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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준 "'아직 최선' 속 철없는 금필? 되게 부러워요"

이우정 기자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2.03.17 17:27

'아직 최선' 박해준 인터뷰 / 사진: 티빙 제공

40대 중반에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웹툰 작가라는 꿈을 향해 새 도전을 하는 가장.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초긍정 생각과 정신승리. 실제로 내 옆에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없을 것 같은 철부지 중년의 이야기를 박해준이 펼치고 있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속 박해준은 자발적 백수를 선택한 44춘기 가장 '남금필' 역을 맡았다. 내 인생이 '갓생'이 되지 못한 건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금필의 도전기와 그런 가족을 둔 노부, 10대 딸의 이야기로 웃픈 가정사를 그려내고 있는 것.

무엇보다 작품 공개 전부터 박해준의 망가진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어벙해 보이는 곱슬머리에 살짝 자란 수염, '꾸안꾸'가 아닌 그냥 안 꾸민 패션까지. 이전까지 보여준 댄디하거나 강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멋짐'을 내려놓은 박해준의 모습에 놀란 것도 잠시, 또래를 연기하는 박해준은 특유의 순수한 눈빛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새 인생캐를 경신하고 있다. 그간 모습과 180도 다른 캐릭터. 박해준은 어떤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을까. 그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지질한 역할이든 강렬한 역할이든 그런 것에 저를 가두지 않고 결정하는 편이에요. 전체적으로 이 작품을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결정하는데, 이번 작품은 역할로서도 저에게는 '약간 도전이다. 재밌겠다' 이런 생각으로 했던 것 같아요"

"저를 아는 분들은 제 평소 모습이 좀 어리숙하고 그래서 역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는지 크게 놀라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이전에 저를 스크린이나 화면에서 보셨던 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망가질 수 있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하자 하는 생각이라 너무 리얼하게 한 것 같기도 해요.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배우로서 충실한 거니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꾸밈없는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을 만들기 위한 고민의 과정도 있었다. 푸근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을 위해 메이크업을 포기했고, 편하게 촬영하다 보니 살까지 쪘다. 그래서 더 높은 싱크로율이 완성됐다.

"외형적으로는 머리를 어떻게 할지 사실 고민이 좀 많았는데요. 중간에 이발소에 가는 장면이 있어서 머리를 잘라야 했는데, 촬영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게 아니다 보니 신경 쓸 게 많았죠. 또 헤어스타일은 황정민 선배님이랑 전도연 선배님 나오신 '너는 내 운명'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앞머리가 짤막하고 웨이브가 있고. 제가 원래 곱슬이라 외적으로는 그냥 메이크업 덜하고 거의 생얼에 가까운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어요. 또 먹는 거에 있어서도 편하게 해서 살도 조금 쪘던 것 같아요. 촬영할수록 살이 더 쪘더라고요"
박해준은 올해로 47세를 맞았다. 극 중 금필의 나이 44세와 비슷하다.  금필의 고민과 상황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지는 않았을까. 박해준이 금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물었다.

"저는 금필이 되게 부러웠어요.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낮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자유롭고, 꿈을 꾸고 있는 것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금방 넘어가는 마음을 가져서 그런 점이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본받는다 정도는 아니지만 금필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 준비할 때는 거의 뭐 금필처럼 있을 때도 많죠. 금필을 보면 놀고 싶으면 놀고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그런 게 지질하고 한심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잖아요. 저도 사실 되게 철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저랑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 이해가 빨리 됐던 것 같아요"
금필은 성공한 인생, '갓생'을 위해 직업을, 경제력을 내걸었다.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에 비해 박해준은 소박한 꿈을 가진 배우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였다. 가정의 평화와 소소한 행복이 그가 가장 바라는 '갓생'이었다.

"저는 '갓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각자 개인마다 갓생하는 부분들이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사실 배우를 하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거든요. 저에게 갓생은 그렇게 원대한 꿈은 아니고 그냥 가정의 평화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사는 거예요. 별다른 욕심이 없어서 그저 매일매일 순간순간 즐겁게 살 수 있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죠. 아무래도 제가 큰 꿈이 없는 것 같아요. 잘 먹고 죽을 때 잘 죽고 편안하게 죽는 거?"
박해준에게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중요한 시점에 찾아온 작품이었다. 좋은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싶은 작품을 찾던 중 만난 이야기였다. 아직 공개 중인 작품이지만 박해준의 연기와 김갑수, 박정연 등 배우들의 케미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드라마로 시청자를 매료하고 있다. 이 작품이 박해준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좋은 이야기를 하고 사람 마음에 위안을 주고 그런 작품이 없을까 하는 와중에 이 작품을 만났어요. 남금필이라는 사람이 살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인생작이다 그렇게 거론되면 좋겠고요.(웃음) 너무 욕심이 과한가요? '그 드라마 참 좋았다.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평을 받으면 최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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