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인터뷰] 조우진, 어떻게 '발신제한' 성규를 살아있게 했는가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7.01 00:01

영화 '발신제한'에서 성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우진 / 사진 : CJ ENM 제공

영화 '발신제한'은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아빠인 성규(조우진)는 다르지 않은 출근을 맞는다. 출근길에 두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길위에서 '발신번호 표시제한'의 전화를 받는다. 지뢰같은 형식의 폭발물이 차에 설치가 되어있다. 성규는 좁은 차 안에서 두려움, 분노, 공포부터 두 아이에 대한 염려, 간절함, 사랑 등 극과 극의 감정을 겪게 된다.

비현실적인 성규의 상황은 배우 조우진을 만나 힘을 얻는다. 조우진은 첫 단독 주연으로 나선 영화 '발신제한'에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팔 하나 정도 자르는 거야 빨리 처리하고 퇴근할 업무 정도로 여겼던 그가 폭발물의 위험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을 지키려는 아빠가 된 것이다.

차라는 좁은 공간에서 러닝타임을 이끌어가야 했다. 조우진은 "성규에게 몰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그만큼 캐릭터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영화 '발신제한'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성규에게 주어진, 장면에 주어진, 컷에 주어진, 셋업에 맞는 다양한 질문이 총체적으로 밀려왔습니다. 아마 보시는 분들께서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는 판단을 떠나서 '어떻게 몰입했을까?'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의 총체적인 것을 제가 작업 단계상 제일 먼저 접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많이 고민해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예요. 비일상적인 성규의 상황이 일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면서 장르적 쾌감이 더해지고, 더 나아가서 관객들이 공감하면서 상황 속으로 빠져들어야 하잖아요. 이건 감독님께 가장 많이 강조한 거예요. 농도와 밀도에 대해서요. 너무 모자라거나 넘치면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보셨을 때, 최대한 많이 공감하고 이 상황에 들어올 수 있는 연기에 대해 고민했어요. 관객에게 영화적 재미로 다가가는 것이 목표 지점이었고요. 극복할 방법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물었고, 감독님께 기댔고, 제 호흡을 받고 연기하는 상대 배우들에게도 끊임없이 물었고요. 이 부분을 고민하고 타파하는 것은 '발신제한'이라는 한 팀이었습니다."

조우진은 성규에 대해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냉철하면서도 차가운 사람이지 않을까. 전사가 나름 있었겠지만, 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 가장 역할을 잘하기 위해 어느덧 세상 앞에,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발신제한'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조우진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의 고생이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저만 힘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좁은 공간에서 촬영하다 보니, 저뿐만 아니라 많은 스태프께서 엄청난 수고를 하셨습니다. 촬영 감독님은 웅크려 찍기도 하고, 녹음팀은 채널을 보통 2~3개 하는데, 현장의 생생함을 담기 위해 열 몇 개씩 하기도 했어요. 매 테이크마다 땀, 눈물, 빨개진 핏대 등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모든 분이 노력하셨어요. 저 또한 그분들의 노력에 누가되지 않도록 최대한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아찔했던 순간도 늘 있었다. 조우진은 "카체이싱 장면을 100컷을 찍었다면, 100번 모두 아찔했어요"라고 당시를 기억한다.

"빼곡하게 설계해, 수많은 리허설을 거친 후 촬영을 했지만요. 혹시 모를 확률이 1%라도 있으면 위험성을 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저만이 아니라, 감독님, 연출부, 제작부, 차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떨어져 있기도 한 스태프들, 그리고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하다보니 시가지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는 사람, 차, 오토바이도 (위험성이) 있을 거고요. 제가 성규에 몰입하면서 느낀 스트레스로 악몽을 꾼 적은 없는데, 사고 위험 때문에 악몽을 많이 꾼 것 같아요. 정말 사고 나는 꿈을 많이 꿨어요. 식은땀 흘리며 새벽 4시에도 일어나고, 겨우 다시 자고 했는데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영화 '발신제한'에서 성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우진 / 사진 : CJ ENM 제공

혈압도 높아졌다. '발신제한' 언론시사회 당시 조우진은 "촬영 끝나고 병원에 갔더니 혈압이 올라가 있었다. 그때부터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인터뷰하는 당시에는 어떨까.

"혈압을 아직 재보지는 않았는데요. (언론시사회) 그때만 해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무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제 손에서 공이 떠났다고 생각하다 보니, 좀 차분해진 것 같아요. 스스로 마음도 다잡았고요. 여전히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많은 격려와 응원 덕분에 잘 버티고 있습니다.(웃음)"

첫 단독 주연작이라는 무게감은 있었지만, 그 말은 배우 조우진에게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말은 아니었다. 그는 "이 단어가 나에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혹시나 제가 품지 않았던, 품고 싶지 않았던, 다른 마음이 생길까 봐 초심을 가장 먼저 떠올렸고요. 흔들리지 않게 마음을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찾는 호칭은 단독 주연이 아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라며 좋은 배우에 대한 생각을 덧붙였다.

영화 '발신제한'에서 성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우진 / 사진 : CJ ENM 제공

"많은 사람이 설득되고, 호응하며, 함께 느낄 수 있는 보람이 정말 크더라고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연기하는 직업인으로서 쾌감을 느낀 순간이 많았는데요. 더 느끼고 싶어요. 더 큰 보람으로 다가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요. 그것이 원동력이 될 것이고요. 더 많은 호응을 이끌 수 있는 사람, 관객분들을 작품에 동승하게 만드는 그런 직업인으로서의 연기자가 좋은 미덕을 가진 배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발신제한' 언론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조우진은 자신의 팬카페에 쓴 글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팬카페에 "'발신제한' 개봉하고 홍보하고 개봉 레이스를 하는데 지금부터 펼쳐지는 모든 일은 1999년에 단돈 50만원을 들고 서울에 상경한 저로서는 모두 기적입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그리고, 팬들은 "배우님, 동행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꼭 팬이 아니더라도, 조우진과 마주할 관객들의 마음과 같은 말이 아닐까. 앞으로 이어질 배우 조우진의 활약에 함께 '동행'할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영화 '발신제한'에서 성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조우진 / 사진 : CJ ENM 제공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 더보기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