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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윤경, 권모술수에게 직진? "고백이라 생각하지 않고 연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8.27 00:0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역을 맡은 배우 하윤경 /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왜냐하면, 나는 그런 남자를 좋아하니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에서 최수연(하윤경)이 권민우(주종혁)에게 던진 말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누군가에게는 러브라인의 시작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운 전개의 당황이었다. 과연 최수연은 권민우에게 사랑이었을까, 동료애였을까.

지난 18일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7.5%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로펌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윤경은 우영우의 한바다 동기 변호사이자, 대학교 동기이기도 한 최수연 역을 맡았다.

최수연은 우영우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다.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영우의 물병을 열어주고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는 날을 알려주려고 한다.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 그런 최수연은 '하윤경'을 만나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햇살'이 되었다. 사실, 다들 누군가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하윤경은 꾸미지 않고, 덧대지 않고, 그대로 그려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하윤경)이 우영우(박은빈)에게 '봄날의 햇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 사진 :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캡처

사실 최수연 역에 처음 캐스팅됐을 때부터 하윤경은 '봄날의 햇살'이라는 단어를 마주했다. 캐릭터 소개에 명시되어있던 단어였다. '도대체 누군가에게 봄날의 햇살이 되려면 얼마나 좋은 사람인 거야?' 궁금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메가폰을 잡은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에게 물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연애도 하고 싶어 하고, 열정적으로 일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어찌보면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답을 들었다. '봄날의 햇살'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때였다.

"여러 모습의 변호사가 있겠지만, 최수연이라는 변호사는 열정적이고 감정적인 면이 있어요. 그런 부분이 부족함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요. 최선을 다해 밤새 사건을 준비해요. 꼼꼼하고, 똑 부러지는 면도 있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녹이려고 했어요. 법정 장면에서는 전달을 잘하고 싶어서 발음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수연이는 그 반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허술한 면모가 있잖아요. 그런 허술한 면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인간적인 면이라고 생각했고요. 상반된 모습이 캐릭터와 동떨어질까 봐 균형을 잡으려고 했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역을 맡은 배우 하윤경 /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초반부에서 수연이는 틱틱 거리는 장면이 많아요. 회전문 앞이나, 영우와 첫 만남 때나, 그 조절을 세게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너무 다정해도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장면마다 높낮이를 주려고 했어요. 화를 내려다가도 화를 참고, 그냥 말하다가도 갑자기 회를 내고요. 그런 맥락을 수연이의 한 장면에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요. 갑자기 말을 하다 흥분한다든지, 말을 하려다가 말을 참는다든지, 이런 모습을 많이 넣으려고 한 것 같고요. 영우에 대한 마음, 고민을 나도 모르게 나오는 제스쳐,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시선 등으로 나름 배치한 것 같아요."

인터뷰의 처음 부분에서 말했듯이 종영을 2회 앞둔 15회에서 보여준 권민우(주종혁) 변호사에게 던진 최수연의 한 마디는 각기 다른 반응을 불러왔다. 하윤경 역시 "시청자 분들께서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주종혁 오빠와도 함께 고민했어요"라고 답변을 이어간다.

"주종혁 오빠도 '내가 갑자기 너무 착해지는거 아냐?'라고 이전 '권모술수'의 모습과 갭이 생길까 봐 컨트롤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사랑하는 걸 빼려고 노력했어요. 최대한 진지하게, 담백하게 하려고 한 것 같고요. 정말 너무 사랑에 빠져서 하는 말로 보이지는 않기를 바랐어요. 러브라인이 그려지고 있지만, 고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민우(주종혁)를 변화시키고 싶은 동료로서의 마음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전까지 '동료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없냐', '내가 왜 그래야 하냐'라는 대화를 했잖아요. 수연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도 민우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근본적인 시도를 해본 것 같아요.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 충격 요법이기도 하고요. 진심일 수도 있지만, 동료이자, 애정의 마음이 복합적으로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단순한 사랑 고백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임한 것 같아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하윤경)이 권민우(주종혁)에게 "나는 그런 남자를 좋아하니까요"라고 말하는 장면 / 사진 :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캡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다양한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담는다. 노부부 폭행 사건, 흘러내린 웨딩드레스로 인한 파혼 사건, 동그라미(주현영)의 아버지가 형들에게 당한 유산 상속과 관련된 사건 등 다양한 사건 중 하윤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3회에서 그려진 형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꼽았다.

"또 다른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정훈(문상훈) 캐릭터가 나오는 사건이에요. 특히, 영우(박은빈)이 자기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사무실에 혼자 있는데, 그 뒤로 창문에서 혹등고래가 유영하는 모습이 담겨요. 그 장면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영우가 심지어 그 감정을 다 표현하지 않았어요. 운다거나, 말로 표현을 하지 않는데, 그 혹등고래가 영우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슬프게 유영하거든요.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박은빈은 인터뷰에서 로펌 한바다에서 만난 인물들, 이른바 '한바다즈'에 대해 "배터리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하윤경 역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힘들면 쳐져 있기도 하고, 우울할 때는 가만히 있는데요. (박)은빈이는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어요. 제가 피곤해 보이면 살펴주며 '왜 오늘 피곤해?'라고 먼저 챙겨줘요. 그런 모습이 정말 위로가 됐고요. 은빈이뿐만 아니라, 제가 가만히 있으면 우르르 달려들어 '무슨 일 있냐?'라고 앞다퉈 물어볼 정도로 서로에 대해 곤두서있어요. 서로 챙기려고 하는 현장이 진짜 드물거든요. 덕분에 한 명도 빠짐없이 끌고 가려고 한 것 같아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역을 맡은 배우 하윤경 /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서로를 향해 모두가 항상 엔진을 켜놓고 있던 현장이었다. 단단한 믿음이 지탱해주고 있었다. 배우들의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는 믿음을 토대로 빛을 발했다.

"서로 친하고, 믿음이 있으니까 준비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발견되는 날 것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공간도 달라지고, 동선도 그날 픽스되니, 많이 준비하면 그만큼 유동성이 떨어져요. 믿음이 있어야 즉흥으로 호흡이 가능한 거라서요. 현장에서 리허설하면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면, 즉석에서 선택해요. 유인식 감독님께서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으며 장면이 완성되는 그 과정도 재미있었어요."

"제가 영우(박은빈)에게 간장 변호사를 이야기하면서 간장을 쓰다듬어 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은 애드리브로 완성된 장면이었어요. 사람들이 따뜻했다고, 보시면서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저희 엄마가 저에게 칭찬에 인색하신 편인데요. 그 장면을 보고 '대본에 있는 거니?'라고 물어보셔서 '내가 했다'라고 말씀드리니 칭찬해주셨어요. 그 외에도 백화점에 영우를 어깨동무하면서 데려가는 장면도 친해서 나오는 분위기가 잘 담겨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자잘한 것들도 살려주셔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시청자들은 모두 그들 각자의 답을 내릴 수 있도록 말이다. 과연 '이상한 변호사'는 하윤경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역을 맡은 배우 하윤경 /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저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작품이었어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 성소수자 등 여러 쟁점이 될 부분에 대해 생각할 여지와 시야를 열게하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봐주신거라고 생각하고요. 최수연이라는 캐릭터 역시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준비하면서도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에피소드마다 정말 멋지고 좋은 배우들을 많이 만나 뵐 수 있었거든요. 그분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었죠." (웃음)

하윤경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소감에서 "지칠 때 만난 작품"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국립극단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로 데뷔했다. 데뷔 7년 차인 그는 영화 '소셜포비아',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그런 그에게 '지침'이라는 단어가 낯설게도 느껴졌다.

"배우라는 직업이 한순간에 잘될 수도 있지만, 보통의 다수는 막막해요.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연기는 계단식이라고요. 쭉 늘지 않고, 평행선을 유지하다가 아주 조금 계단처럼 올라가요. 늘지 않고 평행선으로 가는 시기가 참 막막하거든요. 요만큼 올라가는 걸 보상으로 삼아, 연기라는 업을 하는 건데요. 새로운 캐릭터, 나의 서사가 있는 캐릭터가 보상이거든요. 서사가 없는 캐릭터도 소중하지만, 배우로서 자신의 감정을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사실 크거든요. 그럴 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난 거죠. 그리고 제가 표현할 부분도, 고민할 부분도 많았고요. 단순히 잘 되어서만 보상이 아니라, 최수연이라는 이 역할 자체가 저에겐 보상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역을 맡은 배우 하윤경 /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시즌2가 제작됐다. OTT 시장 외에 시즌2 제작이 낯선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시즌2 제작 소식이 종영보다 먼저 퍼져나왔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시즌2가 제작되면 하윤경은 '시즌2 요정'의 자리에 서게 되지는 않을까.

"시즌2 이야기가 나온다는 자체도 보상이죠. 얼마나 인기가 많으면 그러겠어요. 꼭 시즌2를 가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도 행복해요. 시즌2를 간다면 좀 더 고민해야 할 거라는 생각도 하고요. 시즌1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을 반영해 캐릭터도 연기도 이야기도 다듬어야 할 거고요. 그래도 어쨌든 시즌2가 나오면 좋겠죠? (웃음) 저도 최수연과 권민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해요. 개인적으로는 사건에 좀 더 능숙해진 수연이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최수연 역을 맡은 배우 하윤경 / 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작부터 7년의 시간 동안 배우 하윤경은 수많은 변화를 맞아왔다. '배우'로서의 길을 스스로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할까.

"연기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람으로는 성장한 것 같아요. 저는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큰 착각이었고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말 어려운 직업이에요. 그리고 진짜 좋은 직업이기도 해요. 인생을 배우는 철학 같은 직업 같아요.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간 군상을 접하며 배우는 거죠. 인가니 되는 과정 같아요. 이해심도 생기고요. 모진 것들이 깎여나가 둥글둥글해지는 것 같아요. 그게 큰 자산이고 배우라는 업의 큰 장점 같아요."

성장을 거듭해가는 하윤경은 현재 차기작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다. 그는 "수연이와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는 정도만 귀띔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에서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라며 등장했던 최수연의 모습이 묘하게 교차된다. 그렇기에 늘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배우 하윤경의 다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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