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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브' 박병은 "격정 멜로·원초적 사랑 연기해보고 싶었다"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2.07.26 16:01

박병은 인터뷰 /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박병은이 격정 순애보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매료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위험한 사랑에 빠진 인물을 맡아 그야말로 '어른들의 멜로'를 선보인 것.

'이브' 속 박병은이 연기한 '강윤겸'은 극이 진행될수록 입체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극 초반 감정이 거세된 듯 생기가 없던 인물이, 이라엘(서예지)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면서 비로소 영혼을 얻는다. 박병은은 마음속에선 격렬한 사랑의 회오리가 몰아치는데도 겉으론 절제하는, 완벽한 완급조절 연기로 극 몰입도를 높였다.
'이브'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박병은을 만났다. 편안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박병은은 최종회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혼자서 통닭 한 마리 시켜 놓고 가볍게 보려고 했는데, 다 뜯지도 못하고 몰입해서 봤다"며 웃어 보였다.

막상 '이브'의 마지막을 보니 그때의 감정과 상황이 다시금 떠오른 탓에, 박병은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이제껏 해왔던 작품과 느낌이 달랐다. 저에게는 되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며 '이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박병은은 그간 영화 '암살' 속 사이코틱한 일본 장교 역, 드라마 '보이스3' 속 살인마 캐릭터 등 인상 깊은 악역을 선보여왔다. 그뿐만 아니라 '오 마이 베이비' 속 싱글대디, '킹덤' 시리즈 속 어영대장 등 매 작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배우 생활 중 해보지 못한 연기가 있다면 바로 격정 멜로. 원초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이 탐이 났다고 말한 박병은은 대본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한눈에 작품에 매료된 거다.

"제가 딥하게 들어가는 격정 멜로를 해본 적이 없어요. 항상 멜로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대본을 보자마자 '이 역할을 내가 소화해 보고 싶다. 멋있게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주저 없이 선택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진짜 사랑하고 모든 걸 바치는 그런 사랑을 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어찌 보면 모든 배우들의 로망일 수도 있는데,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멜로 연기, 인간이 원초적으로 이성을 사랑하고,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브'는 몇몇 회차가 19세 미만 시청불가 등급을 받는 등 극 초반부터 선정적인 스토리와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우들이 펼치는 호연의 영향도 있겠지만, 노출신 역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위해 촬영 전 몸부터 만들었다는 박병은은 그간의 노력을 언급했다.

"처음으로 다이어트도 하고 웨이트도 했어요. 제가 정확히 10월 1일에 PT를 끊었어요. 저에게는 역사적인 날이에요.(웃음) 아침저녁으로 PT를 받았어요. 상의 탈의 신도 나오고 베드신도 나오니 기본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했고, '강윤겸'이라는 사람이 대기업의 회장이니까 관리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닐 거라 생각했거든요. PT 하면서 태닝도 하고, 모든 슈트도 제작해서 입었죠. 저에게 딱 맞게끔 해서 빈틈없이 깔끔한 면모를 보여드리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집에 체지방 측정기도 샀어요. 매일 아침에 눈뜨면 체지방부터 쟀어요. 지금은 체지방이 22% 정도 되는데, 최고로 뺐을 때는 15%까지 뺐거든요. 하지만 체중은 늘 71, 72kg이에요. 근육량이 느니까 체중 변화는 없었던 거죠."
베드신이라는 게 어느 배우에게나 쉽지는 않을 일. 박병은은 감독과 제작진이 꼼꼼히 짜놓은 콘티 덕에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노출신요? 부끄럽죠. 몸이라는 게 참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빠지는 게 느껴지니까, 웨이트 할 때는 먹는 것도 다 건강에 좋은 것만 먹잖아요. 몸에 근육이 딱 생기니까 활력도 생기고 걸을 때도 안정감이 있는 것 같고 좋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배려를 해주신 게, 드라마 현장에서는 콘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베드신 같은 경우, 감독님이 콘티를 쫙 짜주셨어요. 이게 남자 배우로서도 부담스럽겠지만 여자 배우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그냥 찍으면 어떤 상황에 놓일지 몰라 불안하겠지만, 이번 작품에선 콘티를 정확하게 짜주셔서 부담감이 훨씬 적었죠. 콘티를 보며 조율하며 찍어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박병은은 극 중 서예지, 유선과 감정 소모가 큰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서예지가 연기한 '이라엘'과는 영혼이 끌리는 격정 멜로를, 유선이 맡은 '한소라'와는 애증의 관계였기 때문. 두 배우와의 현장을 묻자, 박병은은 "현장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드라마가 딥하다고 해서 쉴 때도 그러면 흥이 안 나지 않나. 모두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고 운을 뗐다.

"서예지 배우는 연기할 때 집중력이나 몰입도가 엄청났어요. 매 순간 준비를 하더라고요. 제가 예지 씨 대본을 봤는데 정말 너덜너덜할 정도였어요. 그걸 보고 되게 믿음이 갔고, 집중력 있는 배우라 저도 그 감정을 오롯이 받아서 잘 증폭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극 중에서도 서예지 배우가 정말 어려운 연기를 해주셨잖아요. 저라면 지칠 법도 했을 텐데 현장에서 끌까지 집중력 있게 묵묵히 잘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유선 배우는 정말 밝으세요. 너무 좋아요. 결혼도 하셨잖아요. 제가 집안일을 혼자 하니까 세탁기 쉰내 없애는 것도 물어보고 그랬어요. 서로 생일 선물을 줘도 저는 유기농 올리브 오일 같은 거 주고, 유선 배우는 제게 유기농 꿀을 주고요. 그렇게 주부들의 선물 같은 걸 챙겨주면서 지냈어요. 음식할 때 모르는 게 있으면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러면 유선 배우가 '넌 아직 멀었구나' 하면서 알려주시고. 하하. 정말 친구처럼 지낸 거죠."
'이브'는 '강윤겸'으로서는 슬픈 결말이다. 가슴 아픈 사랑을 연기한 박병은은 다음엔 밝은 해피엔딩 멜로를 해보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자신의 연애 스타일은 편안함을 추구한다며 이상형까지 공개한 그다.

"예전에 여자친구 사귈 때는 그냥 편하게 친구처럼 지냈어요. 그냥 뭐 먹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친구처럼 편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래야 뭐랄까. 오래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불같은 연애도 물론 좋겠죠. 아름답지만 너무 빨리 달아오르면 식는 것도 빠르잖아요. 저는 연애할 때 맛있는 거 먹고 여행도 가고, 제일 중요한 건 제 유머에 리액션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웃음)"
작품을 마친 후에는 '강윤겸'의 텐션에서 벗어나 40대 미혼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그다. 박병은은 목욕탕, 사우나를 예찬하며 치맥을 즐기는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 끝나고 한 달 정도 됐는데, 그동안 운동을 안 하다가 최근 다시 시작했어요.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서 얘기도 하고, 밥 먹고, 공원에서 운동하며 지내고 있죠. 저는 공원에서 자전거 타며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치킨에 맥주를 먹는 게 너무 좋아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호프집에서 생맥주 한 잔 마시는, 그런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했던가를 느끼고 있어요. 제주도에서도 단골집 가서 맛있는 거 먹고, 걷고, 그런 일상이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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