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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의 신화 쓴 故 김정주…4차산업혁명 발전에도 기여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22.03.02 17:18

자본금 6000만원으로 넥슨 창업해 24조 회사로 우뚝
한국 벤처 성공신화 일궈, 한국판 '디즈니' 꿈꿔

김정주 NXC 대표/NXC제공

"넥슨을 한국의 월트디즈니 같은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

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10여 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주변에 이러한 포부를 말했다. 생전에 출간한 자서전에서도 ‘한국판 디즈니’에 대한 꿈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넥슨 매각에 나섰을 당시, 디즈니의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지분 인수를 제안한 사실도 유명한 일화다.

지난해 6월 넥슨은 미국의 영화·드라마 제작사인 AGBO에 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AGBO는 2017년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로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오른 루소 형제가 설립한 제작사다.

김 창업자는 넥슨을 '제2의 디즈니'로 만들기 위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사회의 주인공인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더 건강한 미래를 만들고 싶어했던 그의 의지가 담겼다.

실제 김 창업자는 평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졌지만, 넥슨의 사회 공헌활동 중 하나인 어린이 재활 병원 행사에는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전국에서 장애 아동의 재활 치료에만 집중해 운영되는 어린이 재활병원은 단 한 곳, 넥슨이 지난 2014년 건립기금 200억원을 기부하며 개원에 힘을 보탠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뿐이다. 건립기금에는 넥슨코리아 출연금과 김 창업자의 개인 기부금이 더해졌다.

넥슨은 병원 건립 이후에도 환아의 재활치료 지원 및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돕고자 지난해까지 총 19억2000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올해 완공을 앞둔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 역시 국내 최초 독립형 소아 전문 완화의료 제공 시설로 김 창업자의 진심이 담겼다.

김정주 NXC 대표/NXC제공


◆ 실력만으로 24조 넥슨 신화 일궈…글로벌 게임사로 우뚝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박사 과정에 다니던 1994년 6000만원으로 넥슨을 창업했다. 같은 과 친구 사이였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후 넥슨은 ‘퀴즈퀴즈’‘카트라이더’‘크레이지아케이드’‘메이플스토리’ 등을 히트시키며 온라인 게임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는 아버지인 김교창 변호사의 종자돈 투자 이외에는 외부 투자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고 2011년 국내 IT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증시가 아니라 일본 도쿄 증시에 넥슨을 상장시켰다.

지난해 12월로 '상장 10주년'을 맞은 넥슨 그룹 사업지주사 넥슨(옛 넥슨재팬)은 지난 10년간 시가총액을 4배가량 키웠다.

지난 1일 기준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넥슨의 시가총액은 약 2조3146억엔, 우리 돈으로 24조원에 달한다. 시총 순위로 69위. 닌텐도(7조5479억엔) 다음으로 게임사 가운데 두번째로 몸값이 크다.

김정주 창업자는 넥슨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산업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넥슨 창업자 김정주 전 회장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비보를 방금 들었다”며 “한국게임산업에 큰 업적을 남긴 고인의 명복과 안식을 빈다”고 했다.

벤처기업협회는 “고인은 1990년대 초반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 기업인 넥슨을 창업해 국내 1위 기업이자 세계 게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게임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적인 게임강국으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정신으로 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국내 인터넷 벤처산업을 이끈 선구자이자 진정한 벤처기업인”이라며 “후배 벤처기업인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귀감이 돼왔고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 '투자의 귀재'…AI,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발전에도 기여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투자와 M&A 역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을 비롯해 서든어택 '넥슨지티' 등을 인수하며 넥슨을 성장시켰다.

게임산업 외에서도 김정주 창업자의 투자 능력은 돋보였다. 김정주 창업자는 넥슨홀딩스 대표로 재직 당시 NHN의 지분 6.83%를 보유하며 당시 이해진 CSO와 김범수 NHN 대표보다 높은 지분을 보유해 화제가 됐다.

또한 곰플레이어와 곰TV 등을 서비스하던 그래텍(현 곰앤컴퍼니)의 지분 4.8%를 사들이기도 했다. 당시 김정주 가 창업자가 그래텍의 지분을 인수한 시점은 곰TV가 세간에 공개되기 이전이라는 점에서 투자를 통한 생태계 지원이라는데 무게가 실렸다.

2005년 넥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 NXC의 대표이사를 맡은 그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미래 사업에 집중해왔다. 실제로 블럭, 유모차,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투자하며 활동영역을 크게 넓혀갔다.

2017년 NXC는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65.19%를 약 913억원에 인수하고, 2018년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 지분 80%를 4억달러에 매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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