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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눈앞에서···'디 오브젝트'

김동성 기자 ㅣ estar@chosun.com
등록 2021.06.22 16:42

경기·대구·제주 등 3개 기관 호흡…현대·한국무용 컬래버 '호응'

'디 오브젝트(The object)' 포스터/경기아트센터 제공

작품의 경계가 무너졌다. 장르 분류를 내리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 무용이라고 하기에는 음악이 서운할 것 같고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무용의 비중이 컸다.


지난 1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디 오브젝트(The object)' 이야기다. 이 작품은 경기아트센터와 대구문화예술회관, 제주아트센터 3개 기관이 호흡을 맞춘 극장 교류 사업이다.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이 만난 디 오브젝트는 경기도무용단·대구시립무용단 단원들은 약 2개월 동안 경기와 대구를 오가는 노력 끝에 이날 무대에 올랐다.


특히 BTS, 싸이 등 K-POP 스타들의 공연과 평창올림픽 등 굵직한 무대를 만들어온 유재헌 감독과 김성용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등 젊은 아티스트들의 에너지 넘치는 새로운 도전은 눈길을 끌었다. 각자의 한계를 극복해보는 새로운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은 무대 좌석부터 남달랐다. 대극장 관객석이 아닌 무대 위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관객들이 관람을 하는 이머시브(immersive) 스타일로 진행됐다. 사방에서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품이 펼쳐지다 보니 생생한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으며 미학성을 강도 높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시작은 거대한 비닐천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서서히 날아간다. 좌우로 흔들리는 불빛 속에 온몸을 감싼 무용수의 움직임이 일렁인다. 마치 연기 나는 공장 같은 타워 무대 세트 사이로 무용수들이 하나둘씩 올라간다. 콘트라베이스 음악 소리가 타악기, 전자음악과 결합돼 묘한 사운드를 증폭시킨다.


경기도무용단이 '디 오브젝트(The object)'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경기아트센터 제공

경기도무용단의 5명 무용수들은 비트 음악 속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공간을 채운다. 팔에 바닥까지 닿는 긴 천을 감싼 채 등장한 무용수들은 무대 곳곳을 음악에 맞춰 뛰며 천으로 바닥을 친다. 바닥을 치며 나는 소리는 관객들의 심장을 진동한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관람하는 만큼 연기를 펼치는 무용수들의 즐거워하는 표정 하나하나까지 볼 수 있어 덩달아 흥이 오른다.


이어 대구시립무용단의 무용수 5명이 무대를 장악한다. 작은 터널 같은 가로형 원통에 북을 치듯 두드린다. 디 오브젝트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로 역동적인 인간의 움직임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공연 후반부는 객석 중앙에 위치한 무대 세트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개인 방으로 꾸며진 세트에서 펼쳐지는 연기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겪는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그 안에 갇혀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잔인해 보인다.


하지만 디 오브젝트에서 표현하고자 한 메시지의 전달력은 아쉬운 부분이다. 무대 옆 스크린은 꺼져 있었고 프로그램북을 통해 각 공연에 대해 성명하고 있지만 공연 중에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추가된다면 관객의 공연 이해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헌 감독은 디 오브젝트에 대해 "바라보고 사고하는 주체인 인간이 객체인 대상을 '오브젝트'라는 개념으로 규정하며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며 "'낯설게 하기'로 그동안 무심하게 또는 익숙하게 바라보던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3개 기관의 공동프로젝트 '디 오브젝트'는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의 방방곡곡 사업으로 진행됐다. 무용단은 그동안 주로 무용극과 전통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고 실험적인 무대를 시도해 관객들로 좋은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전통무용 등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지는 새로운 공연을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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