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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부재 아닌 인재 탓? 세대교체 바람에 속앓는 임원들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21.12.17 09:30

토사구팽 우려에 내부 갈등까지 확산

/조선DB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한 인사 태풍이 재계를 휩쓸었다. 20~30대 직원들에게는 ‘초고속 승진’이라는 당근을 줬지만 관리자 위치에 진입한 40대에게는 ‘퇴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단행한 인사지만 사실상 총수의 의중만이 중요한 옛 시스템 그대로라는 비판이다. 전략 부재를 인정하기보다 인재 탓에만 빠진 것이다.

회사는 승진과 퇴출의 불안이 회사 성장을 견인할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좁아지는 인사에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외부 인사 영입을 시도한 일부 그룹사 직원들에게는 근로 의욕 상실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 하락을 불렀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삼성전자는 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198명을 승진시켰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30대 상무는 4명, 40대 부사장은 10명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직급별 체류기간을 폐지하는 등 젊은 경영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SK 등 다른 주요 대기업도 비슷한 양상이다. 실제 최근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의 신규 임원 가운데 30~40대가 절반을 넘고 LG그룹에선 40대 비율이 60%에 달했다.

이들 회사의 인사는 연공주의를 벗어나 나이·직급에 무관하게 누구나 임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그널을 구성원에게 주면서 변화하는 조직이라는 모습을 외부적으로 보여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상 대기업에서 ‘별’로 불리는 임원은 극소수에게만 허락된다. 높은 처우와 여러 혜택을 받는 반면 그만큼 막중한 부담과 책임이 주어진다. 부장 이하 직원들과 달리 임원은 1년 단위 '계약직' 신분이다 보니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상무가 된 지 1년 만에 퇴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기업 기준 신입사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살펴보면 3분기 기준 임직원 11만4373명 중 상무 이상 임원은 891명으로 전체의 0.7% 수준이었다.

당장 임원 승진을 목전에 둔 사람의 경우 자리보전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승진 가능 대상자 확대가 퇴출 가능성 상승으로 이어져서다.

한 대기업 임원은 "40대 사장이 나오는 등 세대 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반면 임원은 얼마나 더 젊어져야 하는지 압박이 커지고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30~40대 임원이 많이 나오게 되면 그만큼 조기에 회사를 그만둘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며 "예전에는 최소 2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그런 것 조차 사라져 1년 후에 회사를 나가는 임원도 많다. 자리보전과 승진에 따른 내부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외부 영입 인사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롯데의 인사에서처럼 라이벌 회사 인재 영입은 사내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전략을 들고 회사를 쇄신하기보다 인재의 부재만 놓고 탓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전반의 세대교체 기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승진 아니면 퇴직으로 이어지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내부 경쟁으로 인한 업무 부담감에 탈출구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며 "새로운 DNA 이식만이 답이라는 회사에 충성은 이젠 옛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는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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