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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75년 내공의 어록…#꼬집기 #존중 #위트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1.04.26 16:06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 사진 : 후크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

배우 '윤여정'의 날이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상을 받은 그는 드레스부터 소감까지 모든 것이 빛났다.

윤여정이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오늘(26일, 한국시간) 미국 LA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뒤, LA총영사관저에서 현지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오스카 트로피를 안은 후 소감부터 기자회견에서 전한 후일담까지, 윤여정의 어록을 세가지 단어로 묶어봤다.

"'여영'이나 또는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어요."

윤여정 어록을 빛나게 하는 첫 번째 단어는 '꼬집기'였다.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무대에 올랐다. 윤여정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개만이 아니었다. "유럽인들 대부분은 저를 '여영'이나 또는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을 '용서'하며 소감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그랬다. 윤여정은 "이번 시상식에는 특별히 고맙다, 고상한 체 하는(우월감에 젖어 있는, Snobbish) 영국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줬기 때문이다, 매우 행복하다, 내게 투표를 해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단어 하나로 영국인의 모습을 꼬집은 것. 윤여정은 "Snobbish"라는 단어를 쓴 것에 대해 과거 영국에 방문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쓰게 된 말이라고 밝혔다.

TV CHOSUN 에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독점 생중계한 이동진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에 이어 올해 윤여정의 소감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은 원래 저렇게 말을 잘하냐'고 생각할 것 같다"며 "유럽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데 이걸 살짝 꼬집기도 했다"며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사진 : 후크 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어요?"

윤여정은 이어 "저는 그녀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입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잖아요. 우리끼리 경쟁할 순 없습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죠. 여러분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네요. 그리고 아마도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대접하는 방법일 수도 있죠. 아무튼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윤여정 어록을 빛나게 하는 두 번째 단어는 '존중'이다. 그는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가 함께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배우 글렌 클로즈를 비롯해, 후보에 오른 모든 배우에게 존경을 표했다. 윤여정이 수상소감으로 해당 이야기를 할 때 포착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감격 어린 표정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윤여정은 수상 후, 현지 한국 언론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글렌 클로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클렌 클로즈가 저와 동갑인데, 8번이나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됐는데, 안됐다. "2000년쯤 영국에서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라는 연극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다.  제가 할 수 없는 건데 해내는 것을 봤다. 진심으로 그녀가 받기를 바랐다"고 뜨거운 마음을 전했다.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후, 기자회견에 임하는 배우 윤여정 / 사진 : JTBC 캡처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윤여정은 "두 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두 아들이 항상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 모든 건 저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두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엄마의 말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같은 의미였다.

윤여정 어록을 빛나게 하는 마지막 단어는 '위트'다. 윤여정은 같은 표현을 해도 위트있게 진심을 전했다. '만'으로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하는 배우 한예리에게도 "한국사람들에게 왜 만을 붙이냐, 75살이지"라고 직선 화법을 썼다. 위트있는 직선화법에는 진심이 담겨 있기에, 균형이 맞춰졌다.

윤여정은 기자회견에서 "사치스럽게 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60살 이전에는 나름 계산을 했다. 이걸 하면 성과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0살 넘어서부터 약속한 게 있다. 나는 사람을 보고, 사람이 좋으면, (작품에 참여)하리라고 생각했다"며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으면, 사치스러운게 아니냐"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화 '미나리'를 만나게 된 것도, 믿을만한 프로듀서가 대본을 가져왔고, 뒤이어 만난 정이삭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윤여정은 자신의 어록의 비결에 대해 "제가 오래 살지 않았나. 제가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잘 떤다. 수다에서 입담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입담이라는 단어 그대로, 윤여정의 말에는 힘이 있다. 윤여정의 이어질 어록들을, 배우 윤여정으로서 보여줄 삶의 단편들을 이로써 더욱 기대하게 된다.

사진 : 후크 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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