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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76 할란카운티'에서 '성장'을 찾아낸 오종혁X이홍기X산들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1.06.03 17:36

'1976할란카운티' 프레스콜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DB

인권을 부르짖는 미국 할란카운티 광산 노동자, 그리고 흑인 노동자의 이야기가 한국 관객을 찾는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 역에 오종혁, 이홍기, 산들이 트리플 캐스팅돼 빈틈없는 무대를 완성했다.

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프레스콜이 열려 유병은 감독, 강진명 음악감독을 비롯해 '다니엘' 역의 오종혁-이홍기-산들, '라일리' 역의 김륜호-안세하, '존' 역의 이건명-김형균, '나탈리' 역의 김아선, '엘레나' 역의 임찬민-이상아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작품은 1976년, 미국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 100여 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 북부로 떠난 다니엘의 여정, 그리고 할란카운티 광산 회사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기를 그렸다.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한 소재로 창작 뮤지컬을 만든 유병은 연출은 "2016~17년도에 초고를 썼다. 가장 큰 계기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세월호 사건 이후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걸 표현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 세트 무대에 영상으로 많은 걸 표현하고 공간을 나눠서 무대를 꾸미는데, 처음 개발 단계에서 시작할 때도 예산이 많이 부족했다. 배우분들 모두 하나 같이 이 작품을 올리는 데 기꺼이 힘이 되겠다고 해주셨다"며 "단출 하지만 이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풀어내려고 했고, 우리 이야기가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이끄는 '다니엘' 역에는 오종혁, 이홍기, 산들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다니엘은 흑인 노예 '라일리'의 보살핌 속에 자라나지만, 결국 흑인이라는 이유로 노예의 삶에 고통받는 그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세 인물 모두 '다니엘' 역을 통해 성장하는 기회를 삼았다고 말했다.

오종혁은 "이 공연에 참여하기 전에 지난 시즌 공연을 봤었다. 그때 여기 나오는 모든 광부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인상 깊었다"며 "그런 기본적인 그 메시지가 크게 와닿아서 이 작품 꼭 한 번 같이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저도 저 뜨거운 사람들과 같이 저 안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언급했다.
전역 후 첫 행보로 뮤지컬을 선택한 이홍기는 "정말 무대에 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역을 하기 전에 회사에서 여러가지 플랜들을 회의하면서 진행을 했는데, 일단 저는 무대에 정말 서고 싶었고, 살아있음을, 라이브를 하고 싶었다. 노래도 하고 싶고 연기도 하고 싶었다"고 무대에 대한 갈증을 언급했다. 또한 "뮤지컬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지라, 대본을 보내주셨을 때 '옳다구나'하고 작품을 선택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산들은 고민을 하던 지점에 '1976 할란카운티'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 10주년이 지나서 생각이 많아질 때인 것 같다. '앞으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나도 이제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고민할 때 이 작품을 만났다" 고 회상했다. 이어 "다니엘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의롭게 바뀌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흑인 노예 '라일리' 역은 안세하와 김륜호 배우가 연기했다. 라일리는 청각 장애인으로, 두 배우는 무대 전체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수어로 모든 것을 소화했다. 안세하는 "수어로 연기하는 게 사실상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연습을 하면서 수어도 어떻게 보면 똑같은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배역 할 때처럼 똑같이 부담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륜호 역시 "저도 청각장애인 캐릭터를 하는 게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며 "배우들이 작품을 만나서 캐릭터를 창조하듯이, 저도 똑같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저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임찬민, 이상아 배우가 연기한 '엘레나'는 할란카운티의 유일한 여성 광부이자, 광산노조위원장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인물이다. 생소한 배경에 캐릭터까지, 국내에선 선례를 찾기 힘든 연기를 해야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상아는 "제가 큰 배역을 맡는 게 처음이다 보니까 길을 많이 잃었다. 연출님이나 찬민 언니가 좋은 길을 제시해주셔서 그걸 믿고 열심히 했다"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아픔이나 행복을 공감해줄 수 있는 캐릭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찬민은 "엘레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다. 광부는 여성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엘레나도 다른 캐릭터와 같이 성장하는 인물이다. 오랜 것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지점에 있다는 것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빌드업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유병은 감독은 이홍기의 첫 공 후기를 언급하며 한층 성장한 배우들의 모습에 흐뭇해했다. 그는 "홍기 배우가 본인 첫 공연을 하고 해준 얘기가 있다. 자기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공연해보니까 여기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각자 주인공이더라라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나는 이 공연이 좋다고 말하는 홍기 배우의 모습을 보고 변화한 부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50년이 채 되지 않은 과거의 한 광촌에서 일어난 인권을 위한 투쟁, 그리고 모두가 맞이할 수 있었던 희망의 서사시는 오는 7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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