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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 속 노사상생 절실..한국타이어 금속노조 엇갈린 행보

김혜란 기자 ㅣ lift@chosun.com
등록 2022.10.24 18:12

전세계적 경기 침체 엄동설한 한국 기업들..일부 노조 파업 발목
한국타이어 금속노조 집단폭행으로 검찰 송치 등 불미스러운 일도
7월부터 미출근 ‘게릴라 파업’ 이어지며 생산차질 피해 커져

지난 1월 기자회견하는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뉴스1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부담과 달러당 원화값 하락으로 무역수지가 7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무역적자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가 밀려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생산활동에 들어가는 기업들의 비용 충격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위기)’이 예측되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 기업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노조 또한 직면한 상황을 인지하고 사측과 서로 양보하며 올해 임단협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완성차 기업 5곳(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차) 모두 노사간 분규없이 임단협 협상을 끝냈다.

기아의 경우 노조가 퇴직 후 75세까지만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겠다는 ‘평생 사원증’ 제도 축소를 두고 반발하며 파업 직전까지 가는 등 합의 과정이 험난했다. 하지만 반도체 대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불안정성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 노조의 행보는 여론의 비판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부담을 느낀 노조는 예정했던 부분파업을 철회하고 사측과 다시 한번 본교섭 테이블에 앉아 10월 13일 2차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고, 10월 18일 조합원 투표에서 65.7% 찬성을 얻어 국내 완성차 기업 중 마지막으로 올해 입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노조의 양보 없는 파업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타이어 업계 맏형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경우 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조합(이하 한국타이어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상은 마무리 됐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와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복수노조로 한국노총 ‘한국타이어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로 구성되어 있어 개별교섭을 진행 중이다.

한국타이어와 한국노총 한국타이어 노동조합은 지난 10월 12일 ▷기본급 5.0% 인상 ▷생산격려금 100만원의 잠정합의안에 대해 합의하고 협상 타결 조인식을 가졌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타이어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게릴라성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급작스럽게 쟁의 지침을 바꿔가며 공정 별로 파업을 벌이는 게릴라성 파업의 경우 예고 파업과 달리, 회사가 작업 일정을 조율할 시간이 없어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강성이라 알려진 동종업계 금호타이어도 ▷기본급 2% 인상 ▷생산·품질 경쟁력 향상 및 경영정상화 조기 달성을 위한 격려금 50만원 지급 내용으로 지난 10월 4일 조인식을 갖고 2022년 임금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한국타이어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임금협상에서 동종업계 대비 2배 이상 높은 인상률에도 더 높은 임금 인상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전체 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도 높은 편이다. 최근 5개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2017년 7100만원에서 2021년 7600만원으로 약 7% 상승했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6600만원에서 2021년 역시 6600만원으로 변동이 없다. 넥센타이어 역시 2017년 6500만원에서 2021년 6600만원으로 1.5%만 상승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7월부터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쟁의 지침을 내리고 하루 1시간에서 8시간씩 파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과 파업에 대한 협의 및 논의 절차 없이 금속노조원들에게 파업 중 재료 부족, 설비 고장, 각종 불가동 등의 상황이 발생해도 본인 설비 외 다른 설비 작업 금지는 물론 식사 교대도 하지 말 것을 지침을 통해 강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은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게릴라 파업으로 파업 공정에 대처할 겨를도 없이 설비를 세우고 타이어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리한 파업으로 불미스러운 마찰도 발생했다. 지난 6월 중순 일부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이 대전공장에서 사측 관계자를 집단폭행 한 것이다. 당시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LTR 성형 설비를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가동중단 시켰고, 이후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출근한 사무기술직 직원들과 마찰을 빚으며 벌어진 사건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7명이 지난달 공동 상해 등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됐다.

자동차와 타이어업계 등 동종 산업이 모두 만족하지 못하지만 한발 양보하고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계속되는 한국타이어 금속노조의 게릴라 파업은 대내외적 악조건 속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간 양보하며 적극적인 협상과 합의로 불필요한 손해와 경쟁력을 상실 하지 않도록 노력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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