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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리 "'2521', 후회했기에 감사한 작품…절대 잊기 싫어요"

이우정 기자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2.04.05 17:45

김태리 화상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mmm 제공

발랄한 목소리에 햇살 같은 미소. 천방지축처럼 행동하지만, 늘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포근한 사람.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인공 '나희도'는 그런 인물이다. 나희도를 싱크로율 100%로 소화해낸 김태리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마치 희도가 튀어나온 듯한 말투와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IMF 시절, 시대 때문에 꿈을 잃고, 또 꿈을 이룬 청춘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들의 찬란한 사랑과 우정, 성장은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대를 형성했고, 방영 초반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감개무량하다"고 말한 김태리는 대표작을 새로 썼다는 마음보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간 고생했던 이들을 먼저 생각했다.
'미스터 션샤인' 이후 두 번째 드라마를 선보인 그다. 그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배우 중 하나였던 김태리는 작품의 매력에 끌리기도 했지만,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드라마를 택했다.

"정말 끌릴 수밖에 없는 작품과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모든 배우 분들이 정말 재밌게 읽었을 것 같고요. 운 좋게 대본을 받았고 제가 선택할 수 있어서 되게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나오면 너무 좋은 게, 할머니는 영화보다 드라마를 많이 보시잖아요. 매일 집에서 주구장창 드라마만 보시니까 '소중하고 예쁘고 귀여운 손녀가 드라마에 나와!' 하시거든요. 이번에 드라마 하기를 정말 잘 한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좋았어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본 사람이라면 '김태리=나희도'라는 말이 와닿을 것이다. 그만큼 김태리는 나희도를 연기하는 것이 아닌, 김태리 자체가 작품 속으로 들어간 듯한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30대의 나이에 10대 소녀를 연기해야 했던 바, 부담감은 없었는지 물었다.

"부담 같은 건 딱히 없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부담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고, 그냥 준비하면서 '이거 피부 관리 좀 해야겠는데'하고 피부과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 정도 부담감이라 어떻게 해보려고 했죠(웃음)"
실제로 김태리는 희도를 연기하면서 가식을 씌우지 않았다. 자신과 많이 닮은 캐릭터였기에 어려운 것이 없었다. 다만 희도와 달랐던 점은 에너지. 늘 풀 충전 상태인 희도와 달리, 김태리는 충전이 필요한 이 시대 '어른이'였다.

"희도를 처음 만난 시기는 저 자신도 희도처럼 정말 에너지가 머리끝까지 차서 흘러넘치는 시기였거든요. 희도를 끌어가면서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될 것이 없었어요. 저도 너무 행복했고요.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니 에너지가 고갈이 되더라고요.(웃음) 희도는 늘 풀 파워인데 저는 파워가 쪼그라들어서 '저전력 모드로 전환합니다' 하고 있어서 그 싱크로율이 맞지 않게 된 거죠. 나중에는 텐션을 올리려고 억지로 짜내야 했어요"

"희도는 저랑 많은 부분 닮아 있는 친구예요. 그래서 연기할 때 많이 도움이 됐어요. 희도가 뱉는 말, 행동들 모두 크게 어려운 게 없었거든요. 캐릭터 분석도 별로 안 했어요. 저는 어느 정도 그런 게 패착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겠다'하고 느끼는 지점이 있으면 본능대로 연기했거든요. 제가 대본을 선택할 때 보고 느낀 걸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즉흥적으로 풀어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위해 반년간 펜싱에 몰두할 정도로, 김태리는 작품에 애정을 쏟았다. 그냥 청춘물, 로맨스물이 아닌, '펜싱 드라마'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 과정을 함께한 건 나희도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친구 '고유림' 역의 보나였다.

"저는 펜싱을 대충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이건 그냥 소재일 뿐이고 드라마에서 대충 사용되고 마는 그런 걸 원치 않았거든요. 우리 드라마가 청춘, 로맨스 코미디 등등 수식어가 여러 개 있지만, 저는 '펜싱 드라마'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었어요"

"6개월 정도 빡세게 레슨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욕심을 더 냈어요. 저는 레슨 때 더 잘하고 실전이 약한 타입이거든요. 촬영 전에 유림이랑 경기를 많이 했어요. 첫 경기를 했을 때 '야 이거 많이 연습해야겠다' 느꼈어요. 너무 떨리고 긴장이 돼서 경기를 못하겠더라고요. 힘 조절이 안되거나 서로 뚱땅 거리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대련을 많이 하면서 감각을 익혔어요. 달력에 '위드 고유림 퍼스트 매치' 써놓고 서로 결투장을 날리고요"
작품은 열여덟의 희도가 스물하나가 되고, 또 30대, 40대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사랑을 알아가고 배우는 청춘의 모습을 찬란하게 그렸다. 서툰 첫사랑으로 시작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연기한 김태리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할까.

"음. 사랑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헤매고 있는 거죠. 제가 연애를 어떻게 하나 생각해 보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김태리는 "연기는 가짜고, 우리 삶이 진짜다"라며 "연기는 그저 거짓말을 최선을 다해 진짜에 근접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진짜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김태리는 이제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이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콘센트를 찾았어요. 지금은 소진한 에너지를 많이 채운 상태고요. 지금도 완충은 아니고 충전 중인데 텐션이 많이 올라온 상태에요. 촬영할 때는 완전 골골대고 있었어요. 지금은 본연의 에너지를 찾고 있는 상태고, 이번 인터뷰가 마지막으로 하는 공식적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마지막 일거리잖아요. 이제 정말 졸업이다 싶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 작품이고, 스트레스와 고민, 후회를 겪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일이었어요. 절대 잊기 싫은 기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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