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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규 감독, 좀비물·학폭·러브라인…'지금우리학교는'을 말하다

조명현 기자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2.02.10 00:01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인터뷰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넷플릭스 월드차트 1위, 시청 시간 3억 시간 돌파 등 '지금 우리 학교는'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 작품의 메가폰은 이재규 감독이 잡았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 등 다양한 장르와 시도를 해온 감독이다.

이재규 감독은 "예전에 '다모'를 했을 때랑 '베토벤 바이러스' 했을 때처럼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라며, "극을 만든 연출자로서 기쁘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전무후무할 것 같은 멋진 작품이 있었고, 그 작품이 작은 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한국 콘텐츠가 많은 분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는데, 그 역할을 '지금 우리 학교는'이 해내면 좋겠다. 넷플릭스 등 차트에서 좋은 성적이라 설레고 기대도 된다"라고 '지금 우리 학교는'의 전 세계적인 흥행 소감을 전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사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7년 전부터 준비해온 작품이다. 영화 '부산행'이 나오기도 전인 당시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기획이 환영받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이전에 쓰인 대본에서 무증상, 감염, 격리소 등의 단어는 생소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우려됐으며, 심지어 이재규 감독은 개인적으로 호러 장르를 선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부산행'의 성공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며 무증상, 감염, 격리소 등은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이재규 감독은 "저희도 놀랐다. 사회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화두를 던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기획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된 지금,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91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재규 감독은 일단 "좀비 장르에 대한 엄청난 팬덤"을 첫 번째 흥행의 원동력으로 생각했다. 또한 "한 가지 더 이유를 들면, K-콘텐츠는 뜨겁다. 서구적인 드라이한 시선과 정제된 감정들로 만들어진 극이 많은데, 한국은 조금 더 뜨겁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사회화되고 교육을 받으며 어린 시절의 뜨거운 가슴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것이 '지금 우리 학교는'이 이야기하는 한 축이다. 한국 콘텐츠가 가진, '지금 우리 학교는'이 가진 뜨거움이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이른바 출연료가 높은 유명 배우가 없다.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배우들에게 중점적으로 본 것은 캐릭터와의 유사성이었다. 이재규 감독은 "연기를 당연히 잘 해야 하고 외적인 이미지도 중요했지만, 배우 본인이 가진 본성이나 그런 것들이 실제 캐릭터와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실제로 온조(박지후), 청산(윤찬영), 남라(조이현), 수혁(로몬)을 비롯해 경수(함성민), 이삭(김주아) 등도 배우와 캐릭터가 닮아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캐릭터가 되려고 하거나 인물의 목표 지점에 대해 고민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너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바라는 지점에 도달할 거라고 했다. 실제 대다수의 배역과 배우가 닮아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민감한 소재도 있다. 초반 고등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적인 묘사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재규 감독은 "극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한다면, 그 설정을 피할 수 없었다"라며 "(해당 묘사를) 자극적이거나,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원작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원작 웹툰에는 훨씬 더 폭력적인 상황이 묘사돼 있다. 그런 부분들은 순치했다. 웹툰의 묘미와 이야기하는 바에 필요해서 작가님이 사용하셨지만, 시리즈는 웹툰과 닮았지만 다른 지점이 있었다. 이를 표현하는데 극단적인 폭력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지(오혜수)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노출돼 있으면, 부끄러운 사진을 없애려고 목숨을 걸었을까. 이를 시청자들이 바라보게 되면, 폭력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한 설정이지만, 종국에 이야기하는 바를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다수의 해외 콘텐츠에서 마약, 성적 표현 등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자극적으로 담긴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온조(박지후)를 짝사랑하는 청산(윤찬영), 남라(조이현)를 짝사랑하는 수혁(로몬)의 모습은 큰 스킨십 없이도 몽글몽글한 감정으로 몰입감을 더한다. 이재규 감독은 "실제 캐릭터와 근접한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그 앙상블이 제일 중요했다"라고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대사와 지문이 쓰여 있지만 '실제 너희들이라면 어떻게 반응할 거 같아? 서 있을 것 같아? 놀랄 것 같아? 무서울 것 같아? 웃을 것 같아?' 등을 매번 물어봤다. 모든 아이들의 반응이 달랐다. 대수(임재혁)는 대수다운, 남라(조이현)는 남라다운 반응을 이야기했다. 리허설에서 동선과 대사를 맞춰가며 앙상블이 이뤄진 것 같다."

앞서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 코멘터리 영상에서 조이현은 로몬과의 키스신이 17번이나 촬영했던 상황을 밝혔다. 이재규 감독은 "8~9번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17번까지 촬영했는지 몰랐다. 조이현의 말처럼 얼굴이 빨개진 순간도 있었다. 그러면 10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촬영했다. 재미있었다. NG가 나도 자지러지게 웃는 분위기였다. 그냥 예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촬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반면 청산(윤찬영)이 온조(박지후)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이재규 감독은 "온조에게 명찰을 줄 때, 스태프, 배우들이 실제로 울었다. '내가 이 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다'라고 외칠 때는 너무 벅차올랐다. 소화하기 힘든 대사인데 청산이가 소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실제로 정말 멋지게 소화해줘서 감사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리며 고마운 마음을 덧붙였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친구를 구하려다, 가족을 구하려다, 좀비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기억하며 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는다. 이는 전쟁터에 있는 사람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시작된 상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사건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리는 의미로 통용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 속 장면에서 대중들이 '세월호'를 떠올린 이유기도 하다. 이에 이재규 감독은 입을 열었다.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버렸고,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국가나 조직이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책임있는 어른도 별로 없다. 세월화라는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학교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일어나선 안 되는 수많은 사건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도 그 중 하나이고, 성수대교 등 나열할 수 없는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합리적 조직의 부재, 책임의 부재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 담겨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이에 불행한 국가를 고뇌하며 시인은 더 깊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이라는 청나라 역사가 조익의 말이 언급됐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지옥',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어쩌면 연결 지을 수 있는 한 단어다. 그리고 이재규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에 많이 공감한다. 국가나 사회가 안정되는 것이 중요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국가가 불행하면 시인이 더 깊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시인이 더 많은 시를 써서, 시대에 대한 공감도 전해야 하지만 더불어 희망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도 사회의 불행한 현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만 하고, 이를 위해 좀 더 책임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기획안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을 인용한 글이 담겨 있다. '인간은 불행할 때,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라는 말이다.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제목은 '지금 우리 사회는'으로 읽힌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 이 상황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사회의 어른들은 시청자들에게 각각의 화두를 던진다. 하지만, 이재규 감독 개인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따뜻한 의미로 남아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죽을 때까지 이 작품을 잊기 어려울 거다. 단적으로 말씀드린다면, 30년을 되돌아가서 청년의 마음으로 잠깐 살아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학생들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침에 촬영장 갈 때마다 설렐 수 있었던 이유가 배우들에게 느낀 젊음의 순수함 좋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가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일반 사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을 이룬 기분이다."

시즌 2에 대한 계획도 있을까.

"시즌 1은 어떻게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이야기지 않나. 어린 학생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지켜봤다면 시즌 2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시즌 1에 등장하는 돌연변이 캐릭터가 있다. 크게 두 가지인데 좀비에게 물렸지만 면역자, 남라(조이현)같은 캐릭터는 이뮨이다. 좀비는 통상 심장이 멎고 좀비화됐는데, 귀남(유인수)이나 은지(오혜수)처럼 살아있는 상태에서 좀비화된 살아있는 좀비, 이모탈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좀비들까지 세 그룹이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 2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좀 더 확장돼 대다수의 인간과 인간을 위협하는 세 그룹이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시즌 1이 인간의 생존기라면, 시즌 2는 좀비 생존기가 될 것 같다. 더 나아가 시즌 3까지 가게 되면 '대전쟁' 같은 컨셉이 나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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