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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사건 증인으로 법정 선 이춘재 "내가 연쇄살인범"

권혁민 기자 ㅣ hm0712@chosun.com
등록 2020.11.02 16:17 / 수정 2020.11.02 16:26

"유족들, 저의 자백으로 그나마 마음의 평안을 찾았으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가 2일 오후 법정에 출석했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해 증언할 법정 모습/조선DB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잔인하고 영원한 미제로 남을뻔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스스로 "연쇄살인사건 진범이 맞다"고 자백했다.

이춘재는 살인사건의 최초 수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34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색 수의에 짧은 머리,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이춘재는 2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연쇄살인 8차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소 무덤덤한 표정으로 시선은 정면을 응시했다.

자리에 착석한 이춘재는 판사가 '오늘 어떠한 이유로 이 법정에 서게됐는지 알고 있냐'고 묻자 "알고 있다"고 답했다.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춘재에게 8차 사건의 범행 동기 및 자백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이춘재는 8차 사건에 대해 "대문이 열려 있어 들어갔다. 문이 있길래 들여다 봤다… 나를 마주치고 도망치길래 그랬다. 내버려 두면 (이전의)범행이 노출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얼굴은 기억 나지 않는다. 가방을 메고 있었고 손에 신발 주머니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범행 이후 사건 현장을 지나면서 떠오르는 것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느껴진 것 없었고 떠오르는 것도 없었다"고 답했다.

'자백 계기'에 대해 묻자 이춘재는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이후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 해달라고 해 14건의 연쇄살인을 자백하게 됐다. 내가 연쇄살인사건 진범이 맞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후에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피해자와 유가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저의 자백으로 그나마 마음의 평안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13세 박모양이 자기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목 졸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윤성여씨를 범인으로 검거해 강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윤씨는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경찰은 윤씨를 임의동행한 후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 3일간 법적 근거 없이 경찰서에 대기시키며 조사하는 등 부당하게 신체를 구금했다.

조사과정에서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자백, 허위의 진술서 작성 강요, 조서 작성시 참여하지 않은 참고인을 참여한 것처럼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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