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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달수, 미투 논란 3년 후 "사건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갈 겁니다"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0.11.24 17:00

영화 '이웃사촌'에서 이의식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저는 그대로, 사건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갈 겁니다. 작품의 제안을 받으면, 시나리오 읽어보고, 좋으면 감독님이 누구신지 알아보고, 그리고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는 영화인지, 캐릭터는 마음에 드는지, 이런 것들을 고민해보겠습니다. '어떻게 바꿀 것이다'라는 계획은 세워보지 않았습니다."

배우 오달수가 말했다. 영화 '이웃사촌'을 통해 약 3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된 그다. 오달수는 지난 2018년 미투(성폭력 고발 운동. #METOO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미투라고 불림) 의혹으로 활동을 멈췄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했고, 영화 '신과 함께'는 그의 분량을 통편집했다. 당시 오달수는 영화 '이웃사촌'의 막바지 촬영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경찰 내수에서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고, 영화 '이웃사촌'이 개봉하게 됐다. 오달수는 3년 만에 마주한 기자들 앞에서 조심스레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질문을 꼼꼼하게 메모하며 대답을 이어갔다.

오달수는 "많이 떨리고, 많이 겁나고, 두렵고, 많이는 아니지만 낯설고 그렇습니다"라고 '이웃사촌'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앞에 선 것은 영화에 대한, 이환경 감독에 대한, 그리고 스태프에 대한 "무한 책임" 때문이었다.

"잘 아시겠지만 그런 일들이 있고, 영화가 개봉도 불확실했고, 물론 미래라는 것은 불확실하지만 이번처럼 무한 책임을 느낀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개봉을 하게 돼 다행스러운 생각입니다.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떨리고, 두렵고 그렇더라도, 최대한 영화를 찍었으면 홍보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무감으로 나왔습니다."

영화 '이웃사촌'은 영화 '7번방의 선물'로 만난 이환경 감독의 작품이다. 가택 격리를 당하게 정치인 이의식(오달수)을 24시간 감시하게 된 도청팀장 대권(정우)가 그로 인해 변화해가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오달수는 처음 정치인 '이의식'을 제안 받았을 때, 거절했다. 초고에는 원래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었다.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이환경 감독님하고 '7번방의 선물' 한 작품이지만, 감독과 배우 사이, 그 이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처음에는 막걸리집에서 '그냥 한잔하시자'고 만났다가, 마지막에 '읽어나 보세요'라고 받은 작품이 '이웃사촌'이었어요. 처음에는 두 번정도 고사를 했던 것 같아요. 초고에 전라도 사투리로 나와 있어요. 그래서 사투리에 대한 부담감이라기보다, 그 말투 속에 감성이나 혹은 철학, 이런 것들이 베어져 있어야 하는 역할이라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혹시라도 제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에는 큰 누를 끼치게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새롭게 고치셨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안 할 이유는 없었죠.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의식은 정치적 상황 속에서 가택 격리를 당하게 되는 인물이다. 자연스레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이에 오달수는 "대놓고, 그 시대를 끝까지 그 시대, 정치 상황,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보셔서 아시겠지만 80% 이상은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큰 부담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영화 '이웃사촌'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이웃사촌' 속에서 이의식은 정치인으로서의 면모와 동시에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오달수 역시 지난 3년 동안 가족에 대한 진한 고마움을 느꼈다.

"제가 거의 3년 가까이 고향 살이 하면서 옆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이 가족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말씀 나눌 수 있는 것도 가족들의 힘 덕분일 겁니다. 24시간 제 옆을 떠나지 않고. 다른 생각 안 나게 하고 옆에서 돌봐주신 분들. 어쨌든 가족이 참, 소중하구나. 그동안 그런 생각 많이 했었습니다."

처음 미투 논란이 불거졌을 때, 오달수는 영화 '이웃사촌' 촬영 중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공식 입장을 낸 뒤 그는 술로 시간을 보냈다. 초반에는 5분, 10분도 못 버티는 패닉 상태였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그 곳도 언론에 노출됐고, 방송 장비들이 들어섰다. 거제도에 있는 큰 형님은 오달수에게 제안했다.

영화 '이웃사촌'에서 이의식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형님이 거제도에 사십니다. 네가 와서 같이 텃밭도 좀 가꾸고, 무심한 시간을 좀 보내봐라. 그 말에 거제도로 갔어요.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밭에 물을 주면,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려요. 조그만 텃밭은 아니죠. 조금 쉬다가 할 일을 하고 나면 그날 하루가 끝나요. 저녁에는 그냥 TV 보며 쉬었어요. 그때 우리나라 영화를 보게 되면 참 그립기도 하고, 그런 묘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지냈었어요."

"'이웃사촌'에는 무한책임이 있으니까 용기를 내고 뭘 하고 게재가 못 되는 거죠. 다시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고 한다는게. 무섭고 두렵지만, 두렵고 떨리고 그러지만 그래도 제가 해야 하죠. 해야할 몫이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웠다. 오달수는 "현장이 참 그립고 좋았다는 생각을 시시때때로 하죠"라며 "이제 다시 영화로 돌아오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관객들의 시선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그 간극을 좁혀가는 것 역시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이웃사촌'에서 이의식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연스러운 거죠.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그런 것들이 지워질까요. 인생이라는 게 재단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앞으로 더 좀 좋은 계기가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지금까지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많이했는데요. '이제 앞으로 관객들은 웃음을 거둬버릴 것이다?'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하거든요. 더 실소를 터트릴지, 어쨌든 그건 아무도 장담 못 하는거니까요. 작품을 통해서만 판가름 날 거 같고. 앞으로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생각하느냐,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대로, 사건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갈 겁니다."

지난해 오달수는 독립영화 '요시찰'로 현장에 복귀했다. 교도소,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다양한 인간 군상 중, 오달수는 자기가 신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직 잡혀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웃사촌'이 코로나를 얼마나 잘 버티고 나갈 수 있을지, 이런 시절에 극장에 많이 찾아와주세요. 이런 말씀을 드리기도 송구스러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웃사촌'은 휴먼드라마니까, 가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볼 수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웃음이나 이런 부분들은 제가 사는 이웃집에서 맡고 있으니까.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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