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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농업법인···실상은 '부동산 투기 업체'

김동성 기자 ㅣ estar@chosun.com
등록 2021.04.26 17:10

경기도, 농지법 위반에 쪼개기로 1400억원대 수익 챙긴 26개 농업법인 적발

김종구 경기도 반부패조사단 부단장이 2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부동산 투기 업체' 고발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경기도 제공

경기도는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거래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 농업법인 25곳을 고발한다고 26일 밝혔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 김종구 부단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LH 투기 의혹에 따라 도내 개발지역 일대의 공직자 투기 감사 과정에서 농업법인의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농지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농업법인 26곳을 적발, 공소시효가 지난 1곳을 제외한 25곳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농업법인이 도내에서 취득 후 매도한 농지와 임야 등 토지는 축구경기장 60개 크기인 60만389㎡에 달하고 단기간 매매를 통해 벌어들인 부당이득도 13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농지는 42만2986㎡로 전체 매도한 면적의 79%며, 26개 법인들은 영농 의사도 없으면서 농사를 짓겠다고 허위로 신고하고 취득한 농지를 팔아 1106억원의 부당이득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도에 따르면 농지법상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은 영농을 위해 구입하는 경우만 1000㎡ 이상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또 농업인이 아닌 일반인은 주말체험농장 목적으로만 1000㎡ 미만의 농지만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지 취득자는 예외없이 관할 읍·면·동사무소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며, 실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도가 2013년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 개발사업 6개 지구(광명 학온, 성남 금토, 용인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안양 관양고, 평택 현덕지구) 및 3기 신도시 개발지구(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안산 장상, 광명 시흥, 과천 과천, 부천 대장)와 일대 농지를 취득한 67개 농업법인을 확인한 결과, 26개 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영농행위를 벌이지 않고 짧은 시간에 필지를 분할, 다수의 일반 개인들에게 되파는 수법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법인은 2014∼2020년까지 모 지구 일대 농지와 임야 28만5000㎡를 구입하면서 농지 16만7000㎡에 대한 농업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당일부터 지난 1월 28일까지 1267명에게 작게는 17㎡, 많게는 3990㎡씩 쪼개서 팔아 3년동안 503억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A법인은 한 지자체에서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발급으로 2016년 8월4일 고발된 이후에도 77차례에 걸쳐 농지를 쪼개 팔은 것으로 조사됐다.

B법인의 투기행위는 도내 9개 시·군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B법인은 2014∼2020년까지 모 지구 일원 등 농지와 임야 등 44개 필지 43만221㎡를 취득한 후 소유권 이전 등기일부터 437명에게 0.5∼1650㎡씩 분할해 팔다가 걸려 2018년 7월12일 고발조치 됐음에도 지난해까지 농지거래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B법인이 벌어들인 부당이득은 67억9300만원에 달했다.

C법인은 모 지구의 농지 3필지 1088㎡를 농업경영 목적으로 3억6000만원에 매입하고 8명에게 8억8000만원에 되팔아 5억2000만원을 챙겼다. 그런데 이들 8명이 C법인에게서 산 농지가 지난 1월까지 모 지구 개발사업에 7억9000만원에 수용되면서 8명은 매수금액보다 9000만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D농업법인은 한 지자체의 농지 1589㎡를 개인과 E법인에게 각각 331㎡와 1258㎡씩 쪼개 팔면서 개인에게는 1㎡당 78만원에 넘긴 반면 E법인에게는 1㎡당 19만원에 매도하는 등 개인에게는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도 반부패조사단은 감사대상 농업법인 67개가 소유하거나 매도한 농지의 현장조사를 벌였다. 35필지 3만9358㎡는 장기간 경작하지 않아 잡풀과 잡목이 우거져 있거나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11개 필지 1만4461㎡는 주차장, 창고, 축산물 유통시설, 정원 등으로 불법 전용되기도 했다.

김 부단장은 "26개 농업법인이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13개 개발사업지구 일대에서만 구입한 농지가 89필지 6만4601㎡에 달했으며 이를 634명에게 되팔아 243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농업법인과는 별도로 3기 신도시 개발지구 일대의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감사에 나서 투기 의심자 22명을 선정해 심층감사를 진행했으나, 상속 4명, 증여 3명, 나머지 15명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2명 중 사업지구 내 부동산 소유·거래자는 총 10명이며, 심층감사 결과 3명은 상속, 7명은 결혼 전 처남이 취득하거나, 2000년 이전에 취득하는 등 직무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지구 인접지역 부동산 소유·거래자는 12명으로 상속 1명, 증여 2명, 나머지 9명은 직무관련성이 없어 제외됐다.

지구별로는 남양주 왕숙 9명, 하남 교산 4명, 고양 창릉 3명, 안산 장상 2명, 광명시흥 2명, 과천 과천, 부천 대장이 각 1명이었다.

도 반부패조사단은 투기 목적의 농지 허위 취득자, 구속수감 중인 경기도 전 공무원 관련 사업지구 등에 대한 공직자 투기 여부 등을 감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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