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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궤의혈(堤潰蟻穴)과 현대판 해로동혈(偕老同穴)

김원태 기자 ㅣ kwt365@chosun.com
등록 2021.06.25 10:08

김원태 경기본부장.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 함은 한비자 유로(喩老)〉편에 나오는 글로서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며,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사소한 일에서 비롯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천 길이나 되는 둑도 땅강아지나 개미가 만든 구멍으로 인하여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티로 타 버린다"라고 했다.


작은 개미가 구멍을 내서 큰 둑을 무너뜨린다는 뜻으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뜻과 대동소이 한 의미다.


해로동혈(偕老同穴)은 죽는 날까지 함께하는 부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금슬이 좋은 부부관계를 뜻하기도 하며 한날 한시에 비록 운명의 시간차는 약간 있으되 부부의 연이 끝나는 사례를 종종보아 왔고 이는 곧 해외 토픽으로 뉴스의 면을 장식하곤 한다.


이같이 죽음도 같은 시각에 할 수 있는 정분을 일컫는 일이다.


경기도 공무원 조직과 공무담임자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경기도정의 목표인 '공정한 세상'의 가치 실현이다.


내년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공정을 외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지 못하기에 모두가 공정을 내세우고 있는지 씁쓸하기도 한 표현이다.


예전에 정의사회구현이라는 국정 가치를 표방할 때 이를 표방한 그들은 이미 정의사회를 부정한 군사 쿠테타 세력이었다.


군사정권을 포장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마치 자신들이 국정 운영에 있어 정의의 사도인 양 이같은 구호를 제창하며 사회 곳곳에 정의사회 구현을 내세웠던 것이다.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도외시 한 착시현상이 사회 곳곳에 그늘져 있었던 암울한 시대였던 것이다.


경기도 이천시 엄태준 시장도 자신의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공정한 사회, 주민들이 서로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고 밝히면서 역시 공정한 사회를 약속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천시 간부 공무원 부인들이 이천시청이나 산하기관에 계약직이나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공모 절차 등을 통해 법적 하자없이 채용 규정에 의거 이들이 채용되어 근무를 하고 있을 것은 자명한 얘기다.


그러나 이들 간부 공무원 부인들을 계약직이나 임기제 공무원으로 두고 매일 접하며 근무를 하고 있는 일선 현장의 담당 직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업무수행에 있어 이들에게 지시나 감독을 해야 할 입장에서 오히려 이들을 상전 모시듯 해야 하는 볼썽사나운 현상이 나오지 못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더구나 연령대도 젊은 층이 아니라고 본다.


본인들이나 상사들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지 모르나 이는 공무원 조직 생리 현실을 모르는 자들의 궤변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간부나 주요 보직에 있는 자의 부인이라면 하급 직원들은 스스로 조직의 쓴맛을 체험하기 싫어 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에 그렇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겠다는 이천시의 입장을 보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직원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엄시장은 자신이 밝힌 공정한 사회 조성을 위해서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추호의 여지를 두지 말고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1년 남짓 남은 임기에 조직을 붕괴시키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특히 공직자들은 시민들로부터 도덕적 비난을 불러오는 행위나 행태를 직시해 아무 때나 아무곳에서 무심코 해로동혈(偕老同穴)을 주창(主唱)해서는 안된다.


현대판 부창부수(夫唱婦隨)의 행태는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의 대의명분에도 크게 어긋날 뿐만 아니라 후배 공직자들에게도 나쁜 선례로 남겨지는 등 박수받기보다는 힐난과 비난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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