쳐진다. 작품은 '흑색단'이라는 항일조직이 신임 조선총독 살해를 계획하고, 이를 알아챈 이들이 스파이 '유령'을 색출하려는 이야기다. '유령'은 절벽 앞 호텔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심리전으로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의 언론시사회가 열려 이해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감, 박해수, 서현우가 참석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항일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는 용의자들이 외딴 호텔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유령'을 스파이 액션 장르라 소개한 이해영 감독은 "처음에 목표한 장르적인 색을 정확히 표현을 해주신 것 같다. 영화 중반까지는 그렇게 끌려가고 싶었고, 중반 이후부터는 온도가 뜨거워지고 역동적인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다"며 "전체적으로 캐릭터 무비로 보이길 원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빛이 나고 배우들의 호연이 구심점이 돼서 개연성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와 이하늬는 각각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와 총독부 통신과 암호 기록 담당관 '박차경' 역을 맡았다. 극 중 두 사람은 대립각을 세우는 역할을 연기, 액션으로 맞붙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설경구는 "제가 오히려 힘에 겨웠다. 이하늬 씨가 팔다리가 기셔서 붙으면 많이 버거웠다. 저는 기술이 많이 없어서 힘으로 하다 보니까 힘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하늬는 "저도 그 액션신을 계속 머리에 달고 6개월을 살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체력을 준비해야겠다. 찍는 날이 왔는데 제가 체력이 없으면 이도 저도 안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액션은 합을 맞춰서 멋있게 찍는 액션과 다르게 힘의 실랑이가 있어야 했다. 게다가 내가 역도산과 붙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번 작품에서 감정을 삭혀야 하는 인물을 소화한 이하늬. 그는 차경이를 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제가 연기한 톤들이 되게 웜톤에 가까웠다. 그런데 쿨톤의 캐릭터를 되게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속에서는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는데 겉으로 드러내선 안되는, 안으로 꾹꾹 눌러도 비집고 나오는 그런 감정을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라고 차경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차경이는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독립투사분들도 다 그렇게 사시지 않았을까 싶다. 내 마지막 순간을 위해 내가 지금 죽을 수 없는, 그런 삶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차경을 소화했다"고 덧붙였다.

박소담은 총독부 정무총감 직속 비서이자 도발적인 야심가 '유리코'로 분했다. 독하면서도 매혹적인 인물을 연기한 박소담은 "선을 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감독님께도 계속 여쭤봤고 스스로도 잘 하고 있는 게 맞는지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며 "유리코를 연기하면서, 감독님이 믿어주신 만큼 잘 해내고 싶었다"며 캐릭터를 맡은 책임감을 드러냈다.

유리코 역을 통해 선배 설경구, 이하늬에게 하극상을 벌이는 인물을 연기한 바, 박소담은 "유리코의 대사가 밖으로 혼자 내뱉으면 좀 그런 말이 많아서 속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슛 들어가면 최선을 다해서 힘차게 대사를 내뱉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선배님들이 저에게 에너지를 주셨고, 저도 그 눈을 바라보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소담은 이하늬와의 현장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하늬 선배님과 케미가 좋았다고 해주시는 게 왜 이렇게 기쁜지 모르겠다. 제가 이상하게도 하늬 선배님 목소리를 들으면 위안이 된다. 차경의 대사 '살아'라는 말이 그때 저에게 굉장히 필요했던 말이었다. 많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소담의 진심에 함께 했던 선배 배우들이 위로를 건넸고, 이 감독 역시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이해영 감독은 "촬영할 때는 소담 배우가 아주 컨디션이 좋을 때가 아니었다. 내가 이 아이에게 너무 극한까지 많은 걸 요구했구나 싶은 생각에 울컥했다"고 덧붙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하늬는 "소담 배우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큰일을 치르고 나름의 복귀작으로 이 자리에 왔다. 설레는 마음이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우리의 힌생과 땀과 피와 노력이 담긴 산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강조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끈끈한 케미와 호연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유령'은 오는 18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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