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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으로 세계적 농업법인 ‘1893’ 꿈꾸는 류성식 대표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2.10.18 12:31 / 수정 2022.10.18 17:49

“복숭아 노지 스마트팜 조성해 한국판 Dole 만들고 싶다”
“장군 출신 농업법인 설립해 이천쌀과 복숭아, 꿀 등 판매로 연매출 18억”

농업회사법인 일팔구삼에서 쌀을 맛있게 숙성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종훈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가루 값이 치솟는 등 국가별 패권전쟁 구도에서 자급자족의 식량 안보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이천만 하더라도 농사 짓는 중년층조차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지으며 성공한 예비역 선배의 ‘인생이모작’ 선례를 보여주겠다는 1차 목표는 달성해가는 것 같지만 쌀농사만으로는 식량안보가 해결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우리밀이나 다른 작물도 국내 생산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아울러 복숭아 농장도 스마트팜을 조성해서 올해처럼 긴 우기가 지속돼도 당도를 유지할 수 있는 첨단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시 율면 ‘농업회사법인 (주)일팔구삼(1893)’ 사무실에서 만난 류성식(61·육사 39기) 대표는 전역 후 귀향해 농사를 시작한 배경과 앞으로 스마트팜을 조성해 농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식량안보에도 이바지하고 기업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 농업을 걱정하는 군 장성 출신의 대표가 IT의 빅데이터 AI를 이용한 미래 농업 개발을 통해 농업 발전을 시키겠다는 단호한 어투와 촉촉한 눈빛에서 여느 청년들에게도 쉽사리 느끼지 못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듯 매료됐다. 한국농업의 미래도 밝다는 희망을 엿보기까지 했다. 류 대표는 현재 쌀은 물론 이천의 명물인 복숭아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농촌인구 고령화와 기후온난화에 대응한 노지 복숭아 스마트팜 연구기반 조성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류 대표는 커피를 내어주면서 이천의 자랑인 ‘알찬미’에 대해 설명하는데 군인출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요리선생님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알찬미는 알이 차고 영양이 가득한 건강한 쌀이라는 의미로 이천 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알찬미는 겉모양이 깨끗하며 단백질 함량이 5.6%로 낮아 찰진 식감을 자랑한다. 매년 블라인드 맛 평가에서 일본 품종들을 제치고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수한 고품질 품종으로 육종가, 농업인, 소비자가 함께 참여해서 개발했다. 농진청이 이천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해들'과 '알찬미'는 재배가 수월하고 밥맛과 품질이 우수한 최고품질 벼 품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 대표는 “알찬미는 도열병,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하며 중생종으로 재배 안정성도 좋아 강한 태풍에도 잘 쓰러지지 않는다”며 “일본 품종은 벼의 키가 90cm로 높아서 태풍잘쓰러지는 반면 벼의 키가 70cm인 알찬미는 태풍에도 강하기 때문에 우리품종을 바꾸면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 농부 같지만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979년 육사 39기로 입학해 1983년 육군 소위로 임관 후 2017년 34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예비역 육군소장으로 전역할 때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모범 군인이었다. 장교라면 누구나 별을 달아보고 싶지만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한정된 자리이기도 하다. 그들을 좌지우지하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지냈고, 국방장관 보좌관, 30기계화보병사단장, 부사관학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잘나가던 류 장군이 초등학교 때 떠났던 고향에 돌아와 식량안보에 이바지하겠다며 지난 2020년 농업회사 법인 ‘1893’을 차렸다. 불과 2년만에 전역한 후배 군인들과 함께 소소하지만 흑자구조를 일궈냈고, 나아가 타고난 군인정신으로 이천의 자랑이기도 한 복숭아를 스마트팜으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까지 실천해 옮기고 있다. 스마트팜은 지금까지 생산한 자연 환경의 빅데이터를 모아 AI 시스템으로 구축 개발 예정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AI 조성에 특화된 성우 HS 등과 협력해 유기농 복숭아를 잘 키울 수 있는 비가림 농법을 조사 분석해 토양과 수분공급 등의 재배환경을 진단하는 장비를 구상하고 있다. 스마트 복숭아 농장 부지 확보를 위해 수천평의 토지 매입 등도 추진 중이지만 고가의 매입비용 등 걸림돌도 만만치가 않다. 류 대표는 “청년들이 스마트팜 등 도시를 떠나 식량안보와 농업기업을 만들고 싶어도, 이 같은 부지 확보에 걸림돌이 많다”며 “이런 부분은 정부차원의 공유부지 저가 임대 및 인큐베이터시스템을 구축하면 한국에도 세계적인 농업법인이 나올 수가 있다”고 전했다.

그가 첫 귀농을 결심한 데에도 이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시골의 인구분포 구조만 봐도 사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가 고향을 떠날 때 한 학급에 240명이었는던 율면 초등학교 입학생이 3명으로 줄었고, 율면에선 60대가 ‘젊은이’에 속한다고 한다.

농업회사법인 일팔구삼에서 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종훈 기자

1893은 류 대표가 전역한지 3년 차에 주주 9명,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부친이 남긴 복숭아 과수원을 가꿔 복숭아를 직접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등에 내다 팔았지만 경매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해 직판 필요성을 절감했다.

일팔구삼이라는 회사 명칭은 그가 태어나 살던 고택(古宅)이 1893년 만들어진 데서 따왔다. 그는 고택을 사무실 겸 카페로 개조했다. 직원 4명 가운데엔 연대장이었을 때 대대장이었던 예비역 장교, 소대장이었을 때 병사로 근무했던 대학교수 등 ‘군대 인연’이 적지 않다. 그의 회사는 창업 첫해 매출 2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엔 매출이 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예년보다 길어진 우기 탓에 복숭아의 당도가 유지되지 않아서 품질 유지 차원에서 수확을 포기했다. 대충 팔아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류 대표는 “당도가 떨어지는 복숭아를 내다 팔게 되면 1893에 대한 브랜드 신뢰가 떨어진다”며 “고객들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윤이 줄어드는 것은 감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 대표가 최상의 자연 환경에서 양봉한 천연 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는 18억 원의 매출을 앞두고 있다. 품목은 예로부터 임금에 대한 진상미로 유명한 이천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최상의 자연 환경에서 양봉한 천연 꿀 등도 판매하고 있다. 쌀의 경우 골짜기에 있어 바닥이 깊고 물이 풍부해 기름진 논인 고래실 논에서 키운 것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논에서 키워진 밥맛 뛰어난 품종의 벼를 수확해 정미소 창고에 보관하다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바로 도정해 2㎏부터 10kg까지 단위 포장한 쌀을 택배로 보내주고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쿠팡, 네이버 등 온라인 오픈 마켓이 차지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앞으로 친환경의 빅데이터를 모아 AI 시스템을 구축한 후 복숭아 스마트팜은 물론 보리, 콩 등 각종 곡류까지 스마트팜을 확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인생이모작을 시작으로 친환경 농산물 스마트팜으로 1893을 ‘미국의 돌, 싱가폴의 스미후루’처럼 키워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생산·유통을 집적화한 대규모 스마트팜 특구를 만들어 노인들만 농사 짓는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젊은이들도 도전하는 식량안보의 기틀을 만들고 싶다는 설명이다.

일팔구삼이라는 회사 명칭을 만든 그가 태어나 살던 고택(古宅)/김종훈 기자

류 대표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량 안보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식량위기가 온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우리나라 식량 안보에도 기여하고 농업법인으로 한국의 대표브랜드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 스마트 팜을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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