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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지민 "늘 이별이 두렵지만 '조제' 덕분에 굳은살 생겼죠"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0.12.06 00:10

'조제' 한지민 인터뷰 /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늘 삶에 대한 고민을 하는 편이에요. 나에게 변화가 찾아오더라도 그 변화가 예전만큼은 두렵지 않다는 생각과 확신이 들어요. 그저 제 미래가 궁금하고 잘해보자 이런 마음이 있죠"

한지민이 올겨울 극장을 촉촉하게 물들일 감성 멜로로 돌아왔다.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사는 조제로 분한 한지민. 그는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의 조제를 만들어냈다.

'조제'는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부터 이목을 끌었다. 많은 이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감독 이누도 잇신)의 리메이크작이면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한지민-남주혁이 다시금 만났기 때문이다.
'미쓰백'(2018)에서 연기적 도전을 보여줬던 한지민이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조제'는 '미쓰백' 속 백상아보다도 자신만의 세계가 더 깊은 인물이다. 이해하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편치 않았을 터다. 한지민은 독특한 조제의 세계를 이해했는지, 아직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을지라도 조제의 삶을 최대한 느끼며 감정과 서사를 쌓아 올렸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한지민의 조제'가 탄생했다.

"제가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은 명확한 색이 있었어요. 조제는 언어로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까 그 세계 안에 들어가고 조제가 하는 말들에 담긴 여러 감정들을 이해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새롭고 어려운 공간 안에서 만들어간다는 재미도 분명히 있었죠"

"'저는 과연 조제의 세계를 다 알았을까요?'라고 할 정도로 조제가 가진 세계가 되게 독특했어요. 그게 매력 있어서 조제라는 캐릭터가 가진 여러 색깔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무엇보다도 조제의 삶이 어떤지 궁금했고 그 시간을 저 혼자 구축했다기보다는 그 서사를 감독님과 쌓아 올리는 데 공을 들였어요"
영화 '조제'는 원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원작이 밝다면, '조제'는 보다 낮은 텐션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조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원작을 오래전에 봤다고 말한 한지민은, '조제' 촬영에 앞서 원작을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원작에 연연하기보다는 그저 김종관 감독이 만들어낸 조제를 표현해내는 게 그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감독님께서도 리메이크를 하면서 차별점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저와 남주혁이 생기는 질감을 더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커요. 그래서 일부러 원작을 찾아보진 않았어요. 감독님이 만드는 '조제' 이야기 안에 들어가고 싶었죠"

"여기서는 남자 주인공보다 연령대가 높은 캐릭터이다 보니까 더 쓸쓸하고 외롭고 차분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시나리오에 담기지 않았던 그 서사를 만드는 데 오래 걸렸어요. 늘 필요한 작업인데, 그래도 조제는 그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말보다는 눈빛과 아우라로 감정을 전달해야 했다. 게다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캐릭터였기에, 움직임마저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한지민은 그런 조제를 연기하기 위해 '넘치지 않는 법'을 익혔다.

"조제는 늘 넘치지 않아야 하는 게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표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자라게 했나'라는 물음표가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확신을 갖고 말씀을 해주셨고, 감사하게도 공간이나 소리로 조제의 색을 더 많이 채워주셨던 것 같아요"

"신체적 장애가 있는 인물이다 보니까 레퍼런스 영상을 많이 보고 내 몸에 가장 익숙하게 보일 수 있는 것들을 연습했어요. 휠체어에 올라타는 장면 차에 올라타는 장면은 제가 영상을 보고 공부하고 보여드릴 수밖에 없잖아요"
남주혁과의 재회는 어땠을까. 한지민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편했다며 남주혁에게 알게 모르게 의지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이런 두 사람이기에, 김종관 감독도 한지민-남주혁을 '실패하지 않는 조합'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을 터다.

"감독님 또한 저희가 서로 의지하고 편한 호흡을 보여줬던 게, 저희 둘을 캐스팅하는 장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 감독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던 많은 숙제, 고민들, 부족함 때문에 오는 여러 감정들을 누구보다 서로 주고받았어요. 많이 의지하게 됐죠"
믿어지지 않지만, 한지민은 내년이면 불혹에 접어든다. 그는 사랑도, 삶도, 가치관도 이젠 많은 것이 변했다고 했다.

"20대 때는 좋아하는 마음이나 설렘이 생기면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컸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나답지 않은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지나고 보니 알게 됐죠. 지금은 정말 자연스러운 나를 봐주고, 같이 있을 때 편안해질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싶어요"

"예전에는 생각이 되게 많고, 지나간 일도 많이 생각했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격이거든요. 20대 때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어요. 연기하면서 너무 부족한 게 많다고 느꼈고, 서른이 되면 감정이 더 풍부해지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무언가에 연연했던 제가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과 나이에 유연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한지민은 올 한해 인간 한지민으로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할머니를 여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꼈다. 한지민은 이 시기를 나름의 방법으로 견디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인간 한지민으로서도 성장통을 겪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내가 편리하게 생활했던 것에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늘 어릴 때부터 걱정하던 한 가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올여름에 돌아가셨거든요. 요즘에도 울컥울컥 눈물을 많이 흘려요. 앞으로 올 이별들이 너무 무섭고 두렵고 하죠"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제 옆에서 마음을 같이 나눠주고 누구보다 먼저 챙겨주려고 하는 내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 덕분에 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늘 이별을 두려워하지만 '조제' 덕분에, 2020년 덕분에 아프지만 굳은살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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