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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콜 몰아주기' 이어 유료 요금제까지…"플랫폼 사업자의 횡포"

류범열 기자 ㅣ ryu4813@chosun.com
등록 2021.04.16 10:02

정치권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 유료화 즉각 중단 해야 한다"
택시업계 "콜시장 우월적 지위 이용해 불공정 배차"
승객들에게 1천~3천원의 호출비 부담, 요금 인상 효과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및 카카오 규탄 집회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택시 호출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배차를 우대해주는 '콜 몰아주기' 의혹에 이어 유료 멤버십을 도입하면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이용해 그동안 무료로 시행해오던 택시 호출앱을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택시기사들의 부담을 가중 시킨 것은 물론 택시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승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 대상 첫 유료화 서비스를 내놓자 업계에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택시기사 분신 사태까지 벌어졌던 2018년 '카풀 갈등'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유료 멤버십 서비스 출시에 택시업계 집단 반발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16일 택시 호출앱에 대한 유료화 서비스를 내놓자 택시업계가 집단 반발에 나서고 있다. 콜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택시기사들의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고 불공정 배차로 택시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이유에서다.

16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조합원들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청와대와 국회,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및 카카오 규탄 집회를 동시 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국내 택시호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T가 지난 3월16일 일방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출시해 택시기사들의 무제한 가입을 종용하고 있다"며 "택시기사들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유도해 자사의 수익에만 몰두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택시시장의 주체로서 생산자와 소비자격인 택시기사와 승객들은 거대 독점기업의 중개료 횡포 앞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이 플랫폼의 노예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공정한 경쟁 속에서 플랫폼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월9만9000원의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 멤버십'을 출시했다. 출시 사흘만에 선착순 2만명 모집을 마감한 후 지난달 30일부터 가입 회원을 다시 모집하고 있다.

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택시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호출을 빠르게 확인하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주변의 실시간 콜 수요 지도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월10만원에 가까운 유료 멥버십에 택시기사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카카오 가맹택시와의 불공정 배차를 경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까운 거리의 일반택시보다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배정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일반택시와 카카오T 블루의 호출 내역을 비교해 봐도 많게는 7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측은 AI 기반 배차 시스템 특성상 특정 서비스나 차량에 콜을 인위적으로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택시기사들은 콜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피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카카오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기사들은 이미 카카오 가맹택시와의 불공정 배차를 경험했다"며 "혹시라도 콜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봐 어쩔수없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택시와 상생을 한다면서 무료 중개콜을 이용해 콜시장을 독점하고 이제 우월적 힘을 이용해 택시기사의 주머니를 털고 불공정 배차로 택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지금의 횡포는 불공정행위를 떠나 택시와의 상생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조오섭 의원/조오섭 의원실 제공


◇ 정치권도 카카오T 불공정 유료화 반대 목소리 높여

정치권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 멤버십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점적 지배시장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 유료화를 즉각 중단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 유료 멤버십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인 카카오T블루에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보다 떨어지는 하위호환"이라며 "카카오T블루를 비롯한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주고, 자사 외의 앱 이용을 금지하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서비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T블루나 가맹 택시는 이미 승객들에게 1000~3000원의 호출비용을 부담 지우면서, 실질적인 요금 인상의 효과를 야기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택시 플랫폼 업계를 독점해 유료화와 요금 인상의 수순을 밟고 있어 택시업계 종사자와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될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도 '카카오T 불공정 거래 해소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라고 느낄 만큼 심각한 문제"라며 "공정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점에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사인 '우티'가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우버 제공


◇ "카카오T 독주 막자"…방방곡곡 경쟁 플랫폼 속속 도입

카카오모빌리티의 이같은 독주를 막기 위해 경쟁 플랫폼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을 독점하게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 택시의 대항마로 먼저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사인 '우티'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우티는 이르면 올 여름 우버 택시와 티맵택시 서비스를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와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티맵모빌리티는 국내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T맵과 T맵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T맵 택시는 등록기사 20만명, 월 이용자 75만명의 국내 2대 택시호출 서비스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인 우버는 현재 수도권에 약 1000대의 가맹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택시가 호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SK텔레콤의 T맵 데이터와 우버 택시의 글로벌 역량을 더하면 카카오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서비스를 내놓고 약 1만2000대의 가맹 택시를 거느리고 있는 KST모빌리티의 ‘마카롱 택시’는 최근 다수 금융사들과 제휴를 맺고 고객 및 기사들에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쏘카 자회사 VCNC도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가맹 택시 ‘타다 라이트’의 경우 1000대 수준의 가맹 택시를 운영, 이달 한달간 택시 이용 요금을 횟수와 한도 제한 없이 지역에 따라 15~20%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각 지차제의 택시 공공 플랫폼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15일 택시호출앱 '수원e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원e택시는 카카오택시에 대응하기 위해 뭉친 수원지역 택시업계가 주도하고 수원시가 지원해 개발한 것으로,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 호출하면 택시기사가 응답하는 방식이다.

배차받은 운전기사의 사진과 면허증 정보가 이용자 앱에 표시되고, '조용히 가고 싶어요'와 '급정거·급가속은 싫어요' 등 기사에게 요청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

인천시도 카카오택시모빌리티와의 경쟁과 높은 카드 수수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택시업계를 위해 '공공 택시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e음 플랫폼에 콜택시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인천e음 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면 캐시백 적립 혜택을 적용하고, 카드 수수료를 시가 보전해 택시 종사자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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