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에 이어 순수 전기차 분야에서도 선도 업체로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일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를 열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보였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 ‘CV’(프로젝트명)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신규 플랫폼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단 5분의 충전만으로도 약 1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E-GMP는 특히 모듈화 및 표준화 개념을 도입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세단, CUV, SUV 등 모든 차급부터 고성능, 고효율 모델 등 전차종을 아우르는 유연하면서 신속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로써 제조상의 복잡도가 줄어 생산효율이 높아지고, 수익성 개선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
빠른 가속력, 다이내믹한 승차감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고성능 모델은 0→100km/h 도달시간 3.5초 미만, 최고 속도 260km/h 구현이 가능하다.
또 기존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진 공간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구동 모터를 배치하고, 배터리를 하단에 낮게 위치시켜 저중심 설계를 이뤄냈다. 이외에 고속화 모터를 탑재해 구동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고, 중대형 차량들에 주로 적용했던 후륜 5링크 서스펜션과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되는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로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 역시 크게 향상시켰다.
기능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은 모터에서 나온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축인 '드라이브 샤프트'와 이를 바뀌에 연결하는 '휠 베어링'을 하나로 통합해 강성은 높이고, 중량은 낮추는 기술이다. 베어링 직경도 키워 차량의 승차감과 핸들링을 향상시키고, 소음과 진동을 저감시켜준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제공
◆ 전기차 전용 신규 전력(PE) 시스템 적용…E-GMP에 최적화
또한 미래 모빌리티 확장성을 위해 자율주행, 고성능EV, V2G(Vehicle to Grid) 등을 고려해 설계했다. 우선 회사는 E-GMP 기반의 차세대 전기차에 신규 PE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기존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대체하는 전기차 구동 시스템)과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기술, 차량 외부로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신규 PE시스템 크기와 무게를 줄임과 동시에 부품간 에너지 전달 손실을 낮춰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구동에 필요한 모터, 동력을 차량에 필요한 토크, 속도로 변환해 전달하는 감속기, 전력을 변환해 모터의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를 일체화했다. 또한 모터의 최고 속도를 기존 대비 30~70% 높이고, 감속비를 33% 높여 모터 사이즈를 줄이고 경량화를 이뤄냈다.
후륜 모터시스템의 인버터 파워모듈에는 기존의 실리콘(Si) 전력반도체 대비 성능이 뛰어난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를 적용해 효율은 2~3%, 주행거리는 5% 내외로 향상시킴으로써 동일한 양의 배터리로 더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E-GMP는 후륜 구동 2WD 방식이 기본이며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4WD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 1회 충전으로 최대 500km 주행 가능…800V 멀티 급속충전 기능 탑재
E-GMP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 시 18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며, 1회 완충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단 5분의 충전만으로도 약 1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특허 기술인 초고속 충전기와 기존 급속충전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은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인프라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인 충전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후륜모터 시스템. /현대차그룹 제공
E-GMP 기반 전기차는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 수 있고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이 줄어들어 실내 공간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회사는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혁신적인 실내외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짧은 오버행(차량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길어진 휠베이스(앞 바퀴와 뒷 바퀴 차축간의 거리)로 개성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며 슬림해진 콕핏(운전석의 대시보드 부품 모듈)은 탑승공간을 확장시켜준다. 더불어 이처럼 길어진 휠베이스는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차체 바닥의 센터터널을 없애고 배터리를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실내 바닥이 편평해져 후석 승객공간이 넓어졌고, 차종에 따라 다양한 전후 시트 배치가 가능하다.
◆ 고성능 구동 시스템·차세대 배터리 등 전동화 기술 역량 강화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공개한 E-GMP뿐 아니라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대비한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일찍부터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09년 최초의 전동화 모델인 하이브리드카를 국내에 선보인 이래 2010년 블루온 전기차를 시범운행했고, 2015년에는 모든 타입에 걸친 전동화 차종(HEV, PHEV, EV, FCEV)의 양산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특히 최근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 전망에 따라 새로운 전동화 아키텍처, 고성능 구동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 등 전동화 기술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한편, 전기차 모델 역시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5년까지 계획된 전동화 모델 44개 차종 중에서 전용 전기차 11종을 포함해 전기차가 23개 차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 연간 100만 대를 판매해 명실상부한 전기차 글로벌 최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 8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첫 적용될 예정인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IONIQ)’을 론칭하고, 내년부터 2024년까지 ▲준중형 CUV ▲중형 세단 ▲대형 SUV 등 3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우선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중장기 미래 전략 ‘Plan S’에 기반한 모빌리티 및 전기차 사업체제로의 혁신적 전환을 진행 중이다. 9월에는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2027년까지 CV와 고성능 모델을 비롯해 순차적으로 출시할 전용 전기차 모델 7개의 스케치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