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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심각한 영화 아냐…겁내지 않길"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2.07.04 17:13

사진: CJ ENM 제공

*본 인터뷰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내용 일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너무 심각한 영화는 아니라는 거 아실 테니까 관객분들, 대중분들이 겁내지 않게 좀 도와주세요."

박찬욱 감독은 신작 '헤어질 결심'을 관객에게 선보이기 전,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특유의 연출력과 무드로 세계 관객을 홀린 그이지만,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박찬욱 작품은 어렵다'는 이미지를 다져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은 편견을 깨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박찬욱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노래, 정훈희의 '안개'에서 영감을 받아 의뭉스러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썼다. 수사물이라는 틀에 사랑 이야기가 더해졌고, 박찬욱의 스타일은 가져가면서 어려움은 거둬졌다.

"제 이전 영화들과 다르다는 반응은 단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스타일이 다르다는 거겠죠. 처음 일해보는 배우들이 나오고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반응 같아요. 제가 이번에 하고 싶었던 것은 이전 영화들보다 더 미묘하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그런 영화였어요. 물론 스마트폰이 많이 등장하는 점에서 고전적인 부분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당나라에서 온 것 같은 인물이 애플 워치를 쓰는 게 더 재밌지 않나요?(웃음)"
박찬욱은 드러나지 않는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많아지는 가운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사랑을 그려내고 싶어서다. 그런 애틋함이 작품을 더 끌리게 했다.

"사랑 이야기가 아주 감정을 분출하고, 격정적이고, 치명적이고 그런 이야기가 갈수록 많아지는데, 사랑이 다 그렇지는 않잖아요.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랑이 오히려 더 애틋하기 때문에 우리 보통 사람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이포에서 해준이 '왜 그런 남자와 결혼했습니까?'하니까 서래가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했던 부분이에요. 저는 이 부분이 가슴이 찡해요. 이 장면은 화려한 특수효과나 카메라 워크도 없고 샷이 그냥 간단하게 구성돼 있는, 순수하게 이루어진 신이라고 생각을 해요. 거기에는 중의적으로 돌려 말하고, 숨기고, 그러면서도 공격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막 변화하는 그런 식인데도 형식적으로는 단순하거든요. 거기에 담긴 감정은 '복잡하다는 마음'에 도달하려고 했어요."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과 탕웨이의 캐스팅을 확정하고 각본을 완성했다. 그래야 배우 본연의 모습이 캐릭터의 면면에 스며들 수 있어서다. 박찬욱 감독은 "(작품을 할 때) 배우와 분리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 비로소 개성과 생명력을 가진 인물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부연했다. 박 감독은 자연인 박해일과 탕웨이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장해준'과 '송서래'가 탄생했다.

"박해일 배우는 '연애의 목적',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 때문에 (대중 분들이) 실제 박해일과 다른 인상을 갖고 계실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밥 먹는 자리나 뒤풀이에서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실제 박해일이 얼마나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알고 있어요. 투명하고, 생각이 엉뚱하기는 한데, 그것이 감춰져 있지 않고 다 드러나서 그게 참 재밌는 사람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박해일은 몸이 꼿꼿하고 긴장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 캐스팅했어요."

"탕웨이 배우는 '색계', '만추', '황금시대'를 보면서 일관된 그런 사랑스러운 매력에다가, 범접하기 어려운, 양립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보기 드문 배우라고 봤어요.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때는 위엄을 지녔는데 웃으면 굉장히 장난기가 있는 그런 면이 있거든요.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영화에 반영하려고 했고요. 그래서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던 거죠."
'헤어질 결심'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대칭으로 진행된다. 그 속에서 배경과 인물, 관계의 변주가 몰입도를 더한다. 박찬욱 감독은 단순한 구도를 배치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돋보이게 했다.

"(1부, 2부가) 산과 바다로 배경이 나뉘어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우주를 말하는 거예요. 대표적인 것을 제시한 거고, 두 개가 합쳐지면 이 세상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거죠. 1부와 2부를 나누면서 서래와 해준이 세계 전체를 표현하려고 했고, 이원적인 요소로 대립되는 그런 핵심들을 추출해서 대칭시키려고 했어요. 크게는 서래가 연루된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해준의 시각이 1부에서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보려고 하지만, 2부에서는 거꾸로잖아요. 그런 면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개의 파트와 공간, 인물 구성도 그렇게 배치를 했어요."
'헤어질 결심'은 미스터리한 수사물과 사랑이야기 곳곳에 코믹 요소를 뿌렸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해내는 대사, 표정, 분위기가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의도처럼 모든 유머 코드가 통하진 않았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머가 먹히지 않아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던 박 감독은 "제가 생각하는 유머가 잘 작동하는지 궁금한 부분이다"라며 웃어보였다.

"(유머 코드가) 잘 먹히면 황금종려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웃음) 그런데 칸에서 영화 본 사람들에게 '아무도 안 웃는다'고 불평했더니 '소리 내서 웃지 않았을 뿐이지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고 위로해 주더라고요."

"정안(이정현)이 석류청을 만들 때 '중년 남성 우울증에 자라 진액탕이 좋다'면서 해준을 말없이 빤히 보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너무 웃겨요. 그걸 관객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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