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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작과 다른 옷 입은 한지민X남주혁의 '조제'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0.12.09 18:07

영화 '조제' 리뷰 /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호랑이가 담을 넘어왔어도 나는 무섭지 않았을 거야. 이제 네가 옆에 있으니까"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둔 한 여자의 세상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영화 '조제' 속 밥정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점차 사랑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나아간다. 작품은 호기심에서 관심으로, 그리고 사랑, 이별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사랑의 과정을 담아내며 잊고 있던 찬란한 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많은 이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조제'로 재탄생했다. 작품은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로 유명한 김종관 감독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한지민, 남주혁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제'는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조제와, 그녀를 우연히 만나 사랑을 시작하게 된 영석의 이야기다. 다리를 쓸 수 없는 조제는 낡은 집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책을 읽는 게 일상의 전부인 그는 세상에 대한 원망도, 희망도 없는 눈빛으로 담담히 살아간다. 그런 그의 삶에 변화가 스민다. 영석을 통해서다.
'조제'는 철거를 앞둔 재개발 동네의 한 골목에서 시작된다. 길바닥에 엎어져 있는 한 여자와 나뒹구는 휠체어를 본 청년 영석은 동네 구멍가게에서 리어카를 빌려와 여자를 돕는다. 허름한 골목골목을 지나 도착한 여자의 집. 여자는 자신을 도와준 보답으로 영석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한다.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여자는 손때 묻은 도구들로 능숙하게 밥상을 차려낸다. 영석은 소박한 밥상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이를 본 여자는 "독이라도 탔을까봐?"라며 이내 까칠함을 내보인다.
일상으로 돌아간 영석은 어째 할머니와 여자가 신경 쓰인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주변을 맴돌다 보니 점점 그들의 삶에 들어가게 된다. 움직이기 힘든 조제의 부탁을 들어주던 영석은 여자와 함께 밥상도 차릴 정도로 가까워진다. 그제서야 통성명을 하는 두 사람.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조제'라고 말한다. 조제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세상을 직접 경험한 것마냥 말하고, 영석은 그런 조제의 독특한 취향에 귀를 기울인다. 조제에게 점점 마음이 끌리는 영석. 조제도 마찬가지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소한 감정에 불안함을 느낀다.
'조제'는 원작보다 낮은 텐션으로 흘러간다. 계절감에 맞게 한껏 차분하면서도 더 극적이고 몽환적인 요소들로 채워졌다. 캐릭터의 감정 표현과 전개가 함축적인 탓에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롯이 배우의 연기로 섬세한 감정 변화를 전달하며 집중도를 높인다. 여기에 김종관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이 그림 같은 신들을 만들어내고, 그 신 안에서 한지민과 남주혁이 연기 시너지를 발산한다.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한지민은 원작 쿠미코와 전혀 다른 '조제'를 탄생시켰다. 원작과 달리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한지민은 세상에 통달한 듯 더 덤덤한 조제를 보여줬다. 그는 영석을 알아가고, 사랑하고, 밀어내는 모든 과정을 거치며 나약함을 벗고 용기를 얻는 조제를 표현했다.
"평범해 보이고 싶었다"던 남주혁은 조제를 통해 사랑을 깨달아 가는 '영석'을 보여줬다. 영석은 대학생활과 함께 아르바이트도 하는 건실한 청년이지만, 한편으로는 교수와 내연 관계를 맺고, 적당히 호감 있는 후배와 잠자리를 가질 만큼 불순한 면을 가졌다. 남주혁은 남들과 다른 조제를 만나면서 순애보적 사랑을 알아가는, 행복과 불안이 공존하는 20대 청춘 영석을 튀지 않게 소화했다.
김종관 감독은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솔직한 사랑을 하고, 그것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순간을 통해 성숙해지고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는 과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사랑 이야기와 함께 두 인물의 성장기를 담았다. 눈부신 시절, 잊지 못할 사랑의 순간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할 영화 '조제'는 오는 1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러닝타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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