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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강렬한 근육질 몸매에 내뿜는 파워 '럭셔리 SUV' 원톱 '올 뉴레인지로버'

김혜란 기자 ㅣ lift@chosun.com
등록 2022.08.29 17:22 / 수정 2022.08.29 17:41

랜드로버 심장에 대한 갈증, BMW V8엔진으로 심장까지 바꿨다
급가속도 안정감, 후륜 조향 커브길도 무난하게 대응
'퍼스트클래스' 연상 2열, 테일게이트 활용 시 차박도

50년의 역사 속에서 ‘명품 SUV’라는 장르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한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5세대 풀 체인지 모델인 ‘올 뉴 레인지로버’는 그동안 심장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버리려는 듯 ‘새 심장’ BMW V8 을 달고 9년 만에 돌아왔다. 벤츠 G클래스 G바겐 등 오프로드 명품 ‘아이콘’ 타이틀을 넘볼 정도로 오프로드 주행 능력이 좋아졌다. 물론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 측은 경쟁모델이 없다고 자부한다.

지난 26일 서울서 강원도 홍천으로 가는 길은 고역이었다. 멀미가 날 만큼 구불구불 거리는 길에 대형 관광버스 특유의 냄새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3시간의 짧은 ‘여독’은 신형 레인지로버를 보자마자 바로 씻겼다. ‘사이다’ 같은 주행 성능과 바다 위 고요한 요트 같은 정숙성 때문이었다.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는 이날 강원도 홍천과 인제 일대에서 신차 출시 시승회를 가졌다. 시승은 세이지우드 홍천부터 시작해 아르고 체험장을 거쳐, 인제 박달고치 정상까지의 국도와 산길 등 총 77km의 코스로 마련됐다.
첫인상은 ‘로고 없는 명품백’이랄까. 다른 럭셔리 차량과 달리 화려한 엠블럼이나 LED 조명 없이도 빛이 났다. 차체를 쓸어보니 매끄러운 도자기 표면을 만지는 것 같았다. 패널 간 단차가 거의 없고, 히든형 손잡이를 적용한 영향이다. 랜드로버는 “이음새와 경계를 최소한 모던 럭셔리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정교하게 완성된 올 뉴 레인지로버는 0.30Cd라는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해 전 세계에서 공기역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럭셔리 SUV로 거듭났다.

시승은 최상위 트림인 롱 휠베이스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모델로 진행됐다. P530 오토그래피는 4.4리터 bmw V8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이 차의 제로백(0-100km/h 가속 시간)은 4.7초, 최고속도는 250km/h다. 국내 복합 공인연비는 6.8km/ℓ(도심 5.6, 고속 9.0)다. 주행 중 벌초작업을 하는 트럭들이 곳곳에 있어 제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차량이 운전자의 원하는 대로 즉각 반응하며 한 몸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올 뉴 레인지로버 터치스크린을 통해 전면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습./김혜란 기자

올 뉴 레인지로버는 전장이 5m가 넘고, 무게가 2.7톤이 되는 ‘거구’다. 그런데도 소형차인 ‘스파크’로 커브를 돌 때만큼이나 날렵했다. 후륜 조향이 가능한데다 48V(볼트)의 전자 롤 컨트롤(eARC) 시스템이 더해진 영향이다. 커브를 돌고, 가속을 할 때 차량이 뜨지 않게 수평을 맞추게 한다고. 뒷바퀴는 최대 7.3도의 조향 각을 제공하며, 저속에서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킨다. 고속 주행 시에는 앞, 뒷바퀴가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한다.

최근 폭우로 피해를 본 차량이 많은데 이 차량은 침수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기존에 ‘강남 사모님 차’라는 도심 SUV 이미지를 떨치려는 의도인지 이번 시승 행사는 오프로드에 할애된 시간이 많았다. 올 뉴 레인지로버의 도강 능력은 수륙양용 차량이 다니는 아르고 체험장에서도 무리가 없었다. 깊이 90cm의 하천도 지나갈 수 있다.

차량이 언덕을 지날 땐 경사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렵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전방 상황을 카메라 화면으로 제시한다. 이때 올 뉴 레인지로버의 터치스크린 위치가 아쉽다. 운전자와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센터페시아 높이가 공조장치 아래에 놓여 있을 정도로 다소 낮은 탓이다.

오프로드 주행 모드는 지형별로 진흙, 모래, 흙 등 6가지로 다이얼을 돌려 바꾼다. 차량 높이나 엔진 토크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작동 시켜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다이얼을 너무 빠르게 돌려 모드 적용이 되지 않는 오류가 생기기도 했다. 이럴 때는 시동을 끄고 차량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

또 ‘트윈트랜스퍼’라는 버튼을 누르면 경사로를 내려갈 때는 브레이크를 따로 밟지 않아도 알아서 속도 조절이 된다.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때 이 기능을 사용해도 좋겠다.

그간 랜드로버는 소프트웨어(SW) 계통에서 잦은 오류로 많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번 신차에 업계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LG전자의 피비 프로(PIVI Pr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돼 '세컨드카','1+1'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잔고장의 대명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일게이트를 활용한 공간활용 예시 및 테일게이트에 부착된 스피커의 모습./김혜란 기자

아르고 체험장에서 박달고지까지는 가는 길은 2열에 올랐다. 이른바 ‘회장님석’에서의 시간은 오프로드에서 느꼈던 긴장감을 해소하는데에 도움이 됐다.

거친 산길과 각종 커브길을 오가는 데에도 차가 한쪽으로 쏠린다는 느낌 없이 안락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선두 차량들이 울퉁불퉁한 지형을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괴리감을 느꼈다.

2열은 마치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에 자리한 것 같았다. 리클라이닝 버튼을 누르면 1열 조수석이 제쳐져 다리를 뻗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확보된다. 안마기능도 5단계나 있다. 주행 중에도 랩톱을 사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회사 의전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분리형 테일게이트는 나만의 아지트로 변신한다. 테일게이트 상단에는 스피커도 부착돼 있어 차박이나 차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좋겠다.

올 뉴 레인지로버의 가격은 2억 원대다. 트림에 따라 스탠다드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97만 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437만 원, 롱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1007만 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047만 원, 7인승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537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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