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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한, '안나' 속 수지 남편? "서로 좋은 자극되며 촬영"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2.07.12 16:33

김준한 인터뷰 / 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김준한은 팔색조 그 자체다. 가수로 데뷔한 후 배우로 전향했을 때도 이질감 없이 제 몫을 다 해냈고, 매 작품 냉혈한, 옴므파탈, 밉상, 순애보 등 늘 다른 옷을 입고 대중을 찾았다. 그런 캐릭터 소화력이 '김준한'이라는 세 글자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특히 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선 순애보 의사 캐릭터로 변신해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서브병 유발자'(주연 배우보다 서브 배우에게 더 호감이 가는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활약하며 여심을 매료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빌런으로 변신했다. '안나' 속 자수성가한 정치인이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적이어서 더 공포스러운 '최지훈'을 맡아서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거짓말로 새 신분을 갖게 된 '유미'(수지)와 그런 그에게 신분을 도용당한 '현주'(정은채), 두 여자의 이야기가 중심을 잡고 간다. 지훈(김준한)은 유미의 신분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준 장본인이면서 유미를 새장에 가두려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성 서사가 중심인 스토리 속 빌런 캐릭터를 도맡은 김준한. 그는 작품의 어떤 점에 매료됐을까.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소설책을 읽듯이 흥미롭게 봤어요.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다만 캐릭터적인 부담감은 좀 있었죠. 아무래도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 캐릭터가 감당해야 하는 세계가 좀 커서요. 제가 상상하지 못한 제 모습을 감독님께서 상상해 주셨고, 용기를 얻어서 참여하게 된 거죠."

"작품이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인데, 그 점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저 이야기가 굉장히 좋았고, 그런 작품의 일원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런 인물들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즐거웠어요."
최지훈은 후반부로 갈수록 악에 악이 더해지는 인물이다. 위계 관계 속에서 사람을 대하고, 자신보다 낮은 이는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거침없는 결단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최지훈은 늘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질문을 던지고, 그 속에서 자기가 변칙을 만들기도 하고요. '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저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구나' 하는 점이 좀 무서웠어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판단을 내리며 살고,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그런 부분이 공포를 주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지훈이는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고, 그런 면이 좀 재밌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지훈이처럼 직진하고 싶은 그런 심적인 면에선 비슷하기도 해요. 하지만 속도나 수단에 대해서는 분명 다르죠. 저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고, 저를 채찍질하면 오래 버틸 수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주어지는 대로 그때그때 속도를 다르게 해나가고 있어요. 꾸준히 걸으면서 집중하는 쪽으로요."
실제 경상도 출신인 김준한은 '최지훈' 캐릭터에 진한 사투리를 입혔다. 각본 속 설정보다 더 외골수에 거친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감독에게 직접 사투리를 제안했고, 덕분에 실존할 법한 정치 빌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제가 아주 어릴 땐 밀양에서도 살았고, 이후엔 마산에서 살았거든요. 저에게는 서울말이 새롭게 터득한 언어가 되는 거죠. (웃음)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마산에 있어서 그쪽 사투리는 저에게 새겨져 있는 그런 언어예요."

"원래 대본상에는 지훈이자 통영 출신 사람이기 때문에 동향 사람들을 만났을 때만 사투리를 쓰는 사람으로 그려졌는데, 제가 상상을 해보니 지훈이는 사투리를 일부러라도 안 고쳤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품고 가야 하는, 정치인의 세계로 가려는 야망이 있는 친구니까 경상도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계속 사투리를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 드린 거죠."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김준한은 '수지 남편' 타이틀을 얻으며 뭇 남성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혹자는 '국민 첫사랑' 수지를 빼앗은 '국민 도둑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안나'를 통해 얻은 수식어가 마음에 드는지 묻자,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수지 씨와는 같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수지 씨에게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요. 서로서로 좋은 자극이 되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둘 다 상대에게 요구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현장에서도 서로를 받아주면서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되게 재밌는 앙상블을 맞춰갈 수 있는 작업이었죠."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에 당연히 수지 씨도 포함이 되죠. 일단 '안나'라는 범상치 않은 인물을 수지 씨가 한다고 하니까 같이 만들어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못 봐왔던 수지 씨의 모습을 저는 볼 수 있으니까 흥미롭기도 했고요. 수지 씨가 아주 하드캐리 해줬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연급 배우로 입지를 다진 김준한은 롱런할 나름의 방식을 찾는 중이다. 언젠가 자신에게 찾아올 연기 권태를 미리 대비해 '배우'의 삶을 끝까지 놓지 않기 위해서다. 조급해하지 않고 평소처럼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 보면, 어려움을 서서히 이겨내는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느껴졌다.

"저는 저를 챙겨가면서 꾸준히, 마라톤처럼 달려갈 수 있게끔 컨트롤을 하고 있어요. 연기를 오래오래 하고 싶고, 연기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요.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지, 시간이 흐르면서 생길 수 있는 권태에 대해서도 생각하곤 하죠. 누구나 권태기는 오는데 그걸 어떻게 맞이할지는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제가 '안나'를 하면서 애를 많이 써서 그런지 끝나고 나서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 약간 넋을 놓고 놀았어요. 원래 놀지 못하는 성격인데, 뭔가 아무것도 하기가 싫더라고요. 그냥 사람들 만나고 운동하고 그러면서 지냈어요. 이제 다시 에너지가 생긴 것 같아요. 온전히 나를 채우는 시간을 갖고 싶고, 다음 행보를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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