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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적' 이수경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1.09.20 11:22

'기적' 이수경 화상 인터뷰 / 사진: 길스토리이엔티 제공

여러 대본을 접하는 게 일인 배우는, 유독 마음이 가는 작품을 만나곤 한다. 영화 '기적'이 이수경에게 그랬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극 중 이수경은 동생 준경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누나 '보경'을 연기했다.
이수경은 '기적' 오디션 합격 당시를 회상하며 "여태껏 받았던 합격 중에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기적'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저는 신인만 찾는 줄 알고 '나한테까지는 기회가 안 오는 역할이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저랑 함께 일했던 스태프 언니가 저를 감독님께 세 번이나 추천을 해줘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그 언니한테 정말 감사하고 있죠. 감독님이 제가 '침묵'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강해서 이런 역할이 안 어울리실 거라 생각해서 오디션을 안 보려고 하셨다더라고요. 설득해준 언니에게 감사하죠"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보경이는 전개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캐릭터다. 주연 배우들보다도 더 서사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라 부담감도 컸을 터. 이수경은 그저 보경의 예쁜 마음과 모습만을 꽉꽉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저는 반전을 알고 봤는데도 중간에 큰 한 방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헉' 하면서 마음에 뭔가 터지는 게 있었어요. 부담감은 사실 없었어요. 저는 제가 맡은 바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예쁘고 착한 마음을 꽉꽉 눌러 담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보경의 순박한 모습을 강조한 것에는 똑단발도 한몫했다. 특히나 최근작 '로스쿨'에선 시크하고 이지적인 모습을 보여줬던바, '기적'에서는 이수경만의 보경을 만들어내야 했다.

"똑단발은 분장실장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고, 보경이가 하고 있는 핀도 특별 제작을 해주신 거에요. 그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살을 뺐어요. 당시에 볼살이 올라온 상태였는데, 그것보다 조금 갸름해야 보경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감량을 2~3kg 정도 했어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살이 더 빠지더라고요. '로스쿨'과 '기적'을 병행하면서 찍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압박감이 생겨서 저도 모르게 먹는 양이 줄었어요. 더 빠져서 5kg가 빠졌죠"
지난해 '로스쿨'과 '기적' 촬영을 병행했던 이수경이다. '로스쿨'에서는 시니컬한 로스쿨생으로, '기적'에서는 동생밖에 모르는 순박한 시골소녀를 연기했다. 극과 극 캐릭터를 오가는 것만큼이나 이수경에게 힘들었던 건, 바로 이동. 지방 촬영이 많았던 '기적'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그래도 캐릭터 변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수경에겐 설렘이었다.

"'로스쿨' 현장에서는 사투리가 나오면 어쩌지 걱정하고, '기적' 현장에서는 말을 너무 빨리하면 어쩌지 걱정했어요. 체력적으로도 촬영장을 이동하는 게 많아서 힘들었죠. 그 점이 또 심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해왔던 캐릭터들이 강렬한 이미지들이 많았어서 그런지 캐스팅 제안도 비슷한 스타일의 역할이 많이 왔었거든요. 저는 '기적'이 그런 점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지 않을까 싶어요"
이수경은 박정민과 호흡하는 신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이수경은 박정민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박정민에게 의지하며 보경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오빠라는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있었어요. 양원역에서 오빠와 싸우는 신이 가장 어려웠는데, 그때 오빠가 많이 도와줬거든요. 저는 대사도 너무 많고, 그렇게 오래 감정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원래는 우는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울어야 한다고 해서 촬영장 가면서부터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랬는데 오빠가 '수경아 걱정하지 마, 선배님 연기만 봐도 눈물 날 거야'라고 해줬는데 진짜 그렇게 되더라고요. 또 찍기 전에 오빠가 진정하라고 음악도 틀어주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꼽는 연기 대장 순위가 있는데, 거기에 오빠가 1위에 등극했어요. 오빠랑 연기하면서 진짜 '주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느낌은 최민식 선배님 이후로 처음이었어요. 그때부터 오빠를 제 마음속의 연기대장 1위로 꼽았죠.(웃음)"
특히, 이수경은 최근 배우 김남길이 수장인 소속사 길스토리이엔티로 이적했다. 소속 배우를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한 김남길은 아끼는 후배 이수경을 위해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이수경 일일 매니저로 나서는 등 특급 지원에 나섰다.

"오빠는 진짜 최고예요. 저는 이렇게 잘해주실지 몰랐어요. 굉장히 바쁘신 와중인데도 저 때문에 '전참시'에 출연해주신다고 해서 놀랐죠. 처음 오빠 회사 오고 나서부터 아주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한 작품 한 작품, 선배들과 호흡하고 여러 작품을 만나면서 이수경은 더더욱 영글어가는 중이었다. "배우로서의 꿈은 벌써 이룬 것 같다"며 겸손해한 그는 새 목표를 전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케 했다.

"목표는 '계속 보고 싶은 배우',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예요. 저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그래서 저는 '기적'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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