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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소연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아이리스 #왕좌의게임 #이상우"

하나영 기자 ㅣ hana0@chosun.com
등록 2021.09.13 09:01

'펜트하우스' 김소연 인터뷰 /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인터뷰① 기사와 이어집니다.] 천서진을 미워했지만, '펜트하우스'는 김소연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줬다. 그리고 이러한 '펜트하우스'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이상우의 힘이 컸다.

김소연이 악역에 도전한 것은 과거 '이브의 모든 것' 이후 약 20년 만이었다. 악역 연기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했다는 김소연은 "사실 '이브의 모든 것'이 끝나고 악역만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큰 관심을 받아서 감사한 일이었는데, 제가 연기에도 덜 몰입하고 외모에만 치중하고 이래서 하락세가 있었다. 사실 역할 때문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펜트하우스' 대본을 받고 어떨까 싶었다"라고 처음 대본을 받은 순간을 회상했다.

이때 김소연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준 것이 바로 이상우였다. 김소연은 "오빠가 '도전'이라며 '너 왜 이렇게 고민하냐, 뭐든 해봐야지' 이런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다시 한번 시놉시스를 읽고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김소연은 김순옥 작가와 만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상우 덕분이었다며 "작가님을 만나는 것이 굉장한 영광이지만, 제가 워낙 소극적인 성격이라 그런 자리가 어색했다. 그때 오빠가 '작가님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데'라는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그 자리에 나갈 수 있었다. 만약 그때 안 나갔다면 천서진도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결혼이 인생에 있어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김소연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하면 하나는 '아이리스', 하나는 '왕좌의 게임', 도 다른 하나는 이상우"라고 말했다. 김소연은 결혼 전과 후가 나뉠 정도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됐다며 "대사 연습을 할 때 십여 년을 빽빽이를 쓰면서 외웠는데, 오빠와 만나고 나서는 상대방과 호흡을 하면서 대사를 연습하게 됐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감정이 큰 작품을 할 때 외출도 안 하고, 약간 배우병처럼 오는 시기도 있는데, 오빠와 결혼하고 난 뒤에는 쉬는 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같이 산책을 하고 이런 경험을 하면서 캐릭터와 본체를 분리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남편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내 훈훈함을 더했다.


이상우는 김소연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펜트하우스2'에 직접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무려 천서진의 안티 기자 역할을 맡아 웃음을 선사했다. 김소연은 "사실 촬영할 때 너무 쑥스러워서 제가 싫어하는 그런 모습이 메이킹에 담겼다"라면서도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김소연은 "상우 오빠가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초등학생들이 나오는데, 그 친구들이 본인을 '천서진 남편'으로 부른다면서 자신의 경력을 잃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라는 에피소드까지 함께 전했다.

인터뷰를 할수록, 어떻게 이런 사람이 천서진을 연기했을까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배우 본체와 천서진 사이의 엄청난 간극이 느껴졌기 때문에 다시금 천서진의 연기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카메라가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 너무나 다른 모습에 감정 소모는 없었는지 물었다.

김서연은 "사실 천서진 정도 되면 온앤오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여자라서"라며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에서는 시즌제가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시즌 2, 시즌 3가 되니까 저도 모르게 쌓아둔 감정이 있는지 청아아트센터를 건립하고 제가 해냈다고 하는데, 리허설을 할 때부터 눈물이 났고, 성공한 승리자처럼 몰입도 됐다. 이게 시간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특히 시즌제를 통해 앞서 언급한, 김소연의 터닝포인트가 된 '왕좌의게임'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해소시켜줬다는 것 역시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김소연은 "몇 년 전이지만, '왕좌의 게임'이 저한테 정말 큰 자극이 됐었다"라며 "그걸 보면서 부러웠던 것이 매 시즌 배우들의 연기가 진화한다. 어린 친구들이 성인이 되는 것도 그렇고, 저 사람의 히스토리를 모두 다 보는 것이라 그런 것도 부러웠는데 이번에 조금이나마 경험한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소연은 "제가 원래 소심한 면이 있고, 걱정도 많은데 그걸 많이 내려놓을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다. 이걸 현장에서 할 수 있을까 매회 두려움이 있었는데, '펜트하우스'는 그런 것을 이기게 해준,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사실 도전이라는 말을 잊고 있었다. 전작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었는데, 그냥 되게 안정적인 기분이라 좋았다. 이렇게만 연기를 할 수 있어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펜트하우스'를 만난 후 저도 모르게 타오르더라구요"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하지만 김소연은 이를 단점으로 여기지 않고, 앞으로 행보에 대한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김소연은 "일단은 장점이 너무 많지만, 앞으로 큰 숙제로 남을 것 같아요. 제가 천서진이라는 캐릭터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까 가끔은 김소연을 검색해야 하는데, 천서진을 검색한다. 이름을 잃었다. 은별이도 예빈이가 아니고 '은별아' 이런다"라고 설명하며 "그런 부분을 제가 잘 극복을 해서 또 다른 도전이 어울릴 법하게 해야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사진: SBS '펜트하우스' 제공

다만 시즌제의 용두사미라고 해야 할까. 천서진의 엔딩과 관련해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소연은 과연 '천서진'의 결말에 만족할까. 김소연은 "정말 악행만을 위해 달려왔는데, 엔딩을 찍었을 때, 뭔가 여운이라는 말이 사치긴 하지만 기억에 남는다"라며 운을 뗐다.

"극 중 3년 후로 시간이 흐르는데, 후두암 말기 상황이라 짧은 머리로 지문을 써주셨다. 처음에는 가발을 생각했다. 세 신 정도 나오기 때문에 그 5분을 위해 머리를 자를까 일주일간 고민했다"라며 김소연은 "천서진한테 김소연이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았는데, 가는 길에 고작 그것도 못해주나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도 결정 안 됐는데, 머리카락이 뭐라고' 이런 생각을 하자, 옆에서 이상우 씨가 멋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라며 머리를 자르게 된 상황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께 머리를 자른다고 말씀드렸더니 직접 머리를 자르는 장면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라며 "그래서 지금 머리가 됐는데, 그런 것들도 저한테 더 몰입할 수 있는 요소들이 되었다. 엔딩 장면을 사실 그렇게 만족스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는 만족한다. 천서진의 삶은 그 정도로 가치 있지는 못했지만, 배우로서는 정말 고마운 시퀀스를 만들어주셔서 만족한다"라고 답했다.

천서진으로서 1년여 시간을 살아온 김소연에게 앞으로 계획을 묻자 "남은 일정은 화보나 광고 촬영 등이 있다. 머리를 이렇게도 찍어도 되지만, 길게도 촬영해야 해서 지금 가발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라며 "개인적으로 웹툰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2년 동안 한 편도 못 봐서 지금 한 열 편 정도 추려놨다. 그거 보면서 멍 때리고, 야구도 보고 싶고, 그렇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재석도 주목한 예능 인재였던 만큼, 예능 프로그램 등에 고정 출연할 계획은 없는지 묻자 김소연은 "사실 '놀면 뭐하니?' 때 저는 예능 인재 콘셉트인줄 모르고 나갔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그런 방송인 줄 알고 갔는데 촬영하다 보니까 예능 인재래요. 굉장히 당황을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라고 돌아봤다.

이어 "예능 고정 출연은 제가 어쩔 줄 모르는 이런 모습을 가끔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다. 정말 산만하다는 댓글에 상처를 받았다"라며 "조금 더 카메라에 익숙해지면 진지하게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제 천서진이 아닌, 김소연으로서 보여줄 모습은 어떨지, 또 궁금증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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