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기자수첩]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부동산 투기 광풍을 보고

김원태 기자 ㅣ kwt365@chosun.com
등록 2021.04.14 10:15

김원태 경기본부장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 부동산 투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개발정보를 미리 안 사람 만이 누릴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작업자들의 손짓도 곳곳에서 탐지되고 있다.

이들이 웃으며 콧노래를 부를 때 한 곳에서는 내 집 마련의 서러움과 한스러움에 눈물짓고 있고 자산 불균형에 따른 좌절과 자포자기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황금만능시대에 정상적인 룰에 의한 자산취득은 누가 탓하지 않는다.

다만 비정상적인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를 압도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허탈감을 넘어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모를 통해 불로소득의 맛을 느낀 대다수 2세들은 자산 취득의 어려움은 뒤로 한 채 "왜 가난해야 하느냐"고 남에게 반문하면서 자신이 땀흘려 벌어들이는 노동력의 귀함을 모를 수 밖에 없고 남을 경멸하는 자세로 까지 표출되고 있다.

금전만능시대에 이들이 지니고 있는 사고방식은 간단명료하다.

'모든 것은 돈으로 해결된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그들의 사고를 지배하면서 있는 자·가진 자와 없는 자로 구분 짓는 신사고의 경향으로 치달을 수 있는 국민통합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다.

젊은이들은 부모 도움없이 자력으로 평생을 모아도 집 한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좌절감을 나타내고 있다.

주택이 주거개념에서 재산 증식의 가치개념으로 변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출생율저하나 육아의 문제점 해결에 앞서 결혼적령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겪는 공통점은 거주할 공간마련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상실감에 더해 연일 보도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 공통점인 개발정보의 선점과 독점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주변인들이 벌이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면서 자산취득과 형성과정의 불균형을 바라보는 심한 박탈감과 배신감이다.

농사를 짓지 않고 있는 자의 농지소유 이에따른 농자의 소작농 전락, 기획부동산에 의한 쪼개기 토지구입과 장차 개발 예정지로 지목하고 토지에 대해 보상금을 노린 투기세력.

평소 토지를 사랑했다는 웃지 못할 청문회장의 답변.

모두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빈곤 소산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해야 할 관련 입법인 이해충돌방지법은 오히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인식되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행태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은 스트레스로 복창이 터질만하다.

걸핏하면 국민을 위한다는 그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일심동체 정신을 발휘해 일사천리로 처리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점이 없는 것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의안선정과 처리과정의 잘못된 행태로 과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지방 시·도의원 등과 관련 공기업 직원들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을 까?라는 강한 회의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들 스스로 자정능력을 보이지 않으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구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이미 국민들은 알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과 표리부동(表裏不同)의 행태는 정치권에 만연되어 있음이렸다.

정부가 앞장서서 부동산 투기세력을 엄단한다고 해도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故 김영삼대통령이 대통령 재임시절 군 내부의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과 함께 전광석화처럼 집행했던 정책이 금융실명제였다.

있는 자 가진 자들이 차명으로 각 은행에 분산예치했던 금융권의 자금이 동결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예치된 금원만을 출금할 수 있었다.

당시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은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이와같은 유사 정책을 펼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된다.

부동산거주 실명제 등의 제도를 전격 도입하는 획기적 결단이 없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잘못된 의식을 청산하는 것도 현 정부들어서 그렇게 부르짖었던 적폐청산(積弊淸算)의 한 부문이라 여겨진다.

관행처럼 굳어 왔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처벌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잘못된 의식을 변화시킬 방안을 마련해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君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百姓)은 모두 그 풍화(風化)를 입는다는 뜻의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뜻이다.

'길이 물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물이 길을 만들어 간다'는 평범한 진리가 뇌리 한켠에 똬리를 튼다.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후세들의 아름다운 터전을 위해서라도 정화된 윗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길 기대해 본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