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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최동훈 감독이 120번 본 '외계+인' 속 김우빈·김태리·류준열의 롤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7.31 11:10

영화 '외계+인'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 / 사진 : 케이퍼필름 제공

*본 인터뷰에는 영화 '외계+인' 1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외계+인' 1부는 제목처럼 외계인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래전부터 외계인은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왔다. 외계인 죄수는 가둬진 인간의 몸에서 탈옥하기도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가드'(김우빈)는 시간의 문을 넘어 631년 전, 고려 시대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탈옥하려는 외계인 죄수와 그에 맞서는 인간 이안(김태리)와 무륵(류준열), 그리고 신선들(염정아, 조우진)의 모험이 영화 속에 담긴다.

최동훈 감독의 작품 속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암살' 속 전지현(안옥윤)부터 '타짜' 속 조승우(고니), 김혜수(정마담), 백윤식(평경장), 김응수(곽철용), '전우치'(강동원) 등은 시간이 흘러도 관객을 영화 속으로 데려가곤 한다. 과연 '외계+인' 속 무륵(류준열), 이안(김태리), 그리고 가드(김우빈)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영화 '외계+인' 스틸컷 / 사진 : CJ ENM, 케이퍼필름 제공

Q. 김우빈, 김태리, 류준열은 충돌과 시너지를 반복하며 '외계+인'을 이끌고 간다. 감독으로 기대한 포인트가 있었나.

"실제로 김우빈과 류준열은 '외계+인' 1부에서 만나지 않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마치 만났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영화를 120번 봤는데요. 두 사람은 2부에서 만나긴 하네요. 가드(김우빈)는 지구에서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하나의 임무를 갖고 있는 존재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 인간사에 관심이 없던 인물인데요. 어린아이의 등장으로 인한 균열이 생겨요. 그건 썬더의 호기심과 돌발 행동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이안(김태리)이라는 캐릭터는 사명감이 강한 사람이고 혼자 다녀요. 그런데 그의 고독한 사명감을 깨는 것이 무륵(류준열)의 등장이에요. 둘은 깊은 관계를 맺기보다는 스치듯 지나가요. 칼날 같은 시간의 인연이 얽히게 되는 거죠. 무륵은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가 큰 사람이죠. 그의 호기심이 드라마 속으로 그를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존재들과 연결돼 있어요. 가드가 썬더고 썬더가 가드이지만, 가드의 냉정함을 썬더가 깨트리길 바랬고요. 넷의 존재가 이 영화의 온도를 결정짓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류준열,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에 이어 '외계+인'에서 재회하기도 했지만, 김우빈까지 셋이 놓고 보면 외향적 분위기 등 많은 부분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데 제작보고회 당시 "서로를 응원하는 셋의 케미만 봐도 되겠다"라고 하셨던 감독의 말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류준열, 김태리 배우의 첫 촬영이 혼례 후 합방 장면이었는데요. 촬영을 끝내고 제가 임순례 감독님께 너무 고맙다고 했어요. 두 배우가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친해졌기도 했지만, 보고 있으면 서로를 정말 배려하는 게 보여요. 저는 연기를 혼자 하는 배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눈빛이 탁 교환되고, 툭툭 앙상블이 맞아가는 걸 보는 것이 제일 좋아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두 사람은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갔는데, 김우빈 배우 촬영하는데요. 두 사람이 각자 차를 끌고 왔어요, 김우빈 배우를 응원해주기 위해서. 예전에는 그런 모습은 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누구를 응원하기 위해 차를 타고 와서 '수고해, 너무 찍는 거 보고 싶었어'라면서, 촬영하는 걸 보고 차를 몰고 다시 가요. 그 셋의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마웠고요. 김의성 선배도 모든 캐릭터의 첫 촬영 때마다 왔어요. 응원하고 싶다고요. 고전 영화는 배우들끼리 사이가 안 좋은 게 큰 자랑이었거든요. 그래야 영화가 잘 나온다고 했는데요. 저는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캐릭터와 만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열정이 많은 배우와 작업해서 아주 많은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외계+인' 스틸컷 / 사진 : CJ ENM, 케이퍼필름 제공

Q. 김태리는 인터뷰에서 '정겨운 일화는 최동훈 감독님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어떻게 임하는지 궁금한 이유다.

"저는 특별한 게 없어요. 그냥 잘 뛰어다닙니다. 모니터에서 현장까지 계속 뛰어다닙니다. 그 모습이 배우들에게 그런 걸 얘기하나 봐요. '나처럼 이 영화를 사랑해주세요'라고요. 저에게는 영화 찍는 즐거움이 정말 크거든요. 힘들어도 한 테이크 더 가거나, 날씨가 힘들어도, '오늘 우리 최선을 다했다'라고 함께 생각하고 그날이 끝나길 바라요. 스태프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외계+인'에 함께한 사람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Q. 김우빈과 원래 영화 '도청'을 함께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김우빈 건강상의 이유로 '도청'의 제작까지 사실상 무산됐다. 그리고 '외계+인'으로 재회했다. 원망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앞선 인터뷰에서 '김우빈 덕분에 나도 많이 바뀌었다'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도청'을 하려고 만났을 때, 김우빈 배우는 그 전에 좀 짓궂은 역할이나 반항아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실제 만나니 되게 침착한 사람이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리고 인간적으로 되게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만나본 사람 중에 정말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어요. '도청'의 제작이 무산되고 약속했어요.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한 날은 같이 하자고요. 그리고 '외계+인'으로 이뤄졌죠. 김우빈 배우의 합류로 점점 가드를 쓰는 게 더 재미있어졌어요. 한 날은 촬영하다가 김우빈 배우가 그러는 거예요. '자기는 예전에는 욕심도 있고, 더 성공하고 싶고, 더 미래를 위해 오늘을 준비해야 할 것 같고,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현장에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 좋다'고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생각했어요. 저도 많은 부담감을 안고 살고 '이 작품이 성공해야 해'라고 자기 학대를 많이 하는 편이었거든요. 영화 감독에게 '영화를 찍는 날이 가장 행복하구나'라는 걸 가슴으로 느끼게 되더라고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촬영하자. '만일 제가 이 과정을 못 즐기면 이걸 보는 관객이 즐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외계+인' 스틸컷 / 사진 : CJ ENM, 케이퍼필름 제공

Q. 썬더는 '외계+인' 세계관을 설명하는 중요한 몫을 감당했다. 목소리 연기로 '김대명'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을까.

"제가 썬더 역을 계속 캐스팅 못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촬영 중에 제 목소리로 '썬더'의 부분을 무전기로 읽어줬어요. 그러니 김우빈 배우가 얼마나 연기하기 힘들었겠습니까. (웃음) 안수현 대표(제작사 케이퍼 필름 대표)에게 썬더 목소리의 의견을 달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안수현 대표는 남자 배우들만 나오면, 눈을 감고 목소리를 듣더라고요. 어느 날 '김대명 배우가 하면 어때?'라고 의견을 줬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싶었습니다. 썬더가 살아있는 생명체로 느껴지길 바랐고, 썬더의 나이가 어른도 아이도 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런 순수함을 가지고 있길요. 그런 면에서 김대명 배우의 목소리가 잘 어울렸고요. 어느 날 김대명 배우에게 '썬더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요. 제가 그동안 무전기로 했던 건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웃음)"

Q. 두 신선 역의 염정아, 조우진 배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어떻게 두 분을 나란히 놓을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염정아 배우와는 세 번째 작품이에요. 운이 좋은 감독이죠. 제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 때부터 함께하셔서, 제 어리바리했던 때도 기억하고 계세요. 염정아 배우는 드라마를 잘하고, 정서적 전달력이 좋은 배우인데요. 가끔 사석에서 보면 되게 웃겨요. 두 신선 캐릭터를 고민할 때 '남녀로 해야지. 한 명은 반드시 염정아 배우로 해야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염정아 배우 옆에 누가 똑같은 옷과 분장을 하고 서 있을까 생각했는데, 조우진 배우와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 '맥주 한잔하면 안 될까요?'라고 연락해서 만났거든요. 이야기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가 함께 하고 싶다고 했어요. 두 분이 첫날 분장 테스트를 하는데요. 신선 옷과 분장을 마치고 나왔는데 다들 웃는데 정작 두 사람은 너무 떳떳한 거예요. 저는 두 분께 '두 신선은 코미디 하는 사람 아닙니다. 진지한 사람입니다. 진지함을 잃으면 안돼요'라고 말씀드렸을 뿐인데요. 위치를 잡고 상황만 설명하면, 두 배우가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코미디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두 배우가 그걸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외계+인'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 / 사진 : 케이퍼필름 제공

Q. 최동훈 감독이라는 단어에 수많은 배우들이 연관 검색어처럼 떠오른다. 앞선 인터뷰에서 류준열은 최동훈 감독과 배우 조승우와 함께한 자리를 언급하며 "소름 돋았다"고 하기도 했다. 누가 과연 조승우의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을까.

"조승우 배우가 '타짜'를 찍을 때, 27, 28살쯤 됐었고, 제가 35, 36살쯤 됐었을 텐데요. 나이 차이가 안 느껴졌어요. '암살' 때도 특별 출연을 해줘서 정말 고마웠는데요. 조승우 배우에게는 그런 게 있어요. 고독미랄까? 고독함이 느껴져요. 저는 혼자 ''타짜'의 주제는 어쩌면 쓸쓸함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거든요. 물론 류준열, 김우빈 배우에게도 고독미가 있습니다. '외계+인'이 끝나고도 두 배우와는 친구가 되고 싶은 배우고요. 저 자신이 배우를 통해 배우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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