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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계상, god 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연습실로…그가 "목숨을 건" 이유

에디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11.24 12:50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을 걸 수 있었다면, 걸었을 거다. 그만큼 절실했다."

영화 '유체이탈자' 언론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윤계상이 말했다. '유체이탈자'는 윤계상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다. 그가 맡은 강이안은 유체이탈을 해서 12시간마다 타인의 몸속에서 깨어나는 인물로, 윤계상은 7명의 다른 배우와 함께 한 사람의 감정, 액션 등을 이어가야 했다.

생각해보면, 윤계상은 매 작품 절실하게 임했다. 그룹 god 출신이라는 말이 주홍글씨처럼 배우라는 단어를 가리던 시기가 있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풍산개', '범죄도시' 등의 작품에서 그는 매번 다른 모습에 도전했고, 현재까지도 절실했다. 드라마 '크라임 퍼즐'에서도 삭발을 자처했고, '유체이탈자'에서도 대역 없이 위험천만한 액션 촬영에 임했다. 그 촬영에는 3시간 이상 물속에 있는 촬영도 있었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카체이싱 장면도 있었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모자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뭐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냥 매번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 더 그 사람이 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최대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합니다."

"12시간마다 달라지면, 깨어날 때 어떤 말투를 쓸까. 나 자신이 기억이 안 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다 보면, 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이 외적인 거거든요. 속에서부터 소리가 무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유체이탈자'는 12시간마다 각기 다른 공간 속 타인의 몸에서 깨어나는 강이안(윤계상)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새로운 설정을 소화하는 것도, 관객이 복잡할 수 있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민의 몫이었다. 자칫 복잡한 설정에 관객이 따라오는 것을 그만두면 안된다. '유체이탈자'의 관객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윤계상의 몫이었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누구인지 인지 못 한 상태에서 깨어나는 상황, 그 황당한 감정을 관객도 똑같이 느꼈으면 했어요. 거리는 익숙한데, 나는 기억이 안 나고. 편집되었지만, 행려(박지환)를 만나기까지도 사실 굉장히 많이 헤매고 지친 상태로 만나거든요. 강이안이었을 때 가능한 것들, 예를 들면 영어나 액션 등을 자신도 모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임했어요. 그렇기에 액션에 최적화된 사람의 몸 안에서는 더 액션을 잘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는 강이안 한 사람을 연기했고, 사실 유체이탈되어 들어가는 7명의 배우 분들이 저를 대신해 감정과 행동들을 보여주신 거거든요. 그 분들이 더 열심히 하셨고, 잘하신 것 같아요. 그 분들 덕분에 강이안이라는 사람이 잘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려웠다. 윤계상 역시 7명의 몸을 거쳐 강이안을 흐트러짐 없이 끌고 가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했다.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촬영 전, 액션 연습 뿐만 아니라 연습실을 빌려 '유체이탈자'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함께 끊임없이 회의했고, 연습했다. god 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윤계상은 연습실로 향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7명은 한 사람, 강이안이 될 수 있었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컷 /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회의를 정말 많이했어요. 거의 일주일에 3~4회 정도 모였어요. 그때 god 콘서트를 하던 중이었는데, 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연습실로 갔어요. 저녁 9시에 모여서, 새벽 3~4시까지 회의하고, 연습하고, 그런 시간을 가졌어요. 일주일에 2번 정도는 다같이 모여 연습했고요, 몇 명이 빠져도 연습은 계속됐어요. (박)지환이 같은 경우는 상대역을 많이 해줘서, 우리 영화의 모든 배역을 해봤을 거예요."

"각자 역할이 아닌 다른 배우의 역할까지 하면서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어요.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정말 분위기가 좋았어요. 한 장면이 만족스럽게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되면, 감독님께 와달라고 해서 보여드리고, 또 회의하고, 수정하고 그런 과정을 거친 것 같아요."

배우 박용우는 연기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촬영 끝나고 MT에 간 작품이 '유체이탈자'라고 밝힐 정도로 끈끈했다. 윤계상 역시 배역의 경중을 두지 않고 함께한 배우들의 본명을 이야기하며 "(박)지환이가 극 중 천원을 받고 황당하게 보던 표정", "박용우 선배님의 제안", "첫 수중촬영을 독하게 마친 서현우 배우의 대단한 점" 등을 끊임없이 나열했다.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회의를 거치면서 강이안이라는 사람이 더 다양해진 것 같아요. 각자 가진 취향이나 특유의 몸의 행동이 있잖아요. 제가 '강이안의 감정이 이럴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다른 배우들 모두가 생각이 같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다른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강이안을 혼자 설정한 것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 강이안이 다 있는 거예요. 모든 사람이 강이안이라서, 외롭지 않은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사회 날 다들 영화를 보고 뭉클하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진짜로 같이 만든 역할이었죠."

대역을 쓰지 않았다. 3시간 동안이나 5미터 깊이의 수중 촬영을 견뎠고, 실제 운전석을 위에 만들어둔 특수 차량에서 브레이크를 비롯한 아무 조작도 할 수 없는 운전대를 잡고 연기를 해야하는 카체이싱 장면에도 직접 임했으며, 타격 액션, 총기 액션 등도 직접 임했다.

"대역을 쓰게 되면, 사실 액션은 멋있어도 얼굴이나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조금 액션이 부족해도, 진짜 배우가 하면 리얼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모든 액션을 내가 직접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이 장면은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했는데요. 그러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게 된거죠. 저도 그럴 줄 몰랐어요."

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액션은 이젠 조금 힘들어요. 이제 나이가 44살이라서요. (웃음) 그런데 또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죠. '유체이탈자' 촬영 당시가 2019년도니까요. 좀 젊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고요."

44살이 된 윤계상은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기도 했다. 달라진 자신의 삶에 대해 그는 "너무 행복합니다"라며 웃음을 짓는다.

"이제 걱정이 좀 덜해졌어요. 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더 다가가려고 하고, 더 인사드리려고 하고, 행복하고 그렇습니다. 더 책임감도 생겼고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안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더 걱정하게 하고, 불안하게 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에 오히려 노력을 더 하자는 생각입니다.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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